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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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
  • 송학선
  • 승인 2017.11.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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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54] 억강남憶江南 강남이 생각난다 / 백거이白居易(당唐772~846)
(ⓒ 송학선)

                                            
억강남憶江南  강남이 생각난다 / 백거이白居易(당唐772~846)

강남호江南好 강남이 좋더라
풍경구증암風景舊曾諳 경치는 예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
일출강화홍승화日出江花紅勝火 해 뜨면 강가 꽃들이 불 보다 더 붉고
춘래강수록여람春來江水綠如藍 봄이 오면 강물은 쪽빛처럼 푸르다오
능불억강남能不憶江南 어찌 강남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으리?
                                                         
강남억江南憶 강남이 그립다
최억시항주最憶是杭州 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
산사월중심계자山寺月中㝷桂子 산사에서 달 속에 계수나무를 찾고
군정침상간조두郡亭枕上看潮頭 고을 정자에 베개 베고 절강추도浙江秋濤를 보았지
하일갱중유何日更重遊 언제 또 다시 노닐까?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는 822년부터 824년까지 항주杭州 자사刺使를 역임했습니다. 특히 재직하는 동안 서호西湖에 건설한 백제白堤는 소동파蘇東坡가 만든 소제蘇堤와 더불어 항주의 명소입니다. 이 시는 백거이 나이 67세에 소주 항주 자사를 역임하고 돌아온 후에 쓴 시입니다.

중국 경덕진景德鎭과 항주杭州를 며칠 다녀왔습니다. 항주杭州는 옛 이름이 임안臨安이었습니다. 조광윤趙匡胤이 건국한 송宋나라가 여진족인 금金나라에게 1126년 정강지변靖康之變을 겪으면서 화북華北을 빼앗긴 후, 종실 강왕康王 조구趙構(훗날 고종高宗)가 남쪽으로 옮겨 양자강 이남의 땅인 이곳에 천도하며 남송南宋(1127-1279)을 다시 세운 곳이지요.

항주에서는 서호西湖 근처에 숙소를 잡아두고 남송어가南宋御街와 소동파蘇東坡가 만들었다는 둑 소제蘇堤를 거닐기도 하고 작은 배를 타고 서호 물결에 몸을 맡겨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혜인고려사慧因高麗寺를 찾아보고 왔습니다. 후당後唐 천성天成 2년(927)에 혜인선원慧因禪院으로 세워진 절인데, 고려高麗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이 절에서 화엄종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에도 계속 시주하고 후원했기 때문에 절 이름이 고려사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절은 고려 말 충선왕忠宣王의 후원을 받으면서 항주의 대 사찰로 이름을 날렸으나, 청나라 말기에 태평천국군과 전투 때에 불타 없어졌답니다. 20세기 말 항주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지사들의 흔적을 찾던 김준엽金俊燁(1920~2011) 선생의 노력으로 절터를 찾아냈고, 항주시정부의 복원 결정에 따라 2010년에 재개창 된 절입니다.

서호西湖는 2,000년 전 만들어진 절강浙江의 우각호牛角湖입니다. 절강浙江이 바로 전당강錢塘江입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추석 글피에 전당강錢塘江을 따라 조수가 강물을 거슬러 흰 파도를 앞세워 거꾸로 밀려 올라오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항주입니다. 조두潮頭가 바로 이 장관을 이야기 한 겁니다.

역시 항주자사를 지낸 소동파蘇東坡는 절강추도浙江秋濤를 이리 읊었습니다.

관조觀潮 절강추도浙江秋濤를 보다 / 소식蘇軾(북송北宋1036~1101)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추도秋濤
미도천반한불소未到千般恨不消 천하의 절경을 보지 못할 땐 온갖 한이 남더니만
도득환래별무사到得還來別無事 실제로 와서 보고 나니 별 것 아닐세 그려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추도秋濤

조선시대 화론에 큰 역할을 한 조영석趙榮祏(조선朝鮮1686숙종12~1761영조37)의 관아재고觀我齋稿에 실린 시에도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숙종2~1759영조35)이 밤에 찾아와 먹을 찾더니 문 세 짝에 절강추도浙江秋濤를 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백승야래元伯乘夜來 화절강추도어삼호비畫浙江秋濤於三戶扉 진기관眞奇觀 부편사원백賦篇謝元伯 잉시사천仍示槎川 겸재 정선이 밤에 찾아와 문 세 짝에 절강추도를 그리는 진기한 모습을 관찰하고 감상을 느낀 그대로 적다. 시편으로 겸재 정선에 사례하며 내쳐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숙종12~1751영조27)에게 보이다 /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조선朝鮮1686~1761)

정로중소호흥생鄭老中宵豪興生 정 노인 한 밤중 호방한 흥이 일어나
개문직입환도홍開門直入喚陶泓 문 열고 바로 들어와 벼루를 가져오라 외치더니
천심마묵공신운淺深磨墨供神運 정성을 다해 귀신의 기운으로 먹을 얕고깊게 갈고
좌우장등조안명左右張燈助眼明 좌우에 등을 켜서 눈을 밝게 도우더니
육필병구풍전신六筆並驅風電迅 육필을 아울러 몰아 바람과 번개처럼 빠르게
삼비진습랑도경三扉盡濕浪濤驚 문 세 짝을 젖게 해 파도와 물결로 놀라워졌으니 
오당자차증안색吾堂自此增顔色 우리 집은 이로부터 얼굴빛을 더해
예원거연호사성藝苑居然好事成 예술계가 그러하듯 좋을 일이 이루어지도다

언젠가 다시 항주를 찾아 전당대교錢塘大橋 위에서 이 절강추도를 한 번 보길 희망 합니다.

항주 시내 곳곳에 이 시의 한 구절인 ‘최억시항주最憶是杭州 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라는 홍보판이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항주의 10대 야경’이라며 장교탑영長橋塔影 호빈수악湖濱水樂 하방예광河坊霓光 전당추월錢塘追月 일월동휘日月同輝 산각람휘山閣覽輝 상호하몽湘湖夏夢 서계어화西溪漁火 운하류영运河流影을 나열 하더니 마지막에 최억항주最憶杭州 라며 이 시의 구절로 밤의 항주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옛 서호10경, 소제춘효蘇堤春曉 곡원풍하曲院風荷 평호추월平湖秋月 단교잔설斷橋殘雪 뇌봉석조雷峰夕照 쌍봉삽운雙峰插雲 유랑문앵柳浪聞鶯 화항관어花港觀魚 삼담인월三潭印月 남병만종南屏晚鐘과 1984년 항주일보에서 선정 작업을 한 신서호10경新西湖十景, 운서죽경云栖竹径 만룡계우满陇桂雨 호포몽천虎跑梦泉 용정문차龙井问茶 구계연수九溪烟树 오산천풍吴山天风 완돈환벽阮墩环碧 황룡토취黄龙吐翠 옥황비운玉皇飞云 보석류하宝石流霞, 그리고 2007년에 열린 제9회 서호박람회 개막식에서 항주시위 왕국평 서기가 세 번째로 선정한 "신서호십경新西湖十景“ 영은선종灵隐禅踪 육화청도六和听涛 악묘서하岳墓栖霞 호빈청우湖滨晴雨 전사표충钱祠表忠 만송서연万松书缘 양제경행杨堤景行 삼대운수三台云水 매오춘조梅坞春早 북가몽심北街梦寻을 자료 삼아 함께 올립니다.

언제 같이 항주杭州 한 번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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