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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베트남전 인식의 모순 2[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송필경 | 승인 2017.06.22 16:30

 

(ⓒ송필경)

불교 용어 제(諦)는 진실, 진리라는 뜻이다. 진제(眞諦)는 진실 그 자체며, 속제(俗諦)는 세속의 방편적 진실이라 불교에서 말한다.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진 담장은 ‘진제’로, 담쟁이 잎을 그려 넣은 담장을 ‘속제’라 내 나름 비유를 해 본다. 흔히 말하는 선의의 거짓이 속제일 수도 있다.

나는 선거 때 문재인 후보를 되도록 냉정히 봐라봤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선한 눈빛에는 인간적 신뢰가 무한했지만, 다소 어눌한 말투는 그렇다 하더라도 긴급한 정치 현안에 대해 굼벵이 같은 대응력에는 정치적 신뢰를 보낼 수 없었다.

지난 4월 25일 대선 후보 TV 합동 토론 때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자서전인 <운명> 가운데 베트남전쟁에 관련해서 쓴 대목을 문제 삼았다.

"132면에 보면 '미국의 월남전 패배와 월남의 패망은 진실의 승리다. 희열을 느꼈다'고 기재돼 있다. 우리 장병들이 5천 명이나 죽었다. 그런데 월남 패배와 미국의 패배에 대해 희열을 느꼈다고 썼다. 공산주의가 승리한 것인데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냐.“고 색깔론을 꺼냈다.

나는 이때 아차 싶었다. 문 후보가 확실한 지식으로 명백하게 답변을 하지 못할 때는 수구의 악질적인 전매특허인 색깔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바로 이전에 있었던 TV 토론에서 ‘성소수자’ 문제로 홍준표에게 어설프게 휘말렸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에 문 후보는 "리영희 선생의 <베트남전쟁>은 3부작인데 1부 2부 그 중간에 월남의 패망이 있고 그 이후 3부는 논문이다.“며 "아주 중요한 국제적인 그런 사건을 놓고 1, 2부와 3부가 수미일관 된다는 점 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아주 어긋난 답변을 했다.

천박한 자들은 언제나 천박한 지식으로 상대방에게 O X를 천박하게 강요한다. 여기에는 무심코 걸려들고 난 뒤에는 아무리 잘해도 본전도 못 뽑는다. 홍준표는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천박한 자가 아니던가.

홍준표의 거듭한 색깔론 제기에 문재인 후보는 밋밋한 헛웃음을 짓거나 머뭇거리며 딴 주제로 구렁이 담 넘듯 슬며시 공세를 피해버렸다. 나는 다행이다 싶어 ‘휴’ 하며 가슴 쓸어내렸다.

다음날 홍준표가 문제 삼았던 문재인의 자서전 <운명>의 131〜132쪽을 찾아보았다. 나는 까무러치듯 놀랐다. 아주 짧은 글에서 베트남전쟁의 성격과 본질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에 대해 내가 본 국내 글 중에서 리영희 선생의 글 다음으로 가장 적확한 시각이다.

나는 2012년 대선 후 이제까지 문재인 후보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다가 이 토론 후 가슴이 훅 달아오르게 바라봤다.

문재인 후보가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굼 뜬다고 생각했던 것은 겉모습(속제)이고 실은 사려 깊고 신중함이 속마음(진제)이라 여겼다. 뛰어난 말솜씨에 순발력이 빠른 정치 감각을 지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 되었다. 대통령 노무현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간적인 진솔함이란 엄청난 장점을 지닌 정치인이었지만 거리낌 없는 말투로 화를 부른 적이 종종 있었다.

문 후보는 예상대로 거뜬히 대통령에 당선했고 곧바로 취임했다. 준비한 대통령답게 진정성 있는 대통령 취임사와 적재적소에 인사를 선임하면서 우리 정치 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국민적인 신뢰가 대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추념사를 통해 광주의 영령에 진솔하게 다가감으로써 호남인들이 그에게 보인 그동안의 불안한 시선을 말끔히 지웠다.

지난 현충일 기념사에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의 노고와 애국심을 치하하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우리의 베트남전쟁의 참전은 다른 나라 역사에 부당하게 간섭한, 우리 민족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다. 이는 단순 참전이 아니라 돈 벌기 위해 미국의 침략에 공범 역할을 한 박정희 권력이 저지른 명백한 죄악이었다.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 반 동안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연인원은 약 32만여 명이다. 직접 전투를 한 군인은 일부이고, 훨씬 더 많은 수의 군인은 보급부대, 의료지원 부대 같은 비전투 부대에 근무했다. 베트남에 갔지만 이른바 ‘베트콩’을 보지도 못했고, 총 한 방 못 쏴본 군인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왜 우리가 사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참전 군인이 실제 많이 있다.

일부 군인만 잔악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베트남전쟁 참전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의 나라 역사에 폭력으로 간섭한 자체가 죄악이다. 소수가 저질렀더라도 잔혹한 민간인 학살은 국가 범죄라 단정하여야 한다.

1970년대와 80년대 고등학교 교련을 경험한 세대는 잘 알리라. 많은 교련 교사가 베트남 참전군인 출신이었고, 그들이 고교생을 상대로 민간인 학살이란 잔악한 행위를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이처럼 떠돌던 이야기는 1999년 베트남에서 현대 역사를 전공하는 구수정 선생이 역사적 증거를 찾아 민간인 학살의 전모를 밝힘으로써 사실로 드러났다.

나는 2001년부터 베트남전쟁 참전을 사죄하고 두 나라 사이 화해를 모색하고자 결성한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일원으로써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베트남 역사를 공부했고, 학살지역을 찾아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는 노력을 했다.

대한민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해 인간 문재인은 시대의 악행을 고민한 지성인으로써 ‘진제’를 알고 있지만, 현실 정치를 다루는 대통령으로써 ‘속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모순(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이 앞서지 않는 정치인 문재인에게 나는 그간 오해를 풀고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문재인의 엄청난 미덕은 진솔한 인간 노무현의 친구이자 제자였다는 점이다. 문재인은 대통령 노무현의 비극을 바라보며 학습하고 준비한 대통령임이 분명하다. 수구 반동의 돌부리에 다시 걸려 넘어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문재인 정부는 혁명 정부가 아니라 개혁 정부다. 개혁은 혁명보다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지성인 문재인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인식이 확고한 만큼, ‘속제’에서 ‘진제’로 한발 한발 가까이 다가가는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리라 기대한다.

***
이번 현충일 기념사 가운데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한 언급을 베트남 정부 측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국민을 위해 참전 군인들의 공을 공개적으로 치하하고 위로한 것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에는 아픔이었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운명>에서 홍준표가 문제 삼은 글을 베트남 정부 측에 보내고 싶다. 다음은 '운명' 131~132 페이지에 걸쳐 있는 해당 대목의 전문이다. 이글이 문재인이 베트남전쟁을 보는 ‘진제(眞諦)’다.

『대학시절 나의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그 무렵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했듯 리영희 선생이었다. 나는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간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베트남 전쟁’ 논문을 ‘창작과 비평’ 잡지에서 먼저 읽었다.

대학교 1, 2학년 무렵 잡지에 먼저 논문 1, 2부가 연재되고, 3학년 때 책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접한 리영희 선생 논문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성격, 미국 내 반전운동 등을 다뤘다. 결국은 초강대국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끼리 하숙집에서 은밀히 주고받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제시돼 있었고 명쾌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논문과 책을 통해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추상같은 자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두려운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것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억누르는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나중에 월남패망 후 ‘창작과 비평’ 잡지에 베트남전쟁을 마무리하는 논문 3부를 실었다. 그러니 월남패망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사이에 두고 논문 1, 2부와 3부가 쓰여진 셈이었다. 그 논리의 전개나 흐름이 그렇게 수미일관할 수 없었다.

1, 2부는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다. 3부는 그 예고가 그대로 실현된 것을 현실속에서 확인하면서 결산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치과, 본지 논설위원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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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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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비 2018-08-20 09:52:08

    치과계 내부의 문제도 많은데 굳이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참 쉬운 길이다.   삭제

    • 이현 2018-08-16 04:34:53

      건치신문... 별게 다있네.
      조중동 저리가라네!ㅋㅋㅋ 대다나다!   삭제

      • 문재앙 2018-07-26 21:40:02

        참 진짜 시뻘건 글이네? ㅋㅋㅋ 진짜 한심하다 적화통일 되면 문재인을 비롯 대남전략에 적극 가담한 이들부터 숙청이다! 건치? 송필경? 니네도 적화통일 되면 혹시 공로를 인정받아 대우받을줄로 생각하냐? 뒈지는거 1순위가 니네들 같은 배신자들이여~ 이 저능아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

        • 관리자 2018-02-12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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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던 사람 2018-02-11 08:29:36

            OX 색깔론은 경계하지만 홍준표는 천박하다고 X 주는건 또 뭔가요? 이런 논리로는 깨시민 할 자격 없습니다. 대통령 공천권때 '깨시민' 분들이 뭐가 화나서 안희정 박원순 후보에 폭탄 문자 돌렸는지 왜 비 민주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지 해명 해야 될겁니다!   삭제

            • schenker 2017-06-23 11:11:25

              역시 송필경 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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