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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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
  • 윤정식
  • 승인 2006.04.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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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평화의료연대 7기 진료단에 참가하고..

 

유럽여행 출국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베트남에 다녀온 이후 출국 날짜를 일주일 미루고도 한동안 나도 모르게 베트남의 기억속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나에게 베트남이란 어렸을 적 보았던 티비 시리즈 '머나먼 정글'과 나짱에 주둔하셨던 아버지의 흑백사진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베트남 평화의료연대에 참가하게 된 동기도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졸업 후 학교의 연장선상에서 보냈던 수련기간 동안 너무 위축되고 경직된 나를 환기시키고 싶었고 또 왜 하필 베트남인지.. 그것이 알고 싶어서였다.

거창한 생각 없이, 아니 별 생각 없이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시간 후, 거의 자정이 다되어서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고 새벽 6시가 넘어 빈딘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서 빈딘성의 뀌뇬시의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시 한 시간 반을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곳 그곳에 목적지가 있었다

.

1966년 2월 베트남 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빈딘성 따이빈사 고자이 마을. 올해로 40주년이 되는 위령제에 참가하기 위해 그렇게 서둘러 온 것이었다.

'고자이 마을에서만 380명의 주민이 한시간만에 학살당했고 이런 민간인 학살은 이 마을 이외에도 다른 마을에서 한국군 및 미군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사실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그렇게 많은 민간인(주로 여자와 아이들)이 한국군에 의해 학살되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 경제발전이라는 말과 오래전 티비 속의 드라마가 이런 사실보다 나의 머릿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점점 무거워졌다.

이런 생각은 나흘간의 진료를 마치고 또 런 아저씨를 만나고 호치민으로 돌아와서
전쟁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하나로 모아졌다.

" 전쟁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엽제에 의한 기형아들.
군인에 의해 강간당하고 학살당한 여인들.
시체를 들고 히죽거리는 군인.

전쟁을 겪어본 반레 시인의 말은 묵직했다. '전쟁이 인간을 죽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죽이고 나아가서는 인간 자체를 말소시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

40년 전에 베트남에 파병한 우리 정부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 군인들을 보고 또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도 다시 이라크에 파병하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노근리 양민 학살이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요즘에도 계속 보고 되고 있는 이라크의 민간인 학살... 왜 반복되어야만 하는지...

'하노이에 뜨는 별'을 읽으면서도 탄타오 시인의 말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첫번째는 기억하는 것, 두 번째는 돌이켜 후회하는 것"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었다.
'후회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

이번 한번으로 베트남에 대해서 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여기 베트남에서 과거 우리 군인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사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런 과오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평화의료연대에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그러면 살갑게 다가와주고 안아주는 베트남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것만 같다.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7기 진료단
소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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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2006-04-22 10:05:36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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