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치과 소동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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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치과 소동을 바라보며..
  • 김진범
  • 승인 2017.08.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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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과사회치의학교실 김진범 교수

 

우리나라의 모든 법정제도는 헌법에서 출발한다. 헌법 제36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국가’라 함은 국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를 뜻한다.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진료는 건강보장에서 중요한 도구 중에 하나이지만,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무형의 재화로 거래된다. 따라서, 시장경제 사회에서 국민들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이론에서 출발한다. 그는 경쟁의 순수성과 시장의 완전성이 보장되는 한에서 물가를 자유시장 기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경쟁의 순수성’이란 수급자 쌍방이 다수이고, 다 같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지배할 수 없으며, 거래되는 재화도 동질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시장의 완전성’이란 수급자 쌍방이 함께 수급상태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유리한 조건을 추구하는 데에 방해를 받지 않는 조건이라고 아담 스미스는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진료에서는 수요자는 다수이나 공급자는 면허를 받은 의료인으로 제한되어 있고, 소수의 의료인이 단체를 이루어 담합하기가 쉽다. 진료를 받는 사람의 형편과 사정이 각각 달라 진료가 동질이 되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경쟁의 순수성’이라는 기제가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진료는 워낙 전문성이 강하여 교육을 받은 의료인이 아닌 진료소비자가 내용을 잘 알기가 대단히 어려워서 ‘시장의 완전성’이라는 기제가 작동하기 어렵다. 진료라는 재화를 시장경제 기제에만 맡기면,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끌려가서 필요한 때 필요한 진료가 공급되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개입은 필연적이다. 

진료라는 재화의 거래를 시장경제에 가장 많이 맡기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서 진료의 질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평균수명은 우리나라보다도 낮다. 평균수명의 장단에는 다른 요소도 상당히 많지만 진료서비스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과 같이 국가에서 진료를 제공하거나 독일 일본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 형태인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진료비 마련이 어려운 서민층에서 크게 문제가 된다. 가벼운 감기 정도도 제 때 치료 받지 못한 나머지 폐렴으로 이환되어 사망하는 사람 수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 못지않게 많이 나올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어려운 질병치료 기술이 최고도로 발달한 미국보다 가난하지만 1차보건진료가 가장 발달한 쿠바의 평균수명이 미국보다 긴 것은 진료기술 발달 이상으로 사회적 건강보장 기제의 작동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진료 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체계는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의 예산보조를 재원으로 진료를 공급하기에 재원의 한계로 모든 진료를 보장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진료비용으로 추산하는 보장률은 치과진료의 경우 7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치과진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규정되어 있거나 위법적인 임의 비급여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진료 수가가 의료기관과 일반인 간에 개인적인 거래로서 이루어지기에 일반인에게는 평등한 계약관계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진료수급에는 ‘시장의 완전성’과 ‘경쟁의 순수성’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잉진료'와 '최선의진료' 사이

진료는 고도의 전문성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로서 일반인이 어떤 진료가 자신의 신체와 경제 형편에 적정한지를 알기가 아주 어려운 사정을 이용하여 의료기관에서는 불요불급한 진료를 개발하여 권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의료기관과 의료인 수가 부족하여 일반인이 받고 싶어 하는 진료만 공급하여도 의료기관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많이 배출된 근래에는 과당경쟁으로 불요불급한 진료까지 권장함으로써 과잉진료 시비가 초래되는 형국이다.

필요한 진료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공급하는 북유럽 국가의 하나인 덴마크에서 발행된 ‘치아우식’이라는 책에는 대구치 교합면에 일부 탈회는 일어나서 까만 선이 보이지만 와동이 생기지 않은 정도의 사진을 게재하고 이런 정도에 치과의사가 바로서 와동을 형성하고 충전하는 것은 치아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우리나라 개원 치과의사들에게 그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것을 본 치과의사들은 이런 정도마저 치료하지 않으면 치과의원은 할 일이 없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한다. 

1981년 결혼할 무렵 아내의 하악 대구치 교합면에 소와열구를 따라 탈회가 있었고 아주 작은 와동까지 형성된 상태이었다. 하지만 성인들의 우식은 진전상태가 그리 빠르지 않다고 하기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 35년이 지난 작년에 와서야 시린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받았다. 아마도 결혼 초기 치과에 갔더라면 충전치료를 받고 그 이후 여러 번 재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원에서 본인이 지도교수 맡아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있다. 그가 하루 이야기를 하였다.
“교수님 요즘 건물 임대료도 높고 인건비도 많이 나가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는 치과가 있다지만 해도 해도 이해 못할 정도가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시내 번화가 대형 치과의원에서 14개 치아에 충전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 받았지만 치료비 감당이 되지 않아 치료하지 못하고 동네에 있는 자신의 치과에 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치료가 필요할까 말까 애매모호한 것까지 모두 포함하여도 치료할 치아가 4개 밖에 없었습니다. 치료할 치아가 4개 밖에 없다는 말을 들은 그 환자는 변두리 동네에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라서 실력이 부족하여 충치도 잘 알아내지 못한다는 눈으로 불신을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 10년도 더 되었다. 이런 지경이니 일반인들이 의사 치과의사 면전에서는 수긍하는 채 하지만 뒤돌아서는 비난을 많이 하다 보니 드디어 매스컴까지 타게 되었다. 극단적인 치과의 사례로 생각되지만 “우리 치과에서는 아말감 충전을 하지 않습니다.” 하는 치과의원이 있기도 하고, 잘 붙어 있는 아말감충전 치아를 보고 환자에게 수은이 유리되어서 나온다고 겁을 주어 멀쩡한 아말감 전부 갈아내고 건강보험 비급여 재료로 충전을 유도하는 치과의원이 있기도 하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다. 이런 사례가 치과 뿐만 아니라 일반 의과분야에서도 많이 생겨나다보니 TV 방송국에서 특집으로 방송하여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2015년 5월 17일 SBS에서 방송한 “병원의 고백. 하얀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찾아서 보았다. 거기에는 몇몇 치과의사들과 의사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었는데, 의사 치과의사 사이에서 이미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콕콕 꼬집어 드러냈을 뿐이다.

어떤 환자에게나 무조건 최선의 진료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생의학적으로 가장 좋을 것 같은 진료라도 환자의 취향이나 경제 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진료는 그 사람에게 최선의 진료가 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인위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진료이기도 하다. 특히, 우식치료에서 경조직인 치아를 한번 갈아 내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우식부위를 갈아내고 다른 물질로 충전하면 원상회복이 된 것이 아니어서 언제가 2차우식이 생기게 되고 또다시 충전치료를 하거나 다른 진료로 넘어간다. 그러기에 이제까지 개발된 모든 치아우식 치료는 모두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하기도 한다. 이리하여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로 억제하는 최소침습 치과치료(minimum invasive dentistry)가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북유럽은 국민들의 의료비를 국가예산으로 대폭 부담하기에 가능한 한 최소침습진료를 권장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런 결과로 현재 스웨덴은 80세에 평균치아수가 21개이며, 대구치수가 평균 4.5개로 보고되고 있다. 스웨덴 치과대학병원 중에서는 보철과가 없어진 곳도 더러 있다고 한다. 진료비가 비싼 비급여진료를 잘한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질병이 발생되기 전에 예방하고 질병 발생 이후라도 되도록 치아를 많이 보존하도록 진료하고 지도하는 사람이 훨씬 더 이 땅에서 필요한 치과의사일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이 한정되어 있기에 가능한 한 필수적인 기본진료를 우선적으로 급여하고 있다. 의원급 진료일 경우, 치아보철진료는 본인부담금이 50%이지만 그 이외 치과진료는 30%에 불과하여 서민층에게도 경제적인 장애를 많이 낮추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진료일지라도 복지부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진료품목을 정한 것이 아니고, 수많은 치과의사들이 자문을 받아 급여 품목으로 등재된 것이다.

양심치과에 대한 비난 속 잊혀진 것들…

SNS에서 어떤 치과의사는 방송에서 소개된 양심 치과의사로 소개된 분을 비난하며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비가 저렴한 기본진료는 저급한 진료일 뿐이고 진료비가 비싼 비급여 진료는 고급진료이다. 양심치과는 저급한 진료만 하고 고급진료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한다. 건강보험에서 급여하는 기본적인 필수진료는 싸구려 저급진료이고 진료비가 비싼 비급여진료는 고급진료라는 발상이다. 이 분의 사고를 좀 더 연장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먹는 밥은 저급하고 값비싼 스테이크는 고급으로 느끼는 듯하다. 언제부터 치과의사들이 의료인이라는 직분에서 사업가로 변신하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종전에는 치과의사들이 의사라는 직분에 충실하려고 하였다. 생의학적으로 필요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며 진료를 하였으며 진료비가 적은 진료, 많은 진료 등을 가리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필자가 치대생 시절 보철학실습에서 실습지도를 하는 레지던트가 “보철진료를 잘해야 밥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을 무심코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실습실에 갑자기 쌩한 분위기가 쫙 깔렸다. 학생들의 표정은 “우리는 치과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는 것이지 장사치가 되려고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발이었다.

저급진료, 고급진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진료품목 중에서 그 사람의 형편에 맞는 진료가 최선의 진료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남여노소 경제적 형편과 인종과 종교에 구애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은 최상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정부는 면허를 받은 소수의 치과의사들에게만 치과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으로 치과의사들을 보호를 하고 있다. 진료비를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부유층은 소수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수 일반인들이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쓸 경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교 의대교수께서 쓴 글에 의대생들의 등록금이 높다고 하나 의대 교육운영비의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어디서 올까. 환자들의 진료비와 정부의 보조금이 국립 사립대학 모두에게 주어지고 있다. 소수의 부유층만 바라보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국민 대중을 바라보고 노력하면 신뢰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교만하다고 여겨지면 불량한 치과의사들을 가려내기 위해 한없이 치과의사들을 옥죄는 제도가 만들어져서 모두가 불편해질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일반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정부는 이미 건강보험 비급여진료까지 비용을 규제할 정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회자되는 양심 치과의사는 내부 고발자이다. 논에 매기 한 마리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도망을 다니는 바람에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다고 한다.

한편, 국민건강보험 진료수가 중에는 실제 의료기관의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는 진료도 상당수가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비급여진료가 많이 있으니까 양해를 해 달라고 정부측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많이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계속 비급여진료를 급여 진료로 확대하고 있는 이즈음에도 원가에 미달하는 진료를 강요하면 치과병의원의 도산을 가져오거나 벌충을 하기 위해 비급여진료를 확대하는 기형적인 패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치협과 정부는 보장성 확대와 더불어 진료원가 보전에도 노력하여 치과병의원에서 진정으로 구강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진료가 확산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이지만 미국 경영학 월간지에서 일반인들이 존경하는 직업인 순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1위는 약사이었고 3위가 치과의사이었다. 상원의원 등은 20위권 밖이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개원 치과의사들은 오늘도 건강보험 급여여부를 가리지 않고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료를 열심히 하다보면 경제적인 보상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수입을 많이 얻기 위해 일부러 비용이 높은 진료를 일부러 찾아서 환자에게 권하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과사회치의학교실 김진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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