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프랑스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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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프랑스적인 삶
  • 장현주
  • 승인 2006.05.0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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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뒤부아, 밝은세상

책을 덮는 순간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묵직한 느낌이 가슴에 얹혔다.

이 책을 뭐라 해야 좋을까... 68혁명세대의 후일담? 성장소설? 자전소설? 가족소설? 혹은 불륜소설이나 정치소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어떤식으로든 저자의 주파수에 공명하는 자신의 심금, 몇개의 떨리는 현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계획없이 들른 광화문 교보에서 이 책을 집어든건 순전한 우연이었다.

아마도 샤를 드골로 시작해 조르주 퐁피두, 지스카르 데스탱, 미테랑과 자크 시라크 등 외신을 통해 익숙해진 프랑스 대통령들의 이름으로 나뉘어진 이 소설의 특이한 목차배열 때문이었거나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추천도서 매대에 진열된 이 책을 지나치는 순간 부르주아 혁명과 68혁명의 나라, 샤르트르와 보봐르의 나라, 한국출신의 택시운전사가 머물렀던 똘레랑스의 나라, 미국의 클린턴이 섹스스캔들로 곤욕을 치를때 대통령의 정부와 사생아를 가십거리로 삼지 않았다던, 고상한 국민들과 세련된 매스컴의 나라 프랑스의 속살을 훔쳐볼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것 같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이 책은 나의 기대에 충분히 넘칠정도로 응답해 주었으며, 희망할 수도 절망해 지지도 않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노인이 된 느낌이다.

이책은 소위 68세대의 좌파로 분류될만한 주인공 폴 블릭의 생애사를 다루고 있다. 또한 그 씨줄을 수없이 교직하고 있는 프랑스의 근현대사와 그 위에 수놓아진 인간군상들에 대한 묘사기도 하다. 저자는 큰것과 작은것, 역사와 개인의 일상을 한치의 허술함도 없이 정교하게 직조한 뒤에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의 비극성과 소통의 불능이라는 현대소설의 미덕까지 버무려놓는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뻐근하고 슬펐다. 이 책이 삶에는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는 역자의 평은 내게는 생뚱맞기만 하다.

어쨌든 이 책 '프랑스적인 삶'은 보너스가 많은 책이며 프랑스적인 삶 뿐 아니라 한국적인 삶에 대해서도 꽤 많은 말을 하고있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든 볼만한 풍경이 있고, 어느 질문에 대해서든 저자의 방식대로 대꾸해준다. 말하자면 '세상의 의사들(아마도 국경없는 의사들?)'이라는 조직의 해외파견 사업에 얼떨결에 동행하게된 주인공의 에피소드에서 건치의 해외연대사업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고, 주인공과 자식들의 관계에서 좋은 부모노릇에 대한 성찰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386과 프랑스의 68세대에 대한 비교는 이 책에 대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비평에 불과하지 않을까싶다.

얼마전 38살이된 나는 다만, 주인공 블릭씨의 38세를 인용하면서 글을 맺으련다. 더 궁금하면 사서 읽어보시라.

'나는 이제 막 서른여덟 살이 되었다. 나는 나무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다. 나의 아이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나의 장모는 애인이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사회 반역자에게 투표를 했다. 나의 아내는 노사관계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르는 타락했지만 신중한 랍비의 두 팔에 안겨 오르가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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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2006-05-02 18:56:09
프랑스적인 삶이라, 직접 읽지 않고선, 서평이 상당히 깐깐해 독해 불능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사봐야 겠다. 조카가 어제 새벽 2시에 네이버 폰으로 전화를 했다. 프랑스적 삶이 어려운 모양이다. 공부하기 어렵다는 뜻...프랑스 말이 아직 익숙치 않아서지 ㅎㅎ..프랑스하면 생각나는게 난 앙리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환상적인 인프런트 바나나 킥...6월 월드컵 프랑스전이 기대된다. 지성 화이팅!!

sarugi 2006-05-03 15:45:09
서른여덟의 삶을 봐서는 마흔다섯이 어떨지 암울한 느낌이 좀...^^.
작년에 프랑스 갈 기회를 두번을 놓친 아쉬움을 달랠겸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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