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성운동에 할 말 많다”
상태바
“나, 여성운동에 할 말 많다”
  • 편집국
  • 승인 2006.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사회포럼] ⑥ ‘여성운동, 차이와 소통 그리고 새로운 미러

 

“나, 여성운동에 할 말 있다”며 모인 여성들이 있었다.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2006 이틀째인 24일, ‘여성운동 차이와 소통 그리고 새로운 미러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각 단체의 여성활동가는 물론 학생 등 100여 명의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권김현영 언니네트워크 출판편집팀장을 비롯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여성정책연구원, 박정봉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변혜정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원, 원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조이여울 여성주의저널‘일다’ 편집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플로어에는 대부분 여성들로 메워졌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이번 한국사회포럼2006의 어떤 토론회를 가보아도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는 ‘진보의 재구성’은 여성운동 내부에서도 화두다. 뜨거운 감자 그렇기 때문에 차이를 통한 연대를 꿈꾸는 그녀들의 운동은 그야말로 고민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특히 조이여울 일다 편집국장과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정책국장 사이에서 ‘연합체의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오고갔고, 김원정 민주노동당 여성정책연구원의 신자유주의로 인한 여성의 빈곤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성운동의 고민이나 스스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 박봉정숙 사무처장의 발제도 주목을 끌었다.

“연합체 해체”, “운동의 기동성 위해 연합체는 필수”

조이여울 일다 편집국장의 선공으로 논쟁은 시작되었다. 조이여울 편집국장은 “변화해가는 여성들의 삶의 모양새와 의식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여성단체가 보수화되고 있다, 낙후되고 있다, 여성주의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며 위기 혹은 정체와 관련△제도권과의 관계 맺기 △여성단체 출신 정부관료와 정치인 등을 들었다.

또한 조이여울 편집국장은 “주류 여성단체의 운동이 어떤 여성을 위한 것인가 또한 무엇이 여성이슈인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며 “여성단체연합이 모든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여연의 활동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조이여울 편집국장은 여성운동의 발돋움을 위해 △연합체 해체 △파트너십 필요 △여성주의적인 운동방식, 내용인지 성찰 △소수자 여성의 시선 반영 △여성주의 이슈 확대, 통합적 접근 △활동가의 여성주의 마인드 고양 △단기적, 가시적 성과주의 배척 △여성정치 세력화 방향설정 등을 제시했다.

조이여울 편집국장의 발제에 이어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현재 여연은 고민의 한가운데에 서있다”며 “여연에 제기되는 문제제기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여연 내부에서 무수한 토론과 워크샵을 진행하며 또한 변화된 것들도 있다”며 소위 주류여성단체 내부의 고민에 대해 서두로 밝혔다.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현 시기에도 여전히 중요한 운동 과제일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정책과정에의 참여가 운동의 자율성과 비판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판짜기와 끼어들기”, “모이기와 흩어지기”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호주제폐지와 같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참여 전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정치권의 ‘새판짜기’ 없이 여성운동 과제를 실현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여성 국회의원 13%의 상황에서 2004년과 같은 양적 확대 전략을 되풀이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이제는 정치적 진보성과 함께 여성운동의 진보성을 담지하고 있는 여성을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여성정책연구원은 “할당제 실시로 여성 정치 참여가 확대되었음에도 당 내외에서 적절한 여성 이슈를 제안하거나 여성관련 정책을 생산하고 각 부문, 지역의 여성정치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당내에 성평등은 아직도 추상적인 구호에만 그치고, 각 조직의 여성위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뚜렷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해 몇몇의 여성 간부를 중심으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성은 가변적인 것”, “10년가량 정체돼 있는 것 그것이 보수화”

한편 또다른 화두는 조이여울 편집국장이 제기한 여성운동의 보수화 혹은 낙후화였다. 이와 관련 첨예한 논쟁이 오고갔는데, 권김현영 언니네트워크 출판편집팀장은 “여성단체의 차이는 아주 거칠게 말하면 어떤 남성 집단과 연대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남성 집단이 국가와 맺고 있는 관계가 달라짐에 따라 드러난다”며 “그러나 여성운동 안에는 기존의 진보, 보수 담론을 넘어서는 수많은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논쟁의 운을 뗐다.

▲ 권김현영 언니네트워크 출판편집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권김현영 편집팀장은 “무엇보다 각각의 문제들이 각각의 여성을 어떻게 다르게 억압하고 있으며, 어떤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을 억압하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것은 여성들 간의 차이를 적대화하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가 현재 여성들을 어떤 방식으로 억압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연의 운동방식에 대한 낙후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은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진보라는 것은 가변적인 것이고, 진보라는 선언의 진실성은 늘 그것이 선언되는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의해 판가름되는 것”이라며 “여성연합 운동의 변화과정은 바로 진보적 여성운동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시대별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1990년 여연은 법, 제도 개혁운동을 진보적 여성운동이 담당해야할 운동과제로 인식했고, 현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여성의 빈곤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고민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각각의 운동이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 진보의 개념은 다를 수 있으므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성운동의 진보성은 일상의 것을 뒤집어야 하는 전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단 한 번도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여성운동은 작은 실천운동이 여성운동의 성과를 드러내고 다른 사회운동과 다르게 가까운 일상이 싸워야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이여울 편집국장은 “여성단체들의 진보성을 가늠하는 잣대는 과거와 현재 한국사회의 변화를 통찰하면서 어떤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지, 그 활동이 어떤 사람을 대변하는지,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며 “어떤 단체의 운동이 10년가량 정체되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보수화”라고 주장했다.

조이여울 편집국장은 “최근 호주제 폐지운동과 건강가정기본법, 여성의 정치세력화 운동 등의 여성단체의 행보에서 보수화의 조짐을 보았다”며 “여성주의가 경계하는 생물학적 여성론이나 가족주의, 모성담론, 전체주의 등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원정 여성정책연구원은 “진보의 정체성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성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는 진보정당 운동, 여성운동이 과연 여성의 삶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정 여성정책연구원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여성독자노조의 건설, 양대 노총 중심의 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의 분리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여성운동 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봉정숙 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운동의 진보담론이 여성운동에도 유효한가에 대해 유효하지 않다고 강력히 말했다. 박봉정숙 사무처장은 “여성운동은 민주화 이후 운동공간 속에서 자유주의적 개혁과제 중심으로 활동하며 성장해왔던 주류 시민운동과는 운동의 역사성을 달리하므로 고민의 출발과 역사적 맥락이 다르다”며 “여성운동의 이념은 여성주의이고 여성주의는 주변화된 존재로서의 경험과 가치에 근거해 다양한 차원의 억압과 차별을 읽어내는 속에서 평등한, 대안적 사회를 구상하는 것이기에 ‘진보’담론의 부족으로 위기가 왔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박봉정숙 사무처장은 △다양한 생활 속의 여성운동과제를 개발하고 언어화하는 것 △현실에서의 필요 인식과 일상적 삶이 녹아나는 법과 제도 마련을 위한 활동 △중앙과 지역 간의 보다 수평적인 관계 설정 △영역별 사회 이슈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훈련 등 민우회가 변화를 꾀하는 내용들을 밝혔다.

참세상 조수빈기자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