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하에서 "규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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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하에서 "규제 가능할까"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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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편의주의 비난 커…'사전심의' 제 역할 여부가 관건

 

작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5개월여 간 진행된 '해답 없는 큐빅 맞추기'식 공방의 결말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지어졌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의료광고가 가능한 조항을 일일이 법에 명시해야 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도저히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금지조항만 법에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즉, 이제는 개정안에 담긴 9가지 조항을 제외한 모든 의료광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헌재 판결의 취지를 담아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무수한 고민들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 헌재 판결로 도마위에 오른 문제는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포지티브 리스트에 진료방법을 명시하기는 힘들다. 진료방법이라 단순히 명시했을 경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 등을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용할 수 있는 진료방법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하나의 질병에 대해서도 다양한 진료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려 하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한 수정안처럼 '보험 급여가 인정된 진료방법'만 허용하기도 힘들다. 애초 헌법소원의 발단이 됐던 진료방법이 비급여인 '라식수술'이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수정안을 다시 보완해 "검사·처치 등의 진료행위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안전성과 효능, 효과 및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하여 고시한 사항"을 리스트에 포함해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자는 안을 제출했으나, 이 또한 "끊임없이 개발되는 신의료 기술을 일일이 검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환'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허용 진료방법을 일일이 심사하기 어렵다면서 그와 관련된 광고는 일일이 심의할 수 있냐"면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과연 복지부가 제출해 지난 7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수정안에 신설돼 있는 '의료 광고 사전 심의'와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설치'가 "네거티브로 전환됨으로 인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온갖 과장·허위·불법 광고들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복지부 안에는 심의위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도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심의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다.

사실 현행 포지티브 방식 하에서도 온갖 불법 광고가 난무하고 있는 일차적 책임은 복지부의 통제·감독의 부재에 있다. 시민단체가 비판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도 복지부가 제대로 된 통제·감독 기능을 해야 함에도 못하고 있으면서, 이를 오히려 포지티브 방식의 문제로 걸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통제기능을 심의위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위해 심의위에 어느정도의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또한 네거티브 전환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올 광고들을 어떻게 다 관리해 낼 것인지에 대한 책임성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심의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도 만만찮은 문제거리다.
정석으로 따지면, 정부와 가입자, 공급자가 같은 비율로 짜여질 것이나, 이럴 경우 이해관계에 의해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협의 경우 의료광고를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다 회원들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성방법에서부터 갈등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망된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을 골자로 한 의료광고 규제 완화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실제 상임위가 본회의를 통과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빚을 수 있는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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