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선거 무효소송과 전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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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 선거 무효소송과 전문직
  • 김경일
  • 승인 2017.12.19 16: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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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경일 논설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김철수 이하 협회) 협회장 선거무효소송 1심 선고가 2월 1일 있을 예정이다.

지난 3월 28일 1차 투표 당시 휴대전화번호 정보 오류로 약 1,050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이후 재투표 요구, 결선투표 거부, 일부 회원들의 개표금지 가처분신청 등이 있었다.

선거인 명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회원들의 잘못을 지적한 선관위의 태도, 협회장의 관권선거 의혹과 선거 당일 휴대전화 오류에 대한 안일한 대응도 비판에 올랐다.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의 혼란을 수습하고 화합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선거 이후 협회는 미온적으로 대처하였고 5월 25일 '치과의사 협회장 선거의 정상화를 위한 선거인 모임'은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협회는 1심 판결이 임박한 9월 18일에야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고 소송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거인 모임에 대화를 요청하였다. 이어 10월 17일 정기이사회에서 선관위 산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으며 현재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 10일 지부장협의회는 선거무효소송이 치과계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소송 취하를 권고하였다. 

선거 무효소송은 단지 치과계의 혼란을 일으키는 사건이기만 한 것인가?

이번 소송은 협회가 전문직 단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 같은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과거 의료인 협회는 관변단체 내지는 친목단체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직역 간의 갈등, 정부와의 갈등에서 의료인 협회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며 변화하였다. 

치과계는 직접적으로 갈등에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치과의사협회의 활동이 점차 국민 건강과 치과의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협회 활동도 친목적 성격을 넘어 전문직 단체로써의 높은 책임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협회 운영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젊은 회원들이 협회 활동과 회비 등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지적했으며, 협회가 여성 및 젊은 치과의사 등 다양한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직선제는 상기의 여러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첫 직선제 선거에서 전임 회장의 부적절한 발언, 선관위의 안일한 선거관리, 새 집행부의 즉각적인 대처 미흡 등은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심어주었다. 

협회는 해당 문제에 즉각 대처했어야 했다. 더불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했다. 즉 근본적으로 협회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약한 대의원제 개혁 등을 포함해 제도적으로 소통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치과의사협회는 그 활동이 회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있다. 우리나라 의료인 협회는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더불어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법정 단체이다.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익성을 담보하는 치과의사 단체로 의료인이 중심이 된 면허 관리기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특히 영국의 면허 관리기구인 General Dental Council을 보면, 각각의 위원회가 어떤 인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들의 경력은 무엇인지, 언제 무슨 주제로 회의가 있었는지 등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회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또한 징계에 관한 기록을 공표하고 있으며 활동에 대한 연례보고서도 발행하고 있다. 

금번 소송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있다. 소송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도 치과계 내부의 해결 과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현 집행부가 문제의 발단은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주체임에도 당선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했으며 내부의 갈등 해결 과정 없이 방치한 탓에 이제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갈등은 집단을 단절시키고 발전을 방해하는 측면과 더불어 긴장과 갈등의 해결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결속하여 신뢰와 화해, 통합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시켜 대화와 협상 등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 노력 이후에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사법적인 판단이어야 한다. 우리 치과계가 이런 문제에 대하여 집단 내부에서의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 스스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전문직의 책임성을 높이는 활동이 될 것인데 아직 그런 과정이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제 선고가 한 달여 남았다. 재판 결과의 여파는 경우에 따라서 상당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재판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이 단지 하나의 혼란을 일으키는 사건이 아니라 치과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협회는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필요하다면 책임 있는 자에게 그에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며 제도적 보완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과정의 투명성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논의 내용을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소통과 투명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들의 신뢰를 획득한다면, 그것이 치과계의 가장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김경일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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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2017-12-20 09:23:46
시의적절한 논설이다. 현집행부도 선거오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현집행부의 임원들의 대부분이 전집행부의 임원들이다. 임원들도 회장과 함께 선거오류에 대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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