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솔蟋蟀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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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솔蟋蟀 귀뚜라미
  • 송학선
  • 승인 2017.07.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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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47] 실솔蟋蟀 귀뚜라미 / 이건李健(조선朝鮮1614-1662)
(ⓒ 송학선)

실솔蟋蟀 귀뚜라미 / 이건李健(조선朝鮮1614-1662)

월명반야갱주영月明半夜更籌永 달 밝은 한밤중 다시 시간이 더딘데
추도심원실솔애秋到深園蟋蟀哀 가을에 이른 깊은 동산 귀뚤이 구슬프다
잔몽미성추침기殘夢未成推枕起 남은 꿈 못 이루고 베개 밀치고 일어나
빈장환선박창외頻將紈扇拍窓隈 빈번히 비단 부채 들고 창턱을 친다

주영籌永은 샘이 길다 즉 시간이 더디다로 풀었구요. 창외窓隈는 창 굽이 곧 창턱을 말합니다. 환紈은 흰 비단 입니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야 이눔아 고만 울어 하고 창턱을 부채로 탁 치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건李健(1614~1662)의 자는 자강子强, 호는 규창葵窓으로 선조宣祖의 일곱째 아들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1588~1628)의 아들입니다.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에 ‘이건은 효행이 지극했고 글씨와 시, 그림에 능 해서 세상 사람들이 삼절三絶이라고 일컬었다. 특히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영모翎毛를 잘 그렸다. 시는 두보杜甫를 익혔으며 글씨와 그림이 옛 법에 가까웠다. 인성군仁城君의 화禍로 말미암아 제주에 유배되었다’라고 전합니다. 여기에서 ‘인성군의 화禍’란 인조 6년(1628) 유효립柳孝立 등이 대북파大北派의 잔당을 규합하여 광해군 복위를 기도한 사건을 말합니다. 그 때 인성군이 광해군 복위 모의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진도珍島에 유배됐다가 동년 5월, 41세의 나이로 사사賜死됩니다. 이 사건으로 부인 윤씨와 이건 등 아들 3형제, 그리고 딸 한명이 제주도에 유배됐습니다.

저번 한시산책에서 화편花編 이야기 중 애련설愛蓮說의 주인공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북송北宋1017-1073)의 이름에 든 ‘턱 이頤’자를 잠깐 설명 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더 덧붙이겠습니다. 주역周易에 산뢰이山雷頤  괘卦가 있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긴 합니다만 주역 읽기가 쉽지 않아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읽는 법을 잠깐 소개 하겠습니다. ‘―’을 양으로 ‘--’를 음으로 하여 주역周易의 괘를 이루는 6개의 가로 그은 획을 괘효卦爻라 합니다. 6개의 효爻 중 아래 3개 효를 하괘下卦 또는 내괘內卦라 하고 위 3효를 상괘上卦 또는 외괘外卦라 합니다. 그리고 맨 아래 효를 초初, 그 위를 이二, 그 위를 삼三, 사四, 오五 그리고 맨 위 효를 상上이라 합니다. 그리고 양효陽爻인 ‘―’을 구九로 음효陰爻인 ‘--’를 육六으로 부릅니다. 그래서 이괘頤卦는 초구初九 이육二六 삼육三六 사육四六 오육五六 상구上九인 효爻를 가져 상괘는 간괘艮卦이고 하괘는 진괘震卦인 괘입니다. 그러니까 괘체卦體가 ☶ 이며 괘명卦名은 간艮이고 괘상卦象은 산山이며 괘덕卦德은 지止인 상괘 아래, 괘체卦體가 ☳ 이며 괘명卦名은 진震이고 괘상卦象은 뇌雷이며 괘덕卦德은 동動인 하괘가 결합된, 다시 말해 산 아래 우레가 치는 것이 이괘頤卦의 상象입니다. 치과의사로서 쉽게 비유하자면 움직이지 않는 상악上顎에 움직이는 하악下顎이 붙어있는 것이 이괘頤卦 즉 턱의 괘 인겁니다. 군자는 이 괘상을 살핌으로써, 언어를 신중하게 하고, 음식을 절제한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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