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첫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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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첫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 보건의료단체연합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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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한미 FTA와 보건의료 ⑦

III. 한미FTA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한국정부는 지난 1월 13일 미국에서 작년 8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었음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가 한미FTA 체결에 장애물이기 때문이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0일 일본정부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발견되자, 재개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였다. 또한 같은달 24일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한국정부와 캐나다의 쇠고기 수입재개협상이 중단되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정부의 압력에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첫째 되먹이 동물(반추동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게 했고, 생후 30개월이 안 된 소에서 내장·등뼈 등의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쇠고기는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은 광우병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이 규정보다 더 엄격하게 모든 뼈를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문제는 국제수역사무국 규정 자체에 있다.

소 사료로 되먹이 동물만 금지하면 된다고 규정한 것부터가 비과학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광우병 예방방법은 소에 대한 동물성 사료 전면금지”를 공식적으로 권고하였다.(광우병 위협에 대한 이해, Understanding of BSE Threat, 2002. 6).

되먹이 동물이 아닌 돼지나 가금류(닭, 오리)의 사료로 버려지는 소의 ‘살코기와 뼈를 갈아 만든 사료(Meats and Bone Meal, MBM)’가 사용되는 이상 유럽에서의 규정처럼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만이 광우병 위험을 먹이사슬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사육되는 소는 ‘채식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우병은 소가 소나 되먹이 동물의 버려지는 ‘살코기와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자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사육되는 소들은 빠르게 살을 찌우기 위해 ‘육식동물’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광우병 발생이후 소에게 동물성 사료가 금지되었으나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를 현재에도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되먹이 동물 사료만 금지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돼지와 가금류가 소를 먹고, 소가 다시 그 돼지와 가금류를 사료로 먹게 되면 광우병의 위험이 제거될 수 없다.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은 세계보건기구의 광우병 위험제거 지침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축산자본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수역사무국의 30개월 규정도 확실한 광우병 대책은 되지 못한다. 특히 미국의 검역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에서는 소를 도살할 때 소의 나이를 떠나 모든 소를 조사하는 반면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송아지는 광우병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의 광우병 잠복기는 대체로 4년에서 5년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로 수입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별도의 광우병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셋째 소의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 SRM)인 뇌수, 등뼈, 내장 등이 제거된 소의 살코기는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국제수역기구의 규정도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에 걸린 인간의 ‘근육’에서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나왔다는 논문이 미국 최고권위의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실렸다.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소의 살코기에서도 광우별 원인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넷째 최근 일본에서의 수입재금지사태는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이 불안전한 국제수역기구의 규정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소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인 등뼈가 불어있음은 물론 일본정부가 미국정부와 협약한 20개월 미만의 소가 아니라 30개월짜리 소의 고기로 밝혀졌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미국산 쇠고기는 뉴욕에 있는 '아틀란틱 빌&람'이 수출한 것으로 이 업체에는 미국 정부 검사관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번에 수입된 쇠고기에도 검사필 증명서가 붙어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쇠고기검사과정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광우병의 예방지침으로는 '소의 동물성 사료 사용금지, 검역 및 검사기준의 강화, 도축과정에서 살코기와 뇌수나 내장 등이 섞이지 않도록 할 것, 소 혈장 성분 인공분유로 송아지 사육 금지' 등이 있다. 유럽에서는 이 지침이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미 축산업계는 이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가 여전히 사용되고 송아지가 소의 피가 섞인 인공분유로 사육되고 있다.

또한 한국정부가 캐나다와는 광우병 소 발생을 이유로 캐나다 소 수입재개협상을 중단하면서 미국산 소 수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우선 미국최초의 광우병 소가 캐나다산이었던 것에서 드러나듯이, 캐나다의 소와 미국 북부지역의 소는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다.

캐나다 소의 미국 수입금지는 미국 최초의 광우병 소 발생 시기인 2003년 6월 이후 2003년 12월에 이루어졌다. 이 시기 전에 도입된 캐나다 산 송아지는 아직 30개월이 되지 않았다. 또한 한국정부는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를 중단하는 이유로 '이번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서의 동물성 사료금지이후 첫 번째 광우병 소'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지도 않고 있으며 작년 6월 발생한 광우병 소는 캐나다산이 아닌 미국산 소이다. 이번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중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잘 보여주는 조치일 뿐이다.

우리는 벼랑 끝까지 몰린 한국농업상황에서 이제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하여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당국의 농업정책에 반대한다.

대규모 농업보조금을 받는 미국축산업계로부터 한국의 축산농의 생계를 지키는 정책은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쌀농사를 실패산업으로 규정한 현 정부는 한국의 축산농업조차 실패산업으로 규정하여 식량주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재개한 나라가 과연 어떠한 나라들인가? 멕시코, 대만 등의 미국에 대한 종속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거나 일본 등 이미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들이다.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 대다수 OECD 국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조치를 국민건강 보호정책으로 양보할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체수입국이 존재하며 다른 나라의 수입금지조치를 보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다.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중단되고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된 이 시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강행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를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

인도의 핵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말을 빌면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은 카길협정”이다. 미국 최대 곡물다국적기업 카길사의 부회장이었던 댄 암스투츠가 작성한 협정 초안이 그대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의 수역검역협정(SPS)이나 국제수역사무국 규정도 미국 거대 축산기업의 이해를그대로 반영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곡물이나 육류의 수입 거부는 ‘무역장벽’이고 ‘제재 대상’이라는 게 이들 협정의 원칙이다. 그러나 인체에 안전하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을 때는 금지하라는 것이 의학에서의 ‘신중의 법칙’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소에 성장 호르몬이 쓰이고 있다며 수입을 거부했고, 무역 제재를 받았으나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에게 쇠고기 수입 문제는 몇몇 재벌에게 이익이 된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러나 정부의 첫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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