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寒山과 습득拾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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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寒山과 습득拾得
  • 송학선
  • 승인 2017.08.28 1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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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49] 한산寒山과 습득拾得

 

(ⓒ 송학선)

천운만수간千雲萬水間 자욱한 구름과 수많은 골짝 물 사이
중유일한사中有一閑士 그 중에 한가한 놈 하나 있어
백일유청산白日遊靑山 낮에는 청산에서 노닐고
야귀암하수夜歸巖下睡 밤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숙이과춘추倏爾過春秋 갑자기 봄가을이 지나고
적연무진루寂然無塵累 고요하여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쾌재하소의快哉何所依 쾌재라, 어디에 기댈 것인가
정약추강수靜若秋江水 맑기가 가을 강물 같도다

숙倏은 개가 빨리 내 닫는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갑자기 또는 빛 따위의 의미로 쓰입니다. 이爾는 너(汝,女,而) 그(彼) 이(是,此) 등을 나타내는 대명사 입니다. 춘추春秋는 세월이지요. 적寂은 고요하고 평온함이고 진루塵累는 티끌 속세에 묶인 것을 말합니다. 쾌재快哉는 마음먹은 대로 잘 되어 만족스러울 때 내는 소리지요.

이 시는 한산시寒山詩입니다.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은 당나라 때 탈속적인 인물들로 생몰은 미상입니다. 한산은 시풍현始豊縣 서쪽 70리에 있는 한암유굴寒巖幽窟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산이라 불렸고, 습득은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서 주워 길렀기 때문에 습득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당나라 조의대부朝議大夫 여구윤閭丘胤이 쓴 한산자시집서寒山子詩集序에 나오는 이야기로 보면, 태주台州의 관리로 제수 받아 임지로 출발 할 즈음에 두통으로 시달렸는데, 풍간豊干이란 선사禪師가 갑자기 나타나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서 일부러 왔다면서 물을 뿜어 두통을 낫게 해 줍니다. 그리고 태주는 해안이라 나쁜 독기가 가득하니 그곳으로 갈 때는 몸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기에, 그곳에 도움을 얻고 스승으로 삼을 좋은 분이 누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풍간이 이르기를 그분을 보게 되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아차리는 힘이 있어도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만약 보려고 한다면 보지 않아야 볼 수 있다면서 국청사에 문득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한산과 불목하니 습득을 일러 줍니다. 그러면서 한산을 문수보살이요 습득은 보현보살의 재현이라 귀띔 합니다.
태주에 부임한 여구윤이 이를 잊지 않고 국청사를 찾아 갑니다. 그리고 부엌 아궁이 앞에서 크게 웃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절을 하자 거지 취급하던 절집 중들이 다 놀랍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풍간은 수다스런 놈이다’ 욕을 하며 바위굴로 들어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여구윤이 국청사의 스님 도교道翹를 시켜 한산과 습득의 행장을 조사해 숲속 석벽이나 마을 인가 마루 벽 등에 적힌 시 삼백 여 수를 찾아내 책을 만든 게 한산자시집寒山子詩集 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한산과 풍간 그리고 습득의 시가 모아져 있고 시의 제목 따위는 아예 없습니다.
이후 한산과 습득을 동경한 선승과 문인에 의해 이 이야기는 서화의 주제가 되어왔습니다. 

잘 알려 진 당나라 때의 시인 장계張繼가 과거에 3번 낙방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읊은 풍교야박楓橋夜泊이란 시에 한산사寒山寺가 나옵니다. 바로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의 이야기 가득한 절입니다. 겸해 읽지요.
 
풍교야박楓橋夜泊 풍교에서 밤에 머물다 / 장계張繼(당唐 생몰미상)
월락오제상만천月落烏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울고 하늘엔 서리 가득하고
강풍어화대수면江楓漁火對愁眠 강 단풍 고깃배 불빛에 시름겨워 잠드는데
고소성외한산사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
야반종성도객선夜半鐘聲到客船 한 밤중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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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2017-08-29 14:29:51
댓글에 사진 올리는 기능이 없어서,,,, 페북에 링크 걸고 한산습득도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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