한국 최초의 쉼터, 30주년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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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쉼터, 30주년을 맞다
  •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7.06.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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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① 3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의전화를 소개합니다.
 
본지는 한국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 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오늘(16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연재로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단체의 유래와 비전을 소개하는 글을 게재합니다. 본지는 오늘 게재를 시작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번 기획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어느 날, 폭력피해 여성이 부산에서 딸 넷을 데리고 여성의전화 사무실로 찾아왔다. 온몸이 벌집처럼 구멍이 나 있었다. 담뱃불로 지진 자국이었다. 무조건 있을 곳을 마련해달라며 갈 곳이 없다고 했다. '1986년 여성의전화 면접상담을 통한 피해여성들의 설문'을 보면, 폭력을 당한 후 집을 나오지만 갈 데가 없어서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90% 이상이었다. 가정폭력에 오랜 기간 시달려도 그저 ‘아내로서 참고 견딜 것’만을 주문하는 한국 사회에서, 쉼터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였다.

마침내 1987년 3월 14일, 작은 방 하나에 한국 최초로 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피난처인 '쉼터'를 열었다. 고작해야 서너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라한 장소였지만, 거기서 토해지는 피해여성들의 처참한 현실은 이 사회에서 가정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고발하는 생생한 증거가 되었다.

"세상에서 유일한 내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쉼터는 친정보다 더 편안하게 내 영혼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유일하게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상처투성이였던 내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져 주었다."

"인권운동의 단어의 뜻도 모르던 내가 이젠 그녀들의 편에 서서 그녀들을 위한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쉼터'라는 이름은 피난처라는 뜻인 'Shelter house'의 뜻과 발음을 본 따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지은 것으로, 폭력 피해 여성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넉넉하고 좋은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이렇게 생겨난 '쉼터'는 그 자체로 가정폭력이 사회적 문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고, 여성폭력 근절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폭력으로 고통 받은 여성들이 모여 '폭력추방운동'의 주인공이 되어 여성운동을 펼쳐나가는 변화와 희망의 공간이 되었다.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쉼터가 30주년을 맞다

한국 최초의 쉼터이며, '여성주의적' 쉼터운영의 모태가 되어온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은 지난 30년간 아내폭력이 '집안일'이 아닌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생존자의 완전한 자립 없이는 폭력의 굴레가 끝없이 반복됨을 확인하기도 했다.

30년간 9만여 명 이상의 여성과 함께한 오래뜰은 이제 단순한 피난처를 넘어,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이 '쉼터 이후의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보호'를 넘어 '자립'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가정폭력피해 당사자 8명의 목소리를 모은 수기집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출판 및 저자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앞으로 30년간 생존자들의 자립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선진사례를 탐방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새로운 자립 시스템을 모색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가정폭력피해 생존자들이 폭력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적성 탐색과 그에 맞는 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나아가 생존자들이 모여 함께 꾸려가는 사업장도 준비하고 있다.

쉼터의 새로운 30년을 응원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6월 22일 열리는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30주년 기념 '응원의 밤'" 또한 준비 중이다. 이같은 쉼터의 지난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기념 전시 등은 쉼터 30주년 홈페이지(https://hotline.or.kr:41759/shelter30th)에서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한국여성의전화에서 송고하여 게재되었습니다. 페미니즘 및 여성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 미디어 비평 등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다채로운 활동은 홈페이지(www.hotline.or.kr)에서 볼 수 있으며,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면 문자로 후원할 수 있습니다. 문자후원번호는#2540-1983(건당 3,000원)이며, #을 반드시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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