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의료인의 사회적 역량 바탕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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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의료인의 사회적 역량 바탕 돼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7.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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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정책연, 의료인 자율규제 현황 및 전망 짚어…자율규제준비위원회에서부터 단계적 접근필요

연이은, 이른바 의료스캔들로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는 명찰패용, 설명 의무화 등 의료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의료인들은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하면서 ‘의료인 자율규제’ 혹은 ‘자율 징계권’을 요구하는 상황.

그러나 한국 의료계는 다나의원 사태, 메르스 사태, 서울대병원의 故백남기 농민 사인 번복, 청와대 비선진료 등 바닥에 떨어진 의료인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굵직한 기회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어떤 자정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회장 전양호 이하 정책연)은 지난 12일 토즈 강남점에서 토론회를 열고, 자율규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최규진 교수가 ‘의료계 자율규제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환자 권익보호와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 보장 내용을 담은 ‘마드리드 선언’을 중심으로 자율규제의 역사적 맥락과 논쟁 지점에 대해 짚었다.

이어 정책연 김경일 연구원이 ‘자율규제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새로운 전문직업성의 원칙을 기초로 한 ‘자율규제 준비위원회’의 발족과 더 나아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규제’로 까지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두 발제자는 의료전문가 단체가 ‘자율규제 기구’에 어디까지 시민사회의 참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논쟁지점으로 보고, 의료인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규제…의사의 ‘사회적 역량’ 우선 보여줘야

▲최규진 교수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직업적 자율성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1987년 마드리드 선언이 채택됐으며, 2009년 뉴델리 선언으로 2차 개정이 완료됐다. 특히 뉴델리 선언에서는 의사에 의한 완전한 자율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 ‘제3자’의 개입을 어느 정도 열어두고 있는데, 여기서의 3자는 증진되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가르킨다.

이에 최규진 교수는 “사회와의 교류 속에서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자율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처리과정을 바탕으로 의료전문직의 권위를 높이고 사회 안녕과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자율규제 논의에서 뉴델리 선언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면허관리, 자율징계를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델리 선언 내용에 가장 부합하는 권한과 능력을 가진 곳은 영국 GMC로, 이는 독립된 기구로서 의료인 면허 등록부터 갱신, 그리고 의과대학에 대한 관리감독권한까지 수행한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자율징계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GMC의 권한을 우선 요구하면서, 권한이 주어지면 환자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GMC는 영국 의사들의 끊임없는 사회연대를 통해 사회적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설령 GMC와 같은 기구가 우리나라에 설치된다 하더라도 유지되기 어렵다”며 “현대 의료전문주의는 단지 도덕성이 아니라 ‘사회적 역량’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료계는 메르스 사태 등 자율규제의 선행적 사례를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음에도 전혀 나서지 않았고 그 결과 극단적 타율규제인 신해철법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의질 관리면에서도 1년에 보수교육 8점만 이수하면 되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율규제기구를 운영하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최소한의 의료의 질 유지를 위해 5년마다 최소 250시간을 필수 보수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 3년간 90시간 이다. 필수과목에는 의료윤리, 진료능력, 신약기술 등이 포함돼 엄격하게 관리‧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자율규제기구가 영국의 경우 면허박탈 등 징계위주로, 캐나다는 경고‧교육 등 전통적 징계를 행하는 등 양상은 다르지만 운영위원회의 비의료인 비율은 50% 이상이며, 결정기구 의장은 보통 비의료인이 수행한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뉴델리 선언 제5항의 내용인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의 질 관리 ▲진료를 책임지는 의사의 자격 관리 ▲의사의 직무수행 관리를 핵심으로 자율규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교수는 지난 1일 김진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의협의회에 참석해 의사 자율규제‧실손보험 통제권을 의사에게 주겠다는 발표를 한 데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이러한 정부의 태세전환은 의료스캔들로 인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동시에 의사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규제라는 형식으로 의협과 조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정부는 권한을 주고 그것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결국 책임의 화살은 의사에게 돌아갈 것이고, 사법권을 통해 컨트롤 할 방법도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걸음씩…자율규제준비위원회부터 시작하자!

▲김경일 연구원

정책연 김경일 연구원은 의료분쟁‧의료중재의 증가와 의료 상업화가 윤리를 기초로 한 전통적인 의료인 자율규제의 실패로 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환자와의 동반적 관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직업전문성을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자율규제기구에 설치에 앞서, 이에 대한 제반논의와 국민과 정부의 신뢰가가 부족한 상황을 짚으며 ▲치과의사와 공공이 함께 하는 공동규제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 담보 방안 ▲상업주의 배제 등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산하 ‘자율규제준비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스캔들 등 집단 내 치부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전문직에 의한 자율규제가 실패했단 반증”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과의 균형을 맞춘 ‘공동규제’가 필요하고, 자율규제준비위원회가 전초기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의료전문직이 자율규제기구 운영 기준의 설정을 주도하는 것이 의료인 자신과 환자를 위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문직은 독자적 지식에 기반해 적절한 기준을 가장 잘 결정할 수 있으며, 의료인 내부의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된 기준은 의료인에게 보다 수용적이기 때문”이라며 “기준을 설정하는 전문직과 그 기준에 대한 책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대중과의 균형이 ‘공동규제’며 우리의 역사적 맥락과 차이를 고려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자율규제준비위원회’를 통한 단계적 발전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앙윤리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윤리위원회에 일반인을 참여시켜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자율규제준비위원회에서는 자율규제에 관한 기준, 전문직업성 및 임상능력 향상을 위한 컨텐츠를 마련해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징계 요구권을 확대하고 벌금 및 교육이수 등의 행정명령을 정부에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정착되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독립된 자율규제 기구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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