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교육,의료 서비스 개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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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교육,의료 서비스 개방 없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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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화다, 아니다' 논란으로 본질 호도 말아야

지난 17일 국정홍보지인 국정브리핑은 외교통상부 유명희 FTA 서비스교섭과장의 말을 빌어 “한미FTA 교육, 의료 서비스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외교부는 협상에서 제기될 여지도 없거니와 미국이 요구한다 해도 ‘절대 불갗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한미FTA가 체결되면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가 전면 개방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진한 정부 주장의 진실은 무엇일까?

정부, 보건-의료 서비스 개방은 없다는 주장의 근거

유명희 과장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유치원을 포함한 초ㆍ중등 교육과 의료부문 개방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차례도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FTA 협상에서도 현안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설혹 미국이 FTA 협상에서 이들 부문의 개방을 요구하더라도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절대 개방치 않는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협상 원칙이라고 덧붙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미국 측이 의료ㆍ교육 분야의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며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물론 매년 내놓는 한미통상장벽보고서 등에서 한 차례도 이들 분야의 개방을 요구한 전례가 없다”고 사례를 들었다.

물론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분야는 미국 측의 개방요구가 있을 수 있으나 이 또한 협상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내용일 뿐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주장했고, 교육기관 운영 수익을 본국에 송금할 수 있는 영리법인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토지 매입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방이 된다 하더라도 당장 미국 교육기관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철호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의 지적은 달랐다. 이철호 부소장은 “현재까지 정부는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 ‘교육시장을 개방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전례를 들며 그럼에도 경제특구나 제주도에는 국내 공교육제도에서 벗어난 국제학교 등이 들어섰음을 지적했다. 이번도 마찬가지의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초중등 교육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측이 개방을 요구하는 고등교육 분야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교육의 영리법인화와 맞물려 대학교육을 시장화시키고 이런 흐름이 대학 입시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이 흐름은 역으로 초중등 교육 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공교육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초중등 교육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등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초중등 교육 시장개방의 효과를 볼 수 있음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이철호 부소장은 미국이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과정에서 교육부문에서 ‘테스팅 서비스 제도’ 도입을 주장했음을 강조했다. 이 서비스는 규격화된 학력 인증 서비스로 각국에서 협상과정에서 많은 마찰을 불러 일으켰던 항목이다.

“이런 규격화된 학력인증 서비스가 한국의 교육제도로 들어올 경우 초중등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체계 자체가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문제는 교육부에 '테스팅 서비스'에 대해 문의를 해도 담당자가 모르고 있다는 졈이라며 “정부가 ‘초중등 교육의 교육시장 개방이 현안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사기’”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너무 솔직하거나 너무 순진하거나

의료 부문도 마찬가지다. 국정브리핑은 “의료 부문 개방은 국민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서비스 체계와 얽혀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 없이 FTA 협상에서 다뤄질 수 없다는 게 외교부의 판단”이라며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미국 의료산업이 국내에 들어와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비해 부지 매입과 의료인력 확보 등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개방 요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으나 외교부가 오히려 보험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갚라며 의견을 표했다. 이미 선결과제로 약값 조정을 통해 제약자본의 이해를 들어준 상황에서 주한미상공회의소 대표가 AIG 회장인 점과 국내 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외국계 보험자본, 예를 들어 AIG 다보장의료 보험 등 보험자본이 시장 개척을 위해 한미FTA를 기회로 삼을 것임을 들었다.

특히 의료산업화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 해 온 일관된 정책이다. 이런 흐름이 의료제도 전반을 다루고 있는 한미FTA협상에서 영리법인 허용이나 민간보험 활성화 등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고,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서비스와 교육, 의료’를 지목해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을 하겠다’고 말한 주장과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영리법인화, 민간보험의 활성화에 대한 미국 자본측의 요구가 있겠지만, 이보다 더 외교부와 국내 의료산업화론자들의 요구가 더 클 수 있음“을 들었다. 이미 "정부가 고유 정책으로,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의료산업화 정책의 핵심인 영리법원 허용과 민간의료 보험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한미FTA 협상과제이던, 한국 정부가 자발적 개방의 형태로 추진하던 간에 이미 추구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이기 때문에 의료제도의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부는 협상 상대가 재경부를 중심으로 한 (국내)영리산업화론자가 아닌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미FTA협상 이건 아니건 간에 이미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시장화 정책이 있기 때문에 ‘시장화다, 아니다’는 논리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관련해 공공부문 서비스를 제외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이윤주 공공연맹 정책부장은 "그들이 바라보는 공공서비스가 소유주가 민간이거나 민간 위탁된 거는 빼고 애기하는 범주일 것"임을 들며 "그들이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나누는 것에 대한 우선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KT의 경우는 사회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미 공기업이 아니고, 주식시장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 민간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민간위탁된 공공 서비스, 환경 서비스들의 경우도 이렇게 민간 서비스로 구분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공공서비스 제외'란 부분의 범주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예외에 대한 해명은 한미FTA의 현안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여론을 의식한 조삼모사식의 앞뒤말 바꾸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인 셈이다.

참세상 라은영 기자(hallola@jinbo.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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