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의 민원을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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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의 민원을 핑계로…
  • 전양호
  • 승인 2018.01.02 18: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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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전양호 위원

최근 대한치과대학병원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측이 외국 수련자들의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 부여에 대한 민원을 보건복지부에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핵심은, 외국 수련자들의 수련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응시 자격을 부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련 이수 증명서’의 확인 외에는 절차적 검증과정이 부재해 충실하게 과정을 이수중인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행정입법권자인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의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까지 요청하고 있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통해 경과조치 적용 대상자들에 대한 철저한 자격검증과 6개월 이하의 추가 직무교육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주장했던 한 사람으로서, 대전협의 민원을 핑계 삼아 전문의제도 경과조치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1. 대전협 측에서 주장한 외국 수련자에 대한 엄격한 자격 검증은 국내 군전공의 수련병원 3년 이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애초에, 2003년 이전 수련자들에 대해 경과조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건 2015년 외국 수련자 응시자격 미부여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부터였다. 외국 수련자와 국내 임의수련자의 지위가 동등하니 이들 모두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 선상에서 국내 군전공의 수련병원 이수자들에게도 철저한 검증의 잣대를 주장하는 것이 맞다.

대전협은 외국 수련자의 검증 과정에서 ▲수련기관 검증 부재 ▲수련 기간에 대한 기준 부재 ▲수련중단 기간에 대한 세부기준 부재 ▲검증과정의 일관성 및 투명성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들은 법률에 따른 4년의 수련 기간을 거치고 있으며, 1달 이상의 휴가 시 추가 수련을 받는다는 규정에 따라 아파도 제때 쉬지도 않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전문의제와 관련된 모든 위헌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전문의의 자격으로 법률에 따라 규정된 검증 가능한 수련과정을 거칠 것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다. 법률에 정해진 것도 아닌 병원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이루어진 군전공의 수련과정 3년의 이수자에게 이수증 외에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검증했는지…

2. 치과의사 전문의제 경과조치의 적용과정에서 보여준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복지부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며, 이미 정해진 것 외에는 어떠한 논의도 허용하지 않는 답정너*의 전형이었다.

전문의제 논란에서 보건복지부는 겉으로는 치과계의 합의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13년 당시 건강정책국장이었던 임종규 국장이 제안했던 임의수련자의 전면적인 경과조치와 통합치의학과 신설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치과계가 대의원총회 등을 통해 몇 차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치과계의 합의 존중은 수사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정작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개정된 전문의 규정의 핵심은 외국 수련자와 군전공의 수련과정 3년 이수자들이 ‘규정의 수련과정과 동등 이상의 수련을 받았음’을 검증하고 자격이 부족한 이들에게 ‘6개월 이하의 직무훈련’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협의 지적대로 마지막까지 이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치과계에 떠넘겨버렸다.

헌법재판소는 공대위의 치과의사 전문의 규정 개정안 위헌 청구 소송 각하 결정문에서 “심판대상 조항은 군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3년 이상의 군전공의 수련과정을 이수한 치과의사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치과 전문의 규정에 따른 수련과정과 동등 이상의 수련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량으로 응시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는 심판대상 조항에 의하여 직접 발생 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응시자격 부여에 의하여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기술한 바 있다.

즉,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응시자격 부여 과정에 따라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법조문을 교묘하게 이용해 위헌 소지를 피했고, 이후에도 법적인 시비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으니, 치과계의 전담부서 요구가 정부와 국민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답정너 :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로, 인터넷 신조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받기 원하는 칭찬이나, 원하는 대답을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상대방을 시험하거나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을 때에 원하는 답변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출처 : 시사상식사전)

3.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이 미수련자들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정말 실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는 건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미수련자들의 처지를 걱정해주고,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이라도 따시라고 친절하게 당부하시던 분들이 막상 개정안이 통과되고 자신들의 자격증이 눈앞에 오자 안면을 바꿔 통합치의학과의 위치를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통합치의학과 명칭, 수련 기간, 진료 범위 등 공직과 다른 분과학회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전문의 수련기관이 과목 신설을 외면하고 있다. 갑과 을이 뒤바뀐 것이다. 경쟁력을 떠나 그 존립 자체도 의문이다.

이번 전문의 시험에 2,600명이 넘는 인원이 응시했다고 한다. 어림잡아 약 2,500명의 전문의가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는 이전 규정에서 9년, 10년에 걸쳐 배출되는 전문의 수에 해당한다. 이는 향후 치과의료가 전문의 중심의 경쟁적 체계로 변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들은 통합치의학과 전문의의 지위를 위협하고 흔들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이다.

미수련자들은 2003년 제정되어 13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치과의사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의 제도가 운용될 것이라는 법적 신뢰를 가지고, 전문의 수련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 자신의 경쟁력을 갖춘 선의의 피해자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에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은 너무 취약하다.

4. 마지막으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변화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치협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회원들의 민의가 어떻게 무시되고 왜곡됐는지 치열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좀 다른 방향으로 전문의 제도가 변화되길 바라며, 정부와 국회 등 여러 곳을 두드리고 다녔었다. 이분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그래서 치협의 입장은 뭔가요?”였다. 이분들에게 치과 분야는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되도록 큰 소리 안 나게 처리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치협과 의견을 맞춰나가는 것이 가장 손쉬운 길이다. 치협이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간 것이 아니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이고, 누군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김세영 전 협회장은 지금의 제도를 처음 설계했으며, 최남섭 전 협회장은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왜곡하고 임플란트과 등의 추가 전문과목 신설을 내세워 회원들을 기만했다. 그리고 전임 집행부의 불통을 비판했던 김철수 협회장은 이 모든 것을 이어받았다.

아마 그냥 이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판단들이 틀릴 수도 있고, 모두가 별 탈 없이 지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전양호(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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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2018-01-03 09:32:08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1월말에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는 기회가 올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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