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동의 없는 의료빅데이터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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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동의 없는 의료빅데이터 중단해야”
  • 정선화 기자
  • 승인 2017.11.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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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세넷, 명확한 기준 없이 국민개인정보 넘겨선 안 돼… 상업적 활용‧취약계층 차별 원인 될 수도
건세넷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관한 포럼을 열고 시민사회의 입장을 전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강주성 김준현 이하 건세넷)은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배경과 문제점‧법률적 배경과 한계,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건강권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와 사회진보연대 김진현 정책교육국장이 발제에 나섰다. 발제자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전략이 관련 법안 및 시민사회 합의 등 충분한 준비 없이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영역에 맞는 별도 입법 필요해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

먼저 발제에 나선 장여경 활동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추진 배경‧경과와 영국의 케어데이터 추진 사례 등을 소개하며 사업 추진에 앞서 시민사회와 합의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영국 빅테이터 사업인 care.data가 법적 근거를 이유삼아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민감한 의료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다 시민사회의 대대적인 정보제공거부 운동에 부딪혀 결국엔 중단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장 활동가는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 핵심은 ‘유출’이 아닌 ‘목적’에 있기 때문에, 개인건강‧의료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의 경우 그 주체가 ‘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빅데이터 활용 사업 방식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집적 방식과 매우 흡사해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다면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활동가는 최근 불거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비식별화’된 국민건강정보를 민간보험사에 팔아넘긴 사건을 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빅데이터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형태로 제공해야 하는데도 심평원은 익명화가 아니라 이름의 한 글자 등 부분적으로 비식별화한 데이터를 민간보험회사에 제공했다”며 “빅데이터의 특성 상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재식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민간보험사가 보험 심사‧대출 심사를 거절하는 근거로 사용되도록 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장 활동가는 연구와 공익목적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영역의 특수성에 맞는 별도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활동가는 “공익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경우 연구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연구결과를 공개할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복지부는 4개 분야 연구 선언에 그쳤다”며 “또한 외국에는 연구의 공익성과 공개위험성을 심사하는 독립된 기구가 있어 연구결과 반출도 제한하지만, 복지부는 연구윤리위원회가 전부이고 연구 결과도 반출이 가능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비식별화 불가능해… 취약계층은 오히려 불이익 받을 것

사회진보연대 김진현 정책교육국장.

이어 김진현 정책교육국장이 발제에 나서 빅데이터를 통해 취약계층이 오히려 차별받을 수 있으며, 경제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정부는 유전정보‧진료정보‧생활습관 정보 등 크게 3가지 정보를 통합해 공개하고자 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가지고 있는 진료정보와 질병관리정부‧국립암센터 등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를 합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라며 “비식별화한 이후 정보제공자 동의 없이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NA 염기서열 유전정보 자체가 개개인 고유의 개인식별정보면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비식별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빌미로 개인건강정보가 유출되면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거나 이미 질병에 걸린 사람은 민간보험사의 보험 심사, 고용 계약 등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빅데이터에는 직업, 노동조건, 소득 등 사회적 원인이 반영돼 있지 않아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로만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민간의 건강관리서비스와 결합되면 개인 유전자 검사나 ‘비만 유전자가 있으니 운동을 하라’는 식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결국 생활습관을 바꿀 여건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는 효과가 없다”며 “제약사‧보험사를 배불리고 의료비만 증가시켜 결국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국장은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는 생활습관 정보 수집 방법에는 웨어러블 장치가 포함돼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 장치를 구입해야 해 어마어마한 시장이 펼쳐지는 것”이라며 “설문조사 등으로도 수집 가능한 정보를 굳이 고가의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인 CJ헬스케어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내년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CJ헬스케어가 매각된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로 정밀의료를 발전시키며 신약 개발로 경제 성장을 이룬다는 주장도 다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아이슬란드에서 1998년,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며사회적 합의‧적법한 근거 없이 민간 기업인 디코드에게 맡겼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파산한 뒤, 초국적 제약기업에 아이슬란드인 14만 명의 빅데이터가 팔려간 사례로 보충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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