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직접적인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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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직접적인 참여를 바란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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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 독자좌담회, 치과계의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편집자주) 지난 1993년 5월 창간한 건치신문이 지난 1월 175호를 마지막으로 오프신문시대를 마감했다. 본사는 ‘제2의 창간’ 선언으로 치과계라는 울타리를 넘어 국민들 속으로, 그리고 21세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걸맞게 독자들 속으로 더욱 밀착해 들어갈 온라인 건치신문의 재탄생을 위해 지난달 3일 건치강당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건치신문’을 화두로 독자좌담회를 열었다. 이에 소종섭 본사 편집국장의 사회로 오후 8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독자좌담회’를 정리해 싣는다. 
 

▲ 본사 소종섭 편집국장

소종섭: 1993년 5월에 창간된 건치신문이 벌써 만 16세의 청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젊은 치과의사들이 만드는 치과계 유일한 정론지’를 표방하면서 건치신문은 애초의 회원소식지에서 지금의 치과의사대중지로 나름의 자리매김을 해온 바 있다.

이제 온라인시대라는 시대조류에 맞추어 ‘치과계를 넘어 국민들 속으로,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독자들 속으로’라는 문제의식 하에 온라인 건치신문으로 ‘제2의 창간’을 눈앞에 두면서, 애정 어린 독자들의 눈으로 온라인 건치신문의 발전을 점검해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역사 속에서, 특히나 지난 2004년 10월 온라인 신문을 창간하면서 건치신문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독자 여러분들은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느끼고 계시는 지, 그리고 현재의 건치신문에서 어떠한 느낌을 받고 계시는 지 무척 궁금하다.

신순희: 치계내 일반적인 이미지는 ‘건치의 기관지’가 아닐까 한다. 이것은 건치신문이 변화하든 아니든, 또한 그 변화의 폭이 크건 작건 간에 애초의 시작이 그랬던 것만큼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듯싶다.

그런 만큼 오히려 고정된 이미지에서의 탈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신문의 내용과 질에 대한 승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주위에서 평가하는 건치신문은 특히 온라인 신문 창간 이후 ‘문화면 빼면 시체지’하는 평가가 많다. 문화가 결합되지 않으면 운동이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양승욱: 기관지라는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현재의 치협이나 건치의 정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연 차이가 무언가 싶을 정도로 많이 줄어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영리법인이나 민간의보 등의 문제에서 치의신보와 건치신문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

오히려 이런 정책적인 틀보다는 치과의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그것을 다루어나가는 관점과 내용에서 그 차이가 더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의 건치신문을 보면 오히려 정책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컨덴츠의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나성식: 정책을 다룬다고 하면 신문은 시사성이 있어야 하는데 건치신문이 자주 나오지 못하면서 오히려 치의신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치신문이 추구하는 성격 상 나는 그동안 치계 내에서 정책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것에 대해 대안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앞으로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나전치과 나성식 원장
그냥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제시를 통해 치과계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실현시켜나가는 데 기여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예측 가능한 결과가 있어야 정부나 정치권 등을 설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치과계 내에 전문가가 드물다는 현실을 감안해 건치신문에서는 이들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한다. 특히 온라인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이러한 전문가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온라인기사가 남의 것을 베끼는 수준에 머물고 말텐데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쨌든 다른 치과계 신문이 한결같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데 건치신문은 이에 부합하지 말고 제 길을 가면서, 예를 들면 고령화시대에 역시 더욱 고령화되어갈 치과의사들의 가족관계나 건강, 여가 문제 등 현재의 정책현안들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을 좀 더 많이 발굴해서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송학선: 세상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마치 옛날 흑백 TV가 컬러 TV로 변했던 충격처럼... 최근에 가까이 알고 지내는 신문사 기자가 ‘종이신문은 길어도 6년을 못 버틴다’면서 ‘결국 온라인 신문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주위에서는 건치신문의 기사를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치과의 위생사들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권해도 ‘글’이라면 우선 잘 읽지를 않는다. 컬러 비쥬얼 시대에는 결국 ‘이미지’만 남는 것 같다. 신문의 ‘칼라(색깔)’보다는 얼마나 격조 있게 이를 ‘비쥬얼화’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온라인으로의 제2창간은 잘 한 선택이지만, 이를 더욱 고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양승욱: 다시 생각해보니 어쨌든 건치신문이 기관지적 성격이 당연히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문제는 건치신문이 독자들은 물론 건치 회원들까지도 앞질러 고민을 먼저 내던졌던 데 있고, 이것이 회원들이나 독자들에게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오히려 더 안 읽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독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는 의미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온라인 건치신문 창간 이후 지난 1년 간 과연 이러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형태의 변화는 있었지만 아직도 ‘기사’만 읽는 행태는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온라인 건치신문 안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과계의 정론을 형성해 가는 모습은 거의 없었지 싶다. 왜 그런가? 예를 들어 어떤 정책과 관련해 지금까지 건치신문은 하나의 뚜렷한 결론이 있는 글들만 실어 왔던 것 같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성급하게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화두를 던져서 활발한 토론을 일으켜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소통인 것이다.

소종섭: 건치신문 자체적으로는 편집국 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호소력 있는 매체가 되려면 상호 소통하는 신문, 열려 있는 신문을 통해 건치신문이 여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것이 온라인 건치신문의 창간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는 ‘건치 기관지’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것 같다. 온라인으로의 ‘제2의 창간’을 선언한 이제는 ‘쌍방향’이라는 온라인 특성을 더욱 살려야 하는데, 지난 1년은 오프와 온라인 신문이 공존하면서 서로 발목을 잡아오지 않았나 싶다.

이와 관련 건치신문이 주력하고 있는 정책적 접근, 이를테면 치과계내 자기 개혁이나 투명성, 나눔의 문제, 의료의 공공성 관련 기사들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읽히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이것이 사회적 반향이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신순희: 처음 온라인 건치신문이 창간하면서 기대가 참 많았다. 당연히 ‘치과계의 오마이뉴스’가 되리라 생각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내가 오마이뉴스를 읽는 이유는 그곳에 들어가면 무수한 댓글을 통해 여론의 향방을 알 수가 있다는 점 때문인데, 온라인 건치신문을 통해 이런 토론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이다. 건치신문은 경직되어 있다. 16년의 역사를 가진 오프신문의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고, 또 이것은 한편으로는 인력의 부족에서 오고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이게 100% 핑계거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온라인의 장점은 실시간 평가인데, 이걸 못하고 있다.

독자들이 다가오길 기다리면 절대 안 되는 법이다. 구조와 장을 만들고, 이들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를테면 노인틀니급여화 문제도 독자들의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가 있었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게 온라인인데도 지난 1년 동안 이러한 작업들을 방기해 오지 않았는가? 처음엔 어렵겠지만 이를 해내야만 한다. 온라인 건치신문이 살아남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 송학선치과 송학선 원장
나성식: 들어오는 사람이 1천만 명이라는 숫자를 감안한다면 오마이뉴스의 댓글은 생각보다 많은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치과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은 생각보다 이런 댓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어디를 가든 전문가 집단의 댓글은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사실 이것보다는 건치신문의 성격이 명확한 만큼 이제는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대표적으로 현재 치협은 건치 출신 인사를 이사로 끌어오면서 상당한 업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생각이 일정 정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일 텐데, 건치신문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기본적인 신문의 정체성은 가져나가더라도 이러한 폭 넓은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고정된 신문의 성격을 탈피해 나가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는 온라인으로의 출발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향후 우리 치과계에서도 종이신문은 1-2개만 살아남고 결국은 없어지고 말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치협 역시 온라인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마인드가 아직은 40대 초반 정도가 한계라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어쨌든 앞으로의 문제는 온라인 건치신문이 어떻게 내용을 담보하면서 독자들에게 읽히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더욱 분석적이고 적극적인 기획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치협회장 선거시 각 후보들의 공약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실천가능성 여부까지 다루어 보는 것인데, 이는 그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과 함께 당선 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방식도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앙케이트란 방식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순희: 전적으로 동감한다. 대중지라면 이제는 그들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 직접 참여하고 그러면서 그 일부가 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그 구성원이 되지 않으면 이제 대중은 그 속에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또 그래서 따라오지도 않는다.

나성식: 실제로 이런 오늘의 모임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원 가입 방법도 간단히 할 수 있게 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만 있다면 모두들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송학선: 쌍방향커뮤니케션을 추구할 때는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운영도 필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참가했지만, 막상 기사를 쓰려고 하면 자꾸만 멈칫거리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시민기자 교육도 진행했는데, 건치신문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면서 이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문턱’을 낮추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온라인 신문의 특성상 다양성이 결여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만 한다.

▲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
신순희: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턱’의 문제에 공감한다. 나도 어려움을 느껴 기사를 건치신문에 쓰지 못했던 적이 많다. 실제로 누구나 한 번은 기사를 직접 써보겠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적극 끌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양승욱: 건치신문의 편집과정에 일정 정도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현실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까 정책기사를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 섬세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노인틀니 700억이면 가능하다’는 기사처럼 논문을 인용했지만, 이 연구결과가 오류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검증과정이나 그런 것은 많이 생략된 것 같다.

단신으로 몇 개나가고 설명하면서 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접근만 했을 때는 독자들을 설득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치과의사 윤리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기사를 쓸 때는 당위론적 접근만이 아니라 일반 치과의사들, 나아가 환자들의 입장까지도 충분히 고려가 되어야 한다. 너무 앞서가지 말고 독자들과 한걸음, 한걸음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성식: 틀니문제가 나온 김에 한마디 하면 이런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그러면 그렇게 이가 다 빠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하는 점이다. 틀니를 하는 것보다는 이가 안 빠지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데, 이러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지... 모두가 우리 치과의사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노인틀니를 하는데 만약 100억이 든다면, 이중 30%는 이를 안 빠지게 하는데 쓸 수는 없는지, 등등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것 같다.

유럽을 가보면 학교에서 구강검사표로 철저한 관리를 해 사실상 전 세계에서 노인틀니문제를 고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렇다 쳐도 이 문제 가지고 미래의 치과의사들인 현재의 치대생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양승욱: 노인틀니급여가 좋은 여건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게 하려면 치과의사들도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설득과정도 필요할 것이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과 더욱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치과의사들이 노인틀니를 툴툴거리면서 하기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게끔 하려면 윤리적인 측면이나 사회적 책임(인간의 기본 욕구인 저작권은 어떻게는 회복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종섭: 오늘 이 자리에서는 건치신문이 어떤 고정된 관점 하에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 치과의사들이 사회를 보는 태도나 어떤 정책을 볼 수 있는 토양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던져진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것이 바로 우리 건치신문이 지금까지 해왔어야 할 역할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잘 해오지 못한 이러한 일들을 ‘제2의 창간’을 선언한 온라인 건치신문으로의 집중을 통해 앞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이 지적된 치과의사문화와 관련 개인적으로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다. 독자들의 이러한 관심을 온라인 건치신문이 담아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해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

송학선: 요즘 ‘어른의 학교’라는 모임에 참가 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도 치과의사가 몇몇 있다. 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옛날 건치 전에 청치를 만들던 시절이 생각났다. 진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만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혹시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우 폐쇄적인 것이 우리들 치과의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6월항쟁 이후 청치를 만들면서 ‘진료실에 폐쇄적으로 갇혀있는 사람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내자’는 말들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직접적인 참여가 바로 이런 장애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과정이 될 수가 있을 것 같다.

문화를 직접 향유하고 즐길 때 그 창조적 쾌감은 굉장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쾌감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건치신문에서 새롭게 이를 조직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수요일 진료시간 비우고 답사가자, 아니면 토요일 일찍 끝내고 한 번 가자, 이런다면 처음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욕구는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분명히 있을 것이다.

힘들다 생각하는 이것만 넘으면 치과의사로서 더욱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살 수도 있는데, 이런 것을 건치신문이 기획해보면 어떨까? 또는 사진이나 그림 같은 동호회를 만들어 전시회를 하자거나, 이것도 힘들면 개인소장품 전시회를 한다거나 해서 직접 의미부여를 하면서 참여를 하게 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 같다. 아니면 우리 치과의사들은 치과 속으로만 소외돼 들어가고 말 것이다.

나성식: 개인적으로 사진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 결혼식 초청장을 보내오면 부조금을 내기보다는 직접 사진기를 들고 가 결혼식 사진앨범을 만들어 주곤 한다. 그러면 다들 매우 좋아하고, 나도 기분이 좋고 그렇다.

그리고 치과의사로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기부문화의 활성화와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retire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 들어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우리 치과의사들의 입장에서는 활발한 기부문화의 정착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를 불식시켰으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지금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치협이나 스마일재단 등과 함께 릴레이기부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활동을 모색 중에 있다.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사람의 힘을 모으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 이대푸른치과 신순희 원장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 치과의사들은 이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고령화될 우리 치과의사들의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지, 건치신문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만 어쨌든 나이든 이후를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갈 수 있는 retire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신순희: 처음 건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건치신문은 나에게 건치와 함께 다가왔다. 여자 치과의사로 참 대단한 여성 선배들이 있었음에도 다들 건치를 떠나간 것에 매우 놀라기도 했다. 나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개인적으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변화했고 그러면서 개인의 삶이 더욱 풍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의(어쩌면 건치신문까지도)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관심이 한편으로는 시류에 편승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여성주의’란 최근의 트렌드는 타자의 입장을 인정하고 그러면서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여성주의자라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하고, 그래서 국민의 구강보건이나 구강건강이 또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양승욱: 치과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완벽을 추구하다 문득 이게 아니다 싶은 감정을 느낄 때 그런 성인지적 관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남자 원장과 여자 직원이라는 관계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전문가라는 허상을 인정한다면, 경우에 따라 이에 대한 교양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전문가주의’란 우리가 전문가로 가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많은 사람들은 그냥 내가 전문가라고 믿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주 나쁘게 말하면 ‘허상’이라거나 ‘위선자’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건치라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단순한 치과의사로서의 전문가가 아니라 이 사회 속 문화적 담지자의 하나로서 우리 치과의사들이 어떤 전문가적 모습을 가져나가야만 할 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소종섭: 많은 시간, 좋은 말씀들을 해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 많은 얘기들을 했으면 하지만 시간 관계상 오늘은 이에서 그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도 ‘제2의 창간’을 선언한 온라인 건치신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며, 오늘의 소중한 자리를 토대로 건치신문이 더욱 새롭게 정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흔쾌히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만 좌담회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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