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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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맛이야!
  • 권기탁
  • 승인 2017.10.17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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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리산 가족등반 후기 ④

본지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북지부(회장 이준용) 권기탁 회원이 지난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지리산 가족등반 일대기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짧지만 굵은 지리산 등반 경험과 가족간의 소중한 이야기를 주 1회씩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산 속 대피소의 아침(아니 새벽)은 빨리 시작된다.

어찌나 코고는 인간들이 심하고 많은지, 피곤했지만 잠을 오랜 시간 들지 못했다. 겨우 잠들었다 싶은데 새벽 3시 30분부터 뿌스럭대는, 무척 부지런한 인간들 땜시 또한 잠을 설쳤다. 다 용서하겠는데… 야밤에 ‘카톡’하며 울리는 소리는 정말 사람을 빡(?)치게 만들었다.

우리 애들은 완전 날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 결과 옆 사람들이 다 나가고 없어질 때부터 곤히 잠들었다. 6시부터는 대피소 내에 우리 가족만 남아 퇴실시간인 8시를 꼬박 다 채우고 나왔다.

아침 식사 후 장터목대피소로 출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덥지 않다. ‘날짜 기가 막히게 잡았네.’ 중간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이다. 산안개를 머금은 찬바람이 옆에서 불어오는데 너무너무 상쾌했다. 애들 말대로 ‘에어컨을 틀어놓고 바로 그 앞에서 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천연에어컨이다. 바람의 종류도, 느낌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즉흥적으로 얘기했다. “야 기가 막히다. 해년마다 여름피서는 지리산으로 오자”

둘째가 바로 대답한다. “코고는 아저씨 없는 산장으로 예약하면 올게”

이윽고 장터목에 도착했다. 이 높은 산꼭대기가 ‘장터’였다니…. 이 험난한 산길을 짐을 잔뜩 지고 오르내렸겠지. 그들의 강인한 삶과 생활력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자 이제 마지막 목표 천왕봉을 향해서 고고싱~이다.

오래전 기억으로 지척이라 생각했는데, 길이 생각보다 험하고 멀다. 그렇지만 아내도, 애들도 처음 마주하게 될 천왕봉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에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지리산에 갔는데 천왕봉을 찍지 않고 오는 것은 밑 안 닦은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다. 거기다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을 본다면 제대로 로또 맞는 것이다. 사실 이 천왕봉일출 때문에 장터목 인기가 좋다.

드디어 도착! 그곳 표지석에 쓰여 있듯이 -韓國人(한국인)의 氣像(기상) 여기서 發源(발원)되다- 매우 성스러운 곳이다.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그 옛날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흥보다는 덜하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그런지 다시금 감동스러웠다. 무엇보다 언젠가부터 웃는 얼굴이 거의 없는, 무적의 중2 얼굴이 꽤 훤하다. 그런 얼굴 오랜만에 본다. 바라보는 아빠 마음은 무척 흡족하다.

게다가 큰 아들과 먼저 인증샷을 찍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이놈마가 내 등에 손을 살짝 올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행복했다. 힘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백만 번 들었다. 인증샷을 찍는 가족들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정상 인증샷!
큰놈 왼팔이 내 등에 얹힌 순간
천연 에어컨 앞에서
대피소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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