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선의 사진기행] ‘로스-사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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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선의 사진기행] ‘로스-사브닥’
  • 송학선
  • 승인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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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사브닥’

‘로스’는 물과 습지의 주인입니다.
‘사브닥’은 대지의 신입니다.
땅과 물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함께 붙여서 ‘로스-사브닥’ 신입니다.
몽골인의 일상 생활에 스며있는 가장 친근한 신입니다.

물은 ‘로스’가 거주하는 집입니다.
‘로스’가 살고 있는 물은 언제나 신성한 것이니 깨끗하게 지켜야 합니다.
그렇기에 큰물에 몸을 풍덩 담근다던지
우유나 피 머리카락 등 더러운 것을 가까이 하는 것은
애초부터 꿈도 꾸지 못할 불경스런 짓입니다. 
물에서 길짐승을 죽여서도 안됩니다.
물과 불은 상극이니 강의 근원지에서 불을 피워도 안됩니다.
또 거기서 잠을 자서도 안됩니다.
실제로 유목생활을 하며 이동하는 몽골인들도
두 개의 강 사이에 끼인 초원에 정착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이 모두 물의 신 ‘로스’에 대한 배려와 두려움 때문입니다.

대지의 신 ‘사브닥’은 크고 작은 구릉 위에 살거나
‘저승의 무당나무’라 불리는 나무 위에 삽니다.
몽골사람들은 ‘사브닥’에 대한 금기 역시 관습으로 굳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땅에 기둥이나 말뚝을 함부로 박지 않습니다.
땅을 파헤치는 행위는 차마 하지 못할 일 중에 하나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말뚝을 박거나 땅을 팔 때는
땅을 아프게 한 죄를 빌고 다시 상처가 아물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향을 피워 그동안 잘 사용했으며 이제 다시 돌려 드립니다 라고 고합니다.
장례 때문에 무덤자리를 팔 때도 향을 피워 미리 고합니다.
그러니 뜨거운 물과 재를 땅에 버리지 않습니다.
유목민이 이동할 때도 집 자리를 철저히 청소하고 ‘사브닥’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로스-사브닥’은 죄 없는 사람을 건드리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죄를 범할 경우 매우 엄격하고 매섭게 징벌합니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매우 두렵게 여깁니다.
가뭄을 비롯하여 홍수나 우박 같은 자연재해도 이들이 내린 재난입니다. 
죽음 고통 병고도 바로 이들이 가져다준 죄 값입니다.

‘로스-사브닥’은 우리가 당장 모셔 왔으면 좋을 자연 환경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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