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어디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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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어디까지 왔는가?
  • 신보미
  • 승인 2017.08.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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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치위생학과 신보미 조교수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 문경숙 호가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의 닻을 올리고 출항한지 2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치위협에서는 의료인으로서 치과위생사의 가치 실현을 위해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제시하며, 작년에 이어 올 해에도 현안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올 해 초 치위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양질의 치과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법 개정’ 결의문을 채택하였고, 지난 7월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을 실시하며 대국민 홍보를 추진했다. 협회 창립 제40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에서도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향한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고, 의료인화를 위한 슬로건과 강연으로 내용을 채웠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인터뷰, 기고, 유관단체와의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치위생계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 당위성을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배는 이미 떠났고, 망망대해 위에 있다. 다시 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의 당위성, 이대로 충분한가?

치과위생사가 임상 현장에서 수행하는 스케일링을 포함해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와 치과진료보조 업무는 명백한 의료행위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유사의료행위에 관한 법적 문제와 개선방안(2009)’에 따르면, 대법원 판례상 의료행위의 개념을 첫째,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 둘째, 환자에 대한 요양지도 셋째,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포함하여 보는 것이 타당함을 제시한다.

그러나 치과위생사가 현재 수행하는 업무가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이며, 실제 수행하는 업무를 의료법 내에서 보장받기 위함이거나, 직역 간 업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임상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의료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는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를 통해 국민에게 질 높은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의 구강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그러하다. 의료인 치과위생사로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과의료서비스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떠한 체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없고, 국민의 구강건강증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의료인으로서 치과위생사가 국민에게, 치과의료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제시되어야만 치과계 뿐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치과위생사는 국민의 구강건강권 보장과 실현을 위해 존재하며, 구강질환의 예방과 구강건강증진을 직업사명으로 하는 구강보건전문가이다. 필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치과위생사 의료행위의 법적 인정과 직무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치과의료계에서는 전문화된 치과팀(dental team)을 기반으로 수술환자 및 만성질환자의 치료 및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여 구강건강 뿐 아니라 전신건강 회복,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치과위생사 고유 업무인 예방과 구강건강증진의 직업전문성이 강화돼 치과계 패러다임을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주민 중심, 예방관리 중심의 일차치과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실현함으로써 지역 간, 계층 간 구강건강불평등을 완화하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는 장기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급물살을 타고 추진된다 하더라도 치과계 인력 관련 현안 해결 방안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으면 의료인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확정 이후 치위생계 내부 뿐 아니라 치과계 전체에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직역 간 업무 영역 분쟁, 위임진료, 개원가 치과위생사 인력난 등의 현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치과위생사 인력수급 및 제도 개편, 교육 및 면허시스템 정비, 역할의 재정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치과위생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보건의료인력으로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단순히 특정 직무의 수행여부로만 규정하는 것이 아닌,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틀에서 검토해야 한다. 예방과 관리 중심의 일차치과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일차치과의료체계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 재정립과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표적인 예방중심 계속구강관리제도인 ‘치과주치의사업’에서 치과위생사의 업무, 역할을 정의하고, 비용효과, 건강증진 등의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는 치과의료체계 변화와 치과위생사 인력제도의 개편이 반드시 맞물려 함께 가야한다.

이는 비단 치위생계 뿐 아니라 치과계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할 과제이자 기회이다. 의료법은 이대로 괜찮은가?

우리나라 의료법은 1951년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된 이래로 명칭변경 및 수차례의 개정작업을 진행했으나, 용어 및 체계가 구시대적이며 일관성이 부족하고 규정의 불명확성, 부정합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누더기법이라 불리기도 했다.

의료법에는 국가에서 지향하는 의료 이념과 정의, 체계를 담고 있어야 하나 이에 대한 부분이 미비하고,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각 보건의료인에 대한 법률을 개별법에서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료법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포괄하여 다루고 있다.

특히 의사에 관한 규정이 주를 이루고 각 의료인력의 기준과 체계를 명확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보건의료법은 치과의료체계를 담고 있지도, 의료인력의 명확한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도, 시대의 흐름과 의료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도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바람직한 치과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의료체계에서 각 인력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를 위해 보건의료법체계에서 고유의 영역을 어떻게 인정하고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치과계 논의구조를 통해 함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치과계가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본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보미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치위생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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