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후 치과의료체계 정립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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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치과의료체계 정립 꿈꾼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7.07.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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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치과의사협회 남북구강보건의료협력특별위원회 최치원 위원장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개성공단 재개 이후 대비에 돌입한 가운데, 남북통일 이후까지의 대북사업 중장기 목표 설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이하 남구협)는 지난 달 29일 회관에서 관련 집담회를 열고, 복지부 산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KOFIH)과의 업무 협의를 위한 첫 발을 뗀 바 있다.

참고로 남구협은 2006년 발족과 동시에 '평양 조선적십자병원 구강병동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으며, 구강병동의 전기, 수도시설 확충과 내부 공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남북 공동 수술시연과 같은 학술·기술 교류를 추진해 남북 구강보건의 동반성장에 기여했다.

또 2007년부터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개성공업지구에 북측 근로자 구강진료를 위한 협력구강병원 설치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이듬해 이동치과병원 제작이 완료되면서 적극 추진되는 듯 했으나 같은해 금강산 피살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이후 주춤했던 치과계 대북사업이 재개된 시점은 2011년 12월 무렵이다. 당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외협력이사였던 최치원 부회장은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의료사업을 위해 경기도의료원과 MOU를 체결하면서 개성에 발을 내었다.

▲최치원 부회장

현재 치협 남북구강보건의료협력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부회장은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첫 방북 당시를 회상하며 추후 치협의 대북사업 활동방향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당시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정관을 보니, 남북협력사업이 대외협력 소관이었다. 평소 북한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반가웠다. 운좋게 당시 백광우 교수가 경기도의료원 중증장애인센터장을 맡고 있었고, 경기도의료원이 개성공단 보건의료 총괄권을 위임받고 싶어 하던 차였다. 치과쪽으로는 남구협에 연락이 왔고 함께 가보자는 제의를 받았던 게 시작이다."

이후 아쉽게도 경기도의료원이 위탁사업 선정 경합에서 떨어지고 일산 백병원이 총괄권한을 수임하게 되면서 남구협에도 제동이 걸렸다. MOU를 맺었던 경기도의료원이 손을 떼면서 남구협은 철수해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오히려 위기는 기회가 됐다.

"백병원과 개성공단 측에 이야기 해서 1년간 구강보건사업을 맡기로 하고, 그 기간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치과의사는 20년차 이상, 치과위생사는 10년차 이상으로만 선발해 양질의 진료를 제공했다. 이미 우리가 제공한 양질의 진료에 젖어든 상황에서 검진과 상담 정도로 축소된 진료활동에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얼마못가 2008년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단행되면서 백병원 의료진이 전원 철수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직 남측근로자들이 다 남아있는 상황이라 당시 백병원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고 개성공단이 재개되면서 위탁사업은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넘어갔다.

의정부 성모병원과의 협상에서는 우리(남구협)가 치과 분야 단독 사업권을 주장했다. 다행히 그간 남구협이 쌓아놓은 이미지나 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높았던 차라 치과 분야 단독사업을 따내게 됐다.
나는 이 대목을 크게 평가한다. 앞서 대북진료사업에 참여하면서도 항상치과는 메디컬 산하로 인식됐는데, 처음으로 분리가 됐기 때문이다. 치과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는 것을 모두에게 인식시킨 셈이다. 나아가 치과의료법을 단독으로 제정하는데도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후 남구협의 굳히기 한판은 임플란트센터의 설립이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우호적 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남구협의 노력이기도 했다.

"뭐든 더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치아미백도 이벤트식으로 진료하고, 금연강의도 했다. 결정적으로 임플란트센터를 만들어 월 1회 몇 명씩 대상자를 선정해 임플란트 시술 혜택을 줬을 때 호응이 컸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돈은 없지 않지만 늘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근속연한, 업체분담금(공과금) 절약 정도 등을 평가 기준으로 만들어 대상자 명단을 선정하고 예진 후 1년치 진료스케줄을 잡아뒀다. 당시 신청자가 줄을 섰는데, 인기가 어느정도였냐면 개성공단에서 기다리는 날이 '월급날'과 '치과 들어오는 날'이라고 할 지경이었다.(웃음)"

그러나 구강진료사업이 연속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조금씩 바뀌면서 진료의 표준화가 시급해졌던 것이다. 치협은 진료 매뉴얼 만들기에 돌입했다. 모든 충전치료는 레진으로 통일하고, 하루 3개 이상은 하지 않는 것으로 국한했다. 북측의료진이 가장 힘들어하는 신경치료를 최 부회장이 맡았고, 임플란트센터 설립 이후 기공사협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공실도 대부분 셋팅을 마쳤다.

이제 1박2일 진료일정 중 첫날은 본을 뜨고, 치과기공사들이 저녁에 기공을 마치면 다음날 아침에 씌워주는 진료계획까지 세워놓고 본격화하려던 차에 개성공단이 폐쇄됐고, 현재까지 중단상태이다.

특위 바로세우기→건치‧KOFIH 등과 호흡 맞출 것

최치원 부회장은 남측 근로자 진료 필요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최 부회장은 정권교체 이후 내년이면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북측근로자 진료가 허용되진 않았지만 그들의 환경을 미리 접하고, 간접적으로는 북측진료소의 인건비를 남구협이 부담키도 했다.

"북한은 치과기자재가 열악해 신경치료 자체에 어려움이 많다. 구치부에 구멍을 내고 근관을 찾고 X-ray로 결과물을 찍어 보였을 때 반응이 가장 좋았다. 우리가 남측근로자에 제공하는 치과의료기술을 보여주고, 그들의 치과의료 실태를 파악하는 것 모두가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 본다."

최 부회장이 평가하는 대북 구강진료사업의 또 다른 자산은 견고한 인력풀이다. 치과가 단독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동력이자, 대북사업에 대한 치과계의 큰 경험치라고 그는 말한다.

"치과계 인력만 300명 이상이 투입됐다. 이들 모두가 북한을 경험했던 치과계의 자산이다. 인건비도 없이 무료 봉사로 시작해 나중엔 적은 예산으로도 운영을 잘 했다. 지금도 상당 부분 예산을 모아뒀고, 개성공단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치원 위원장

최 부회장은 남구협과 특위의 활동방향을 크게 단기와 중기, 장기 세 가지로 나눴다.

"단기 목표는 지난 사업에서 남측근로자에 국한했던 진료사업을 북측근로자 대상으로 확대하고, 북측 치과의료진과의 학술교류 및 기술 이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개성공단 외부의 개성 지역 주민들에게 치과진료를 제공하는 것인데, 정기적인 진료 활동과 인적·기술 교류를 위해서는 현지 진료소 설립도 목표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통일 후 북측 구강보건의료제도가 정착토록 지원하는 것이다."

통일 이후의 치과의료체계 정립을 말하는 최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도 통일 이후 북녘에 '최치원치과의원'을 개원하는 게 꿈이다. 치과계가 대북사업 활동반경을 단순히 진료활동에 그치지 않고, 북한 내 보건의료체계 자료 수집 및 분석, 그리고 통일 이후 치과의료체계 재정립까지 목표하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그는 치협의 특위부터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치협의 특위가 바로서야 한다. 치협의 특위와 건치의 남북특위가 쌍두마차로 보조를 맞춘다면 드림팀이 될 것이다. 건치는 대북사업에 있어 워낙 앞서 있는 단체이고 치협이 더 따라잡을 수 없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면, 건치는 NGO단체로서 가지는 한계를 치협이 극복해줄 수 있다. 마침 김철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협회장 역시 대북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여러모로 시기가 좋다. 건치와 KOFIH, 통일부 등 유관단체와의 연결고리는 어느정도 마련해뒀다. KOFIH의 대북진료사업에 치과계는 견고한 인력풀을 제공하고, 치과계는 복지부 산하 KOFIH의 지원을 받아 사업의 체계를 갖춰나가려 한다.

통일 전후로 공공치과의료체계를 설계하는 작업도 미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 남측은 이미 의료산업화가 한참 진행된 상황이라 공공의료가 취약하지만, 통일 후 북한에서는 공공의료를 먼저 셋팅하고 추후 산업화를 부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남측의 치과의사 인력이 북측에서 진료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전체 치과계의 숨통이 트이고 치과산업도 활성화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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