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부끄러움'을 아는 경찰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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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부끄러움'을 아는 경찰을 원한다!
  •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7.11.24 18: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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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⑫ 가정폭력 가해자의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침입 사건 관련 경찰청에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 촉구 공문 발송 결과

본지는 한국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 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6월 16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의전화의 유래와 비전을 소개하는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번 기획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 마감 끝나고 집 가려고 택시 탔는데 택시기사 하는 말 “아가씨가 늦게 다니면 다 먹어도 되는 줄 알고 강간해요” 경찰 부르고 녹음한 거 들려줬는데도 “아유, 걱정한 거지”라면서 넘어갔던 일.

- 집 아래층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쿵쿵 소리가 수도 없이 나기에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잠시 후 온 경찰은 매우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사람 원래 자주 그러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자도 드세서 자꾸 대들어서 그런단다.

- 남자인 내 지인은 좀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이면 무조건 신고하는데, 그때마다 경찰이 잘 대응해줬다고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결국 남자가 신고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여자는 무시한단 거지.

지난 11월 10일 시작된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은 3일 만에 20만여 건의 트윗을 기록하며 여성폭력에 대한 경찰대응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중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경험들은 한국사회에서 여성 삶의 권리와 존엄성이 국가에 의해 끊임없이 무시되고 부정당해왔음을 증언한다. 시민 안전과 권리 보장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경찰은 여성들의 호소에 시큰둥했다. 도움 요청에도 방관했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든 폭력 혹은 범죄 피해를 입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과연 누구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여자답지 않으면, 맞을 짓을 했으면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 워낙에 흔한 일이라 큰 문제로도 여기지 않는 경찰의 인식은 그 테두리에서 여성을 제외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사건이 발생한 탓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이토록 부정의하고 반인권적일 수 있단 말인가.

11월 9일 진행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침입한 가해자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경찰 강력 규탄 기자회견. (ⓒ 한국여성의전화)

그런데도 경찰의 자성과 책임을 지는 태도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위 해시태그 운동을 촉발한 계기가 된 11월 2일 가정폭력 가해자의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침입 사건에 대해 9일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경찰청에 보낸 바 있다.

그로부터 엿새 뒤인 15일, 경찰청에서 달랑 한 장짜리로 온 회신의 내용은 기가 차는 수준을 넘는다. 사건 당일 가정폭력 가해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가해자처럼) 자신도 ‘아빠’라며 가해자를 적극 옹호하여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피해자와 보호시설을 탓하며 가해자는 잘못이 없다던 경찰의 직무유기와 가해 행위 사실을 기막히게 다른 내용으로 둔갑시키면서, 다만 자신들의 조치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답변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가정폭력 가해자를 제지·격리하지 않음으로써 가정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들과 보호시설에 피신해 있던 여성들을 위협적인 상황으로 내몬 경찰이 감히 누구를 향해 아쉽다는 말을 운운하는가.

경찰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척, 아는 것을 모르는 척 감출 것이 아니라 사건 당일의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보호시설에 공식 사과하고, 자신들의 행위를 똑똑히 기억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짐으로써 여성폭력 사건처리에서의 지독한 성차별 인식과 태도를 전면 쇄신하라. 부끄러움이 무엇인줄 알라.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이야기들이 경찰에 말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알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찰은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0일, 11월 2일 사건 관련 추가 진상조사 및 후속조치를 재요청하는 공문을 경찰청에 다시 보낸 상황이다. 아직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경찰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 결코 여성폭력은 해결될 수 없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하기 : https://t.co/TUVhh82V0s

본 기사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한국여성의전화에서 송고하여 게재됐습니다. 페미니즘 및 여성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 미디어 비평 등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다채로운 활동은 홈페이지(www.hotline.or.kr)에서 볼 수 있으며,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면 문자로 후원할 수 있습니다. 문자후원번호는#2540-1983(건당 3,000원)이며, #을 반드시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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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2017-11-30 14:25:08
좋은 기획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이 시리즈를 열심히 보고있어요~ 이런 기획을 통해서 우리 안의 가부장제와 차별에 대해서도 변화할 수 있는 기회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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