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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와 4차 산업혁명의 허구[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김형성 | 승인 2017.07.13 17:38

 

의료서비스에 대한 글에서 의료민영화, 의료상업화, 의료산업화 등의 비슷한 어감의 단어들이 혼용되어 쓰이는 일을 자주 본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세 가지의 의미를 정확히 구분한다는 일은 나도 어렵다.

대충 의료민영화는 신자유주의라는 후기 자본주의 자본의 생존방식으로 나타나는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 중에서 건강보험, 공공의료기관 및 의료서비스가 민간기업의 소유, 경영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의료상업화는 공공적 성격의 의료서비스가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상품화’의 성격을 강조하는 말로 보인다.

문제는 의료산업화이다. 이 말은 뭔가 경제부흥과 이어진 긍정의 단어이면서, 일단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생각할 때 의료산업화를 반대한다는 말은 불온함을 넘어 비도덕적으로까지 느껴지게 한다.

실제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부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발언이다. “의료영리화는 자의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설정이 가능해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되는 구조다. 반면 산업화는 제약, 의료계, 한의학 관련 산업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국가가 마중물을 넣어줘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은 제약과 바이오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의료산업의 영역, 예컨대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제약회사들과 의료기기회사(삼성메디슨, 오스템, 바텍 등)들이 신제품을 만들고 상품화하는 데 있어서 ‘규제’ 때문에 제대로 크지 못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복지부와 기재부의 정책들은 대부분 규제 완화에 대한 것이었으며 특히 줄기세포 등과 관련한 신의료기술 및 제약규제는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위험천만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받은 제품은 고작 5개인데 이 중 4개가 한국에서 허가된 제품이다. 이에 대해 네이쳐지는 ‘한국은 동료평가(peer review)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치료제를 허가해 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산업화의 영역이 기존의 의료산업영역을 넘어섰다는 데에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영역으로 헬스케어를 손꼽는다. 2014년 ‘모든 규제 장벽을 없애는 규제 혁파 창조경제론’을 다보스 포럼에서 설파한 사람이 박근혜였고 그는 적폐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2016년을 지나면서 4차 혁명이라는 포장지를 입고 다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산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의료기술과 정밀의료가 동반된 헬스케어 산업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끈질긴 구애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포츈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5, 6, 7위는 모두 헬스케어 기업이었다. 한때 IT 기업이나 제약, 보험, 금융사들이 주류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헬스케어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경제와 함께 제계를 휘두르고 있다.

작년 12위, 올해 5위를 차지한 멕케슨은 북미 의약유통량 1/3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고, 작년 17위, 올해 6위를 차지한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은 개인과 기업의 건강보험 뿐만 아니라 오바마 케어와 같은 공공의료 부문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인제닉스라는 자회사를 통한 IT와 헬스케어의 통합 솔루션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메디케어(공공의료서비스)에 과잉진단과 허위 부당청구로 10년간 10억 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기도 했고, 오바마케어가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50만 이상의 가입자와 계약해지를 하여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 바 있다. 7위를 차지한 CVS 헬스는 미국 내 약국유통체인 2위이며 2015년 담배판매 중지를 선언하면서 건강기업 이미지로 크게 부각된바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기업은 원격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간이진료소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약국체인망을 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방편으로 담배판매를 중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헬스케어 산업은 세계 자본시장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크고 있다. 거기에 국내자본들이 눈독을 들이고 규제철폐를 위해 4차 혁명이든 5차 혁명이든 들고나오는 바야 자본의 본성일 것이다. 그러나 헬스케어 산업은 그게 국내이든 국외이든 결국 보건의료의 공공영역을 치료라는 작은 의료서비스 공급에만 축소하고 ‘건강’이라는 삶의 무한한 영역을 시장에 내놓는 반인간적인 산업이다.

그 근거는 위 3개 업체 모두 최악의 공공 의료시스템을 가진 미국이라는 사실이 보여준다. 의료산업화, 아니 이제 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된 헬스케어 의료산업화는 개인 모두의 호주머니 돈까지 노리는, 그리하여 개인의 주머니 사정이 그의 건강을 규정하게 하는 의료민영화+의료상업화+의료산업화의 복합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1국장, 본지 논설위원

김형성  schenker19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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