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공작 마수 '치과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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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공작 마수 '치과계까지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1.18 10:45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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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서 치협에 압력 행사한 어버이연합 실체 조명…김세영 전 협회장 “치과계 경각심 가져야”
치과의사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어버이연합 (출처 : MBC PD수첩 캡쳐)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16일 ‘국정원과 가짜보수’란 주제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불법 정치공작과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관제 데모와 대한민국 보수단체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날 방송은 진선미 의원 앞으로 도착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공작을 폭로하는 내용의 편지로 시작됐다. 편지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실태 및 대응방향'이란 제목의 일명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으로 문서에서는 '건전단체들의 항의방문' 등 구체적인 정치공작 방법이 적시돼 있어 충격을 더했다.

특히 이번 회에서는 지난 2013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당시 발언을 문제 삼아 어버이연합이 나서 공격한 것에 이어 양 의원을 후원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까지 표적 수사를 당한 것을 비중 있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서는 “2013년 12월 10일 양승조 의원을 후원한 치협이 어버이연합의 표적이 됐고, 어버이연합이 양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치협도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이 당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명을 고발했고 그것이 치협 입법로비에 대한 검찰수사로까지 번진 것.

실제로 치협과 김세영 전 협회장 등은 ▲2014년 10월 31일 ▲2014년 11월 13일 ▲2014년 12월 15일 등 총 3회에 걸쳐 유례없이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러나 2017년 치협의 로비의혹은 무혐의로 드러났다.

치협 원용섭 국장은 “(검찰이) 저희 집에도 갑자기 쳐들어와서 집을 뒤지고, 심지어 아들, 딸 핸드폰까지 7개를 가지고 갔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 나온 故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8/5(화) 치과의사협회 관련 정치자금법사건 ⟶ 신속, 철저 조사』, 『금일(8.5) 10:00 중앙지검 공안1부, 고발인 추선희(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조사예정』이라고 적시돼 있었으며, PD수첩 측은 “청와대는 치협을 고발한 추선희의 일정까지 챙기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은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보수단체의 항의성 집회 ▲보수단체의 고소 및 고발 ▲검찰 수사 ▲언론 기사화라는 이른바 ‘사각 커넥션’의 흐름을 잡는 컨트롤 타워가 있다고 지적키도 했다.

故김영한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나온 치협 압력 지시사항 (출처 : MBC PD수첩 캡쳐)

 어버이연합과 치협의 ‘악연’…그 연결고리는?

치과계에서는 어버이연합과 국정원, 그리고 유디치과까지 이어지는 ‘커넥션’의 존재에 대해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 왔다. 1인1개소법의 위해성을 외치는 어버이연합의 주장과 유디치과 측의 주장이 궤를 같이 해 왔기 때문.

지난 2013년 12월 10일 어버이연합은 양승조 의원에 대한 규탄은 물론 보건복지부 앞에서 ‘반값 임플란트 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시작해, 이후 무려 열흘 간 성수동 치과의사회관 앞에서도 1인시위를 계속했다.

또 그해 같은 달 17일에 열린 (가칭)보수대연합발기인대회에서는 유디치과가 공식후원자로 나서는가 하면 진세식 대표원장은 인사말에서 ‘반값 임플란트’를 외치기도 했다.

이어 2014년 1월 2일 치협 신년 교례회가 열리던 치과의사회관 앞에서 어버이연합은 ‘양승조‧김세영 OUT', '반값 임플란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들은 유디치과의 ‘반값 임플란트’ 정책에 위해가 된다며 양승조 의원 대표발의로 통과된 1인1개소법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키도 했다.

이후 2013년 10월 어버이연합이 양승조 의원을 비롯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명을 고발, 치협 입법로비에 대한 검찰수사로까지 불거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김세영 전 협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이에 어버이연합은 2015년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1개소법 폐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치과의사회관 압수수색(출처 : MBC PD수첩 캡쳐)

주적은 ‘의료영리화’…“경각심 갖고 단결해야”

한편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PD수첩 측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치협 최치원 부회장은 이번 'PD수첩‘에서 어버이연합의 실체를 파헤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어버이연합과 유디치과와의 유착관계를 다루지 않아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장 의문인 것은 (어버이연합의) 타겟인 양승조 의원이 아닌 치협으로 그 불똥이 튄 것”이라며 “아마 어버이연합을 동원할 수 있는 보수세력과 그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의료영리화 세력의 개입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 압수수색과 같은 사태는 지난 정권의 안보를 위한 정치적 놀음에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어버이연합, 유디치과가 말하는 것처럼 1인1개소법이 입법로비로 된 것이라면 어떻게 157명의 여‧야의원 찬성으로 통과 됐는지 만약 로비가 맞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주지 않았겠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회원들의 피로감’이란 말을 무척 싫어하게 됐다며 “그 말 자체가 바로 유디치과가 노리는 ‘치과계 밥그릇 싸움’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방송에서 어버이연합의 실체와 그와 관련된 단체가 드러난 만큼 치과계 내부의 소모적 논쟁도 함께 종식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최 부회장은 치과계를 비롯한 보건의료계의 공공의 적은 ‘의료영리화 추진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치과계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전문가로서 우리의 주적을 명확히 하고 어버이연합과 같은 외부세력 때문에 내부가 분열돼선 안된다”며 “이번 방송을 계기로 조금 더 진지하게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정원발 국정농단 사태의 한복판에 섰던 김세영 전 협회장도 “이번 방송을 통해 회원들이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의료영리화 추진 세력의 실체를 정확히 알았으면 한다”며 “의료영리화 추진 세력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와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김 전 협회장은 “우리 치과의사들은 이에 대해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의료영리화 세력과의 싸움은 남북관계처럼 휴전상태일 뿐 전쟁 중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되며 국민의 구강건강과 의료전문가로서의 권익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자세를 가다듬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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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말입니다. 2018-01-24 17:51:35
그러게 말입니다.
치협 고위 임원씩이나 되면서 국회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제공하는 그런 구태는 언제쯤 사라질지...

어버이연합 2018-01-24 17:23:05
지금은 조용하지만 또 언제 이런일들을 벌일지...아니 지금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어버이연합 2018-01-24 17:20:35
어버이연합, 국정원, 청와대등이 개입하여 치과계의 많은 노력들이 어려움을 겪었던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치고, 온갖 악의적인 협박에 시달리고, 힘든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뒤에서는 공작하고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댓글까지 조작하고 다니면서 여론을 호도했던 것을 돌아보면 참 많이 화가나면서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그래그럼 2018-01-22 10:44:13
PD수첩 보면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판결받은 치협 임원 분은 심장이 벌렁벌렁 했겠네요... 그 이야기 까지 나왔으면 양승조 입법로비 사건 다시 재수사 하자는 여론이 들끓었을텐데 어쩌자고 치협 임원 분은 생각 없이 인터뷰에 응하고 그랬나요! 조용히 지나가도 모자를판에 치과계를 적폐 청산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인가요?

못된일들 2018-01-18 18:40:04
댓글을 조작하고 어버이연합을 동원하고...이런 악행들은 언제쯤 뿌리뽑을수 있을까요? 모두가 감시하고 눈뜨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하겠지요...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을 묻고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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