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연예인 박OO 무고죄, 국민참여재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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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연예인 박OO 무고죄, 국민참여재판 후기
  •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7.10.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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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⑩ 검찰 상상 속 ‘성폭력 피해자’와 최소한의 인권을 지킨 국민참여재판

본지는 한국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 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6월 16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의전화의 유래와 비전을 소개하는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번 기획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 2차 고소인의 ‘무고 및 명예훼손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지난 7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혐의회 등 348개 단체로 구성된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함께 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날 전화상담원양성 심화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재판에 참여했다.

배심원을 선정이 끝나기를 기다려 법정에 입장한 후, 검사의 모두발언으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증거조사, 증인신문, 피고인 신문으로 이어지는 재판 과정 내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발언과 심지어 2차 고소인이 성폭력 피해 이후 주변인에게 들어야 했던 2차 피해 발언을 비속어까지 여과 없이 읽어댔다.

“저런 모습을 성폭력 당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검사는 ‘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는지,’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너무나 당당하게 질문했다. 2차 고소인이 꺼내지도 않은 말을 짐작하여 ‘유흥주점 직원이었던 2차 고소인이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박00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했다’는 억측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사법기관이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그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피해자는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2차 고소인은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했다. 성폭력 피해자라면 당연히 ‘어떠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부장적이고 구태의연한 편견을 답습한 의심, 반복적으로 피해 내용을 적나라하게 언급하는 검찰의 추궁에도 자신의 피해와 이번 재판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2차 고소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차 고소인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방청석을 채우고 있던 공대위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검사의 편견에 가득 찬 발언에 함께 분노하며 2차 고소인과 함께 재판에 임했다.

주위 사람들은 저를 보며 ‘성폭력 당해도 절대 신고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유명연예인 박OO의 무고 및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 참관 (ⓒ한국여성의전화)

최후변론에서 2차 고소인은 성폭력 무고가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두려움 없이 드러내고 정당한 보상과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아직 한참 멀었다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사법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기에 배심원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배심원은 결국 ‘전원 만장일치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단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인권을 보장하라 외쳐왔다. 당연한 결과를 받아들고 다행이라며 마음을 쓸어내려야 하는 현실을 마냥 기뻐하기도 어려웠지만, 새벽 2시가 넘어갈 때까지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수많은 공대위 관계자와 무죄 판결을 통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국민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거부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성폭력 무고죄 적용을 거부했다. 배심원단이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원일치 무죄 의견을 낸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태의연한 편견에 국민들이 이제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신청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결과는 무죄였다. 검찰은 1심,2심 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성폭력 무고가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일이며 성폭력을 용인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부당하게 무고로 기소되어 인권이 침해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한편, 유명연예인 박00의 성폭행 재판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명연예인 박00은 대법원 상고 입장을 밝혔으며, 2차 고소인도 성폭행 재판에 대한 재정신청을 내는 등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싸우는 2차 고소인에게 응원과 연대의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글쓴이 닷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본 기사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한국여성의전화에서 송고하여 게재되었습니다. 페미니즘 및 여성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 미디어 비평 등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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