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는 왜 적폐청산이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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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는 왜 적폐청산이 안되는가?
  • 정형준
  • 승인 2017.09.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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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지난 21일 서울지법에서 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이하 보바스병원) 인수를 사실상 허가했다. 이 과정을 보면, 우선 국내굴지의 재활전문병원인 보바스병원은 이전 이사장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배임행위’로 병원자체의 수익성이 아닌 경영상의 문제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채권단은 비영리법인인 보바스병원운영 의료법인은 사고 팔수 있는 상법상 회사가 아닌 한계 때문에, 편법을 고안했다.

그 편법은 다름 아닌 비영리법인의 이사회구성권을 파는 것이었다. 이를 박근혜 정부시절 서울회생법원에서 승인했고, 이후 보바스병원은 상품처럼 시장에 나왔다. 롯데는 무려 2900억원을 써내서 보바스병원의 이사회구성권을 샀는데, 이 과정은 작년 박근혜 탄핵 촛불과 맞닿으면서 편법 인수합병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올 2월 복지부와 성남시가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의 이사회구성권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누가 봐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을 보고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롯데가 수익성이 높은 병원을 직접 인수하는 과정은 롯데와 박근혜정부의 커넥션(사드부지제공, 미르재단등에 대한 뇌물성 출연금 제공 등등)에 대한 보상으로 보였기 때문에, 정권교체 후 이 문제는 당연히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9월 21일 이사회 구성권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법원은 승인을 해주고, 누가 봐도 비영리병원의 상품화를 승인하는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정부하에서도 롯데가 병원을 먹어 삼키는 과정은 별탈 없이 진행되었다. 특히 복지부는 의견서 한 장을 딸랑 법원에 보내 우려만을 표시했는데, 막상 보바스병원 회생절차에 대한 대안제시를 하지 않은 의견서가 뭘 의미하는지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지속되던 각종 의료영리화, 민영화 정책들이 명확한 한국사회의 적폐라는 인식이 광범함에도, 유독 의료민영화 사안만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적폐가 가속화되는 느낌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역사 최초로 승인한 영리병원인 제주녹지병원도 현재 제주도 당국조차 원점에서 재검토를 언급했던 사안으로, 복지부에서 그간의 승인절차에 대해 비영리법인 전환 등을 명령하면 간단하게 무위로 돌아갈 사안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복지부는 이에 대해 입장도 없고, 의지도 없다.

또한 박근혜 정부들어 벌인 역사상 최초의 지방의료원 폐원(진주의료원)은 어떠한가? 진주의료원은 이미 경남도 2청사로 쓰이고 있다고 하지만, 경남서부권의 사라진 공공의료기관을 어떻게 복원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없다. 공공의료기관 폐쇄는 명백한 박근혜 정부 1호 적폐였는데 말이다.

문제는 이런 의료민영화 적폐가 축적되는 과정이다. 한번 의료영리화, 민영화가 정책적으로 결정되면 되돌리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즉 박근혜정부가 벌인 지방의료원 폐원, 국내 첫 영리병원 허용, 재벌의 편법 병원인수합병허용 등은 되돌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법원이 최종 승인한 보바스병원의 롯데 인수합병은 무엇을 뜻하는가?

앞으로 재벌이 복지법인이나 학교법인을 설립하는 최소한의 모양새조차 던져버리고, 직접적으로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을 살 수 있다는 뜻이된다. 또한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벌이 직영하는 병원네트워크까지 허용 가능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간 의료법의 기본정신인 ‘의료업으로 영리를 취하지 못한다는’ 원칙은 병원의 가치를 올려 상품화 할 수 있다는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훼손되었다.

때문에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합병건도 앞서 본 각종 의료민영화 적폐들처럼 어찌보면 작은 시발점일지 모르지만, 수년이 흐르고 나면 의료민영화 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현재 병의원의 광고허용, 부대사업의 기본적 허용이 만들어 놓은 의료민영화‧영리화의 발판처럼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재벌이 병원을 함부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정부라는 멍에를 짊어지지 않으려면,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합병을 지금이라도 공익적인 이사파견 같은 최소한의 조치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 녹지병원의 최종승인도 유보하고,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경남서남권에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폐청산을 기치로 세운 정권의 상징이 보건의료부분에서만큼은 처음부터 거짓이라고 선언하는 셈이 된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의료민영화‧영리화 적폐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보건의료시민노동단체들도 의료민영화 적폐해소를 지금당장 시행토록 운동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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