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FTA를 ‘제2의 IMF’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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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FTA를 ‘제2의 IMF’라 하는 이유
  • 보건의료단체연합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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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음의 글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지난 10일자 한겨레신문 ‘야! 한국사회’란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

1999년 볼리비아의 코차밤바에서는 시민들이 수도꼭지를 밧줄로 꽁꽁 묶어둬야 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라도 꼭지를 틀어놓으면 큰일이 날 정도로 물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 달 수도요금이 월급의 20%였다.

볼리비아 정부가 상수도를 딕 체니의 미 벡텔사에 팔아넘긴 결과였다. 상수도 민영화는 볼리비아만의 일이 아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이후 캐나다에서는 시장이 시민들도 모르게 호수를 통째로 기업에 팔아넘겨 큰 문제가 되었고, 수도를 놓아두고 강에서 물을 긷던 어린아이가 악어에 잡아먹히는 일이 세계 도처에서 생기고 있다.

물을 팔아 먹어? 무슨 봉이 김선달 이야기인가 할 수 있으나 이 일이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려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가 바로 이 ‘상수도 민영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어찌 상수도 사유화뿐이겠는가. 미국은 한국전력이 공적규제를 받고 있다고 발전 부문의 기업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가스공사의 분할매각을 빨리 진행하라고 요구한다.

미국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공기업이 운영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의 방해이고 투자장벽’이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물·전기·가스 등을 기업에 팔아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다.

물이나 전기, 가스 등 공공서비스가 민간기업에 넘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부가 말하는 대로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와 서비스 질의 향상이 돌아올까?

외환위기 이후 부분매각 조처로 엘지(LG)에 매각된 안양 열병합발전소에서는 한꺼번에 20%의 전기 요금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최대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기업에 사실상의 독점부문인 공공서비스를 맡겨놓으면 공공요금의 폭등이 일어나는 것은 세계적으로 확인된 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또한 교육과 의료의 ‘무역장벽’ 제거를 요구한다. 3월 말 미국무역대표부가 발표한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는 인천 등 세 곳의 경제자유구역을 개방의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경제자유구역을 전국화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학교와 병원은 영리법인이 되어 등록금과 의료비를 자기 마음대로 올려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원만 보자면 건강보험증을 안 받는 귀족병원이 생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식 의료의 한국 이식이다. 미국의 의료비는 어떨까? 맹장수술이 1000만원, 분만료가 700만원, 사랑니 하나 뽑는 비용이 100만원이다. 국민소득 차이를 고려해도 의료비가 한국의 열 배가 넘는다.

유학생들이 사랑니를 뽑으려면 한국에 왔다 가는 게 비행기 값 빼고도 이익이라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오죽하면 체육시간에 아이들이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그 치료비가 엄청나 학교재정에 문제가 생길까봐 체육시간에 자습을 시키는 학교가 미국에서 문제가 될까?

외환위기 때 한국 정부는 수많은 공기업을 헐값으로 국외기업에 매각하였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이제 그때 기업에 팔아치우지 않은 공적서비스 분야를 몽땅 기업에 넘겨주자는 것이다.

이 협정의 결과는 수도요금, 가스, 전기요금, 그리고 교육비, 의료비의 폭등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제2의 외환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상수도를 팔아넘기려던 볼리비아의 로사다 대통령은 민중의 항의에 계엄령까지 동원했으나 결국 벡텔사가 볼리비아에서 쫓겨난다. 로사다 대통령도 2003년 가스까지 미국기업에 넘기려다 결국 민중들의 손에 쫓겨났다. 이것이 볼리비아만의 일일까?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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