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을 꿈꾸던 시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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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꿈꾸던 시골역
  • 임종철
  • 승인 2006.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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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역건물, 신촌역

 

▲ 신촌역전에서 본 모습
어린 시절, 집에서 나와 가다가 큰길을 건너면 미류나무가 높게 솟은 작은 길이 이어졌고 그 길 끝에는 기차역이 있었다. 역 옆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기찻길 밑으로 굴다리가 있고 그 굴을 지나면 길은 산 속의 절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지금도 이중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물론 주변이 워낙 많이 변해서-당연히 미류나무같은건 오래전에 잘려나갔고 길들은 확,포장된지 오래다- 경치는 전혀 달라졌지만.

 

▲ 어딘지 시골역같이 보이는 대합실 모습

 그 기차역은 신촌역(지하철 신촌역이 아니라 경의선 신촌역)이고 산 속의 절은 금화터널 옆의 봉원사-아직도 새절이란 이름이 익숙한-다.(국민학교때의 단골 소풍장소이던 봉원사가 엉뚱하게 유영철 때문에 신문에 오르내린 건 분통터질 일이다)
지금은 밀리오레가 들어설 민자역사 건설 때문에 그야말로 오두막집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신촌역은 서울역보다도 오래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역 건물이다. 서대문구 대현동 74­12번지에 위치한 신촌역사는 서울역보다 5년 앞선 1920년 12월에 지어졌다. 경의선 개통은 1906년이니까 이 기찻길도 100년이 된 셈이다.


그러나 경의선도 끊어진지 오래고 도로교통이 발달하다보니까 주위의 발전과 반대로 한적한 시골역 풍경으로 계속 잠겨들었다. 그래도 하루 300회 정도 기차가 통과하고 경의선 38회 교외선 6회가 운행(통일호)되며 약3,500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한다. 이제 역건물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막상 민자역사가 건설되면 옆으로 옮겨서 보존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게 되면 역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지는게 아닌지 안타깝다.


▲ 뒷건물은 밀리오레가 들어설 민자역사

신촌, 특히 이대입구 일대의 소비문화가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온지도 수십년은 되었지 싶다. 하지만 이곳은 그 위치 때문에도 나름대로 시대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왔다. 그리고 2002년부터 신촌문화축제라는 문화행사도 기획되어 오듯이 많은 문화의 무대가 되어온 곳이고 지금도 강남과는 또다른 젊은이들의 문화가 존재한다.


앞으로 거대쇼핑몰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젊어서 더는 참을 수 없던 그 시절 이곳 신촌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려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들과 함께 앞으로도 아름답게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의 추억의 '탈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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