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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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고래 여덟
  • 송학선
  • 승인 2017.06.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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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송학선의 한시산책 44]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마시는 여덟 신선 노래 / 두보杜甫(당唐712-770)
(ⓒ 송학선)

지장기마사승선知章騎馬似乘船 하지장賀知章은 말을 타도 마치 배를 탄 듯
안화낙정수저면眼花落井水底眠 눈앞이 어른거려 우물에 빠져도 물속에서 잔다
여양삼두시조천汝陽三斗始朝天 여양왕은 술 서 말에 천자를 상알하고
도봉국거구류연道逢麯車口流涎 길에서 누룩 실은 마차를 만나면 입에 군침이 흘렀는
                     데
한불이봉향주천恨不移封向酒泉 주천에 봉지를 옮기지 못함을 한스러워 했다
좌상일흥비만전左相日興費萬錢 이적지李適之 좌상은 날마다 흥을 돋우는데 만전을
                     썼는데
음여장경흡백천飮如長鯨吸百川 마시기를 큰 고래가 바다를 빨아들이듯 했고
함배락성칭피현銜杯樂聖稱避賢 잔 받들고 청주를 즐기지 탁주는 피한다고 불렸다
종지소쇄미소년宗之瀟灑美少年 최종지崔宗之는 말쑥하고 멋스런 미소년
거상백안망청천擧觴白眼望靑天 잔 들고 눈 흘겨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교여옥수임풍전皎如玉樹臨風前 바람 앞에 옥수玉樹처럼 빛났다
소진장재수불전蘇晋長齋繡佛前 소진은 수놓은 부처 앞에 늘 재계 했는데
취중왕왕애도선醉中往往愛逃禪 취중에 왕왕 참선 피하길 좋아했다
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 이백은 한 말에 시가 백편
장안시중주가면長安市中酒家眠 장안 저잣거리 술집에서 자다가
천자호래불상선天子呼來不上船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자칭신시주중선自稱臣是酒中仙 스스로 칭하기를 ‘신은 주중 신선이요’
장욱삼배초성전張旭三杯草聖傳 장욱은 석 잔이면 초서의 성인이라 전하는데
탈모노정왕공전脫帽露頂王公前 왕과 귀족 앞에 모자 벗고 정수리를 내놓고
휘호낙지여운연揮毫落紙如雲煙 선지宣紙 위에 붓을 휘두르면 마치 구름과 안개 같고
초수오두방탁연焦遂五斗方卓然 초수는 다섯 말에야 취기가 오른 듯
고담웅변경사연高談雄辯驚四筵 고담웅변으로 좌중을 놀라게 했다
 
지장知章 ; 하지장賀知章(당唐659~744)
안화眼花 ; 공화空華, 눈앞에 불똥 같은 게 어른어른 보이는 것
여양汝陽 ; 여양왕, 당唐 현종玄宗의 조카.
주천酒泉 ; 감숙성甘肅省 가욕관嘉峪關 동남 30킬로 지점 소도시
좌상左相 ; 좌승상左丞相 이적지李適之
백천百川 ; 바다
락성樂聖 피현避賢 ; 맑은 술 성주聖酒를 즐기고 탁한 술 현주賢酒를 피했다
종지宗之 ; 최종지崔宗之, 생몰년 미상
소진蘇晋 ; 스님, 생몰년 미상
장욱張旭 ;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 때(8세기 후반)의 서예가. 자字 백고伯高. 장쑤성[江蘇省] 우현[吳縣] 출생. 초당初唐의 서예의 대가 우세남虞世南의 먼 친척이다. 술을 몹시 좋아하고 취흥이 오르면 필묵을 잡았으며, 때로는 머리채를 먹물에 적셔서 글씨를 쓰는 등의 취태醉態가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장전張顚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장욱에게 필법筆法을 배운 안진경顔眞卿은 그의 서법書法이 진정한 것이라고 평하였다. 초서를 잘 썼으며, 얼핏 보아서 분방하게 느껴지는 광초狂草에도 그 바탕에는 왕희지王羲之·왕헌지王獻之의 서법을 배운 소양을 엿볼 수 있다. 장욱이 자신의 서풍書風을 세우게 된 유래를 적은 《자언첩自言帖》이 전해진다.
선지宣紙 ; 동양화와 서예에 쓰는 종이
초성草聖 ; 초草는 초서草書, 성聖은 한 방면에 더할 수 없이 뛰어난 사람
운연雲煙 ; 용비봉무龍飛鳳舞하여 구름과 안개가 이는 듯
초수焦遂 ; 생몰년 미상에 포의布衣라 했으니, 벼슬 없는 선비였나 봅니다.
방탁연方卓然 ; 비로소 술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연四筵 ; 사방 대자리니 좌중을 말합니다.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는 악부가행樂府歌行입니다. 한무제漢武帝가 교외에서 제사지낼 때 예법을 챙기느라 악부樂府를 설치했고 시인들의 시를 채집하여 노랫말로 묶었습니다. 이는 은殷나라 때는 고종瞽宗이라 했고 주周나라 때는 고종瞽宗에 대사악大司樂을 더했으며, 한나라 때 악樂을 가르치는 관청 악부樂府에서 곽무청郭茂倩이란 이가 악부시樂府詩 백 권을 시경詩經의 속편처럼 내었습니다. 그 후로 시인들은 악부시樂府詩를 노랫말로 지었습니다.
 
33년간 지키던 치과 문을 그냥 닫아걸기가 아까워 조금씩 손을 보고 고치고 칠을 해서 지역 문화공간으로 만든다고 막노동 수준으로 힘을 썼더니 늘그막 몸의 고단함을 이기기 힘들군요. 그래서 동네 아우님들과 술 몇 잔 들이켰더니 여덟 신선이 부러워져서 자료를 뒤적였습니다. 원고 마감 날도 어기고 늦게 글을 올립니다. Trifagiolo lecture cafe & kitchen gallery 세알콩깍지…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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