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세상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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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세상에 도착
  • 권기탁
  • 승인 2017.09.1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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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리산 가족등반 후기2

본지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북지부(회장 이준용) 권기탁 회원이 지난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지리산 가족등반 일대기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짧지만 굵은 지리산 등반 경험과 가족간의 소중한 이야기를 주 1회씩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지리산은 그 덩치만큼이나 등산로가 여러 개 있다. 물론 쉬운 놈은 하나도 없다. 힘든 놈과 많이 힘든 놈이 있을 뿐이다.

천왕봉을 목표로 하는 경우 위치 상 전라도 쪽은 백무동을, 경상도 쪽은 중산리를 선호한다.  주 탐방로 중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곳은 중산리코스이다. 한마디로 굵고 짧다. 그 다음이 한신계곡 코스인데, 여기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간이 많아 익사사고가 빈발하는 곳으로 악명 높다.

앞서 말했듯이 차분히 준비한 산행이 아니다. 뒤늦게 고민을 시작했다. 당일? 1박? 2박? 잠은 어디서? 소싯적처럼 당일치기는… 자신이 없다. 50줄이 되어가니 소싯적 치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애들은 대피소에서 자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노고단 대피소도, 삿갓재 대피소도. 그래! 지를 수 있을 때 지르는 거야. 가장 무난한 방법이 장터목대피소이다. 그렇지만 이미 예약 완료. 거기는 정말 등산객의 장터다.

낙담하다가 살짝 눈을 돌려 보니 세석대피소는 예약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산행 일정이 길어지는데…. 그래도 고고싱~ 이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다. ‘내 무릎 하나 내주더라도 꼭 성공하고 말리라’

그러자면 장터목에서 세석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바로 거기가 한신계곡 코스다. 나는 험난한 코스라는 것을 비밀로 했다. 배낭은 무조건 두 개로 정했다. 중간 것 하나, 작은 것 하나. 그러자니 짐은 정말로 최소로 해야 했다. 일단 쌀을 포기했다. 가서 햇반 사먹자. 라면도 사먹자. 술은 (평소 많이 먹으니^^) 먹지 말자. 옷도 가능한 갈아입지 말자. 양치도 하지 말자.(자연보호 해야지. 흠흠~)

드디어 2017년 7월 30일, 디데이가 왔다.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해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맑은 계곡물 소리 들으며 수월하게 진행되었지만, 역시나 마지막 1km를 남기고는 장난 아니었다. 예로부터 ‘기어가는’ 곳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기어가는 코스에서 만난 아저씨들은 우리 아들들을 보며 놀라움을 표시한 후 진지하게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는 부모 따라 다니며 고생하지 마라”

마지막에 비까지 와 쉬지도 못하고 계속 앞으로 전진. 무난히 등반에 성공! 우리는 (한 때 나마) 전북을 대표하는 (배드)민턴가족이었다. 너무 서둘렀나? 대피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였다. 이때부터 잠잘 때까지 저녁밥 먹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아빠, 이제부터 뭐해?”
“응… (나도 잘 모른다.)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거야. 세상 살면서 가끔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거든”
옆에서 듣던 애들 엄마 “우리 가족 간 대화를 많이 하자”

그건 부모 생각이고.. 핸드폰이 없는 애들은 거의 멘붕 상태로 보였다. 산 정상은 시원했다. 한낮 기온이 20도였다.

‘여기는 정말 딴 세상이네’

다음화에 계속…

한여름 지리산 낮 온도 (ⓒ 권기탁)
20년 전, 97년 1월 세석대피소에서 (ⓒ 권기탁)
80년대 세석야영장 풍경 (ⓒ 권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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