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페루의 바다 그리고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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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페루의 바다 그리고 자연
  • 조남억
  • 승인 2018.02.02 1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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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4]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네 번째 회에서는 가난한 자들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바예스타섬'과 이까 사막 등 페루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과 문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편집자
 

아직 3일째이다. 힘든 것 없이 보여주는 대로 먹여주는 대로 따라가는 관광코스다. 그래도 신기하고 처음 보는 모습들이 많다보니 올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페루와 뉴질랜드의 월드컵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았다 0:0으로 아깝게 비겼고, 화면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응원을 나왔었나보다. 4일 후 페루에 있을 2차전 때는 리마가 더 난리가 날 것 같다.

5시 모닝콜로 기상한 후 짐을 분리해서 쌌다. 호텔에 놔둘 큰 짐과 1박 2일 동안 쓸 것을 작은 가방에 담았다. 조식시간이 시작하기 전이라 조식도 못 먹고 바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cruz del sur’라는 터미널인데, 버스 출발 시간은 7시 반이었다. 대합실에서 기다리려다가 터미널 안의 카페로 들어가서 커피 한잔씩 사서 마시고, 어제 저녁에 산 빵과 과일을 먹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짐을 맡겨야 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영수증을 뽑아서 짐에 붙이고, 영수증에 붙이다보니, 짐 분실 우려는 적을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렸다. 큰 짐을 놔두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 강도의 위험 때문에, 승객들의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사한 후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는 2층 버스인데, 1층은 VIP 우등석이고, 2층은 보통석이었다. 우리에겐 우등석을 주어서, 편안하고 넓은 좌석이었는데, 잠이 별로 오지 않아서 책을 읽었다. ‘나의 형 체게바라’를 읽다보니, 아르헨티나의 역사에 대해 우리가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독재시절의 역사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스 좌석 앞부위에 테이블과 받침이 있어 열어보니 발을 뻗을 수 있는 구조였고, 발을 안으로 넣어 뻗으니 종아리 받침까지 되어 편안했다 (ⓒ조남억)
장거리 버스여행이다보니 빵과 음료를 주었다. 잉카콜라를 골랐는데 미란다 같았다.(ⓒ조남억)

7시 반에 버스가 출발하여 11시 20분에 paracas에 도착했다. 이동 중에 빵과 잉카콜라도 주었는데, 노란색의 잉카 콜라는 맛이 콜라라기보다는 미란다 같았다. 페루사람들이 잉카 콜라를 많이 마셔서 코카콜라 점유율이 올라가지 않자, 코카콜라는 잉카콜라 회사를 사버렸다고 한다. 버스의 1층에 앉아서 그런 건지, 아님 좌석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님 판아메리카 고속도로가 좋아서 그런 건지, 피곤하지 않은 버스 여행이었다.

파라카스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13인승 미니버스로 옮겨 타고 곧장 선착장으로 가서 보트를 탔다.

지붕이 없어서 바람이 많이 불었고, 많이 흔들렸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었다. 적도와 가까운데, 수온이 18도를 넘지 않게 차다고 하는데, 훔볼트 한류에 의한 자연현상 때문이었다.

파라카스의 부두에서 오른쪽 보트에 올라타고 간다. 찬 바다 수온에 바람이 많이 불어 춥지만 날씨가 맑아서 견딜만 했다. (ⓒ조남억)

패루 해류는 남태평양 아열대순환의 일부로서 페루해안을 따라 적도 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말한다. 이 해류는 1802년 최초로 이곳의 수온자료를 수집한 독일 과학자의 이름을 따라 훔볼트 해류(Humboldt Current)라고도 부른다.

페루 해류가 페루 앞바다에서 외해로 이동하면서, 상층의 해수를 보충하기 위해 차가운 심해수가 솟아오르는 것을 용승 작용(upwelling)이라고 하는데 이때 상승한 차가운 심해수에는 다량의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어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력이 높고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용승 작용은 페루 지역에서는 연중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칠레에서는 해양 아열대 고기압이 계절적으로 남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봄철과 여름철에만 발생한다.

페루 해류에 의한 용승은 규모가 큰 편에 속하며, 전 세계 어획고의 약 20%가 페루 해류가 흐르는 수역에서 나온다.

바예스타스 섬으로 가는 중간에 촛대 또는 선인장 모양의 그림이 산에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깊이 2m, 폭과 깊이가 160m나 되는 정도로 파서 만든 그림인데, 언제 왜 그렸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그 그림에서 한참을 더 달려서 드디어 바예스타스 섬에 도착했다. ‘가난한 자들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데, 실제 갈라파고스는 너무 멀어 비싼 배 삯이 없어 못가는 사람들이, 대신에 저렴한 배 삯으로 가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예스타스는 ‘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아치모양의 암벽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바예스타 섬 가는 중간에 보이는 선인장 모양 또는 촛대모양의 지상 그림 (ⓒ조남억)
활 모양의 아치가 많은 바예스타 섬(ⓒ조남억)
갈매기와 페루 펠리칸(ⓒ조남억)
적도 부근에 살고 있는 홈볼트 펭귄(ⓒ조남억)
바다사자(ⓒ조남억)

이 섬에는 3억 마리 이상의 새, 수백 종의 새들이 살고 있고, 수천마리의 바다사자와 훔볼트 펭귄이 살고 있다. 적도부근인데도 펭귄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류의 용승현상으로 플랑크톤이 많고, 정어리, 앤초비(멸치 비슷한 종류), 전갱이 등이 많아서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페루 펠리칸, 갈매기, 훔볼트 팽귄, 구아노 가마우지, 페루 도요새, 잉카 도요새 등 현지 가이드가 새를 보면서,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었지만, 귀에 익은 몇 몇 종류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바다사자는 물개보다 사람에게 더 안전하다고 한다. 사람을 물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물개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다사자들의 짝짓기 계절이 아니어서, 조용히 낮잠만 자는 바다사자들만 보았다.

섬 위에는 새들로 가득했다.(ⓒ조남억)
조남억 원장 (ⓒ조남억)

이 섬의 표면에 하얗게 덮여있는 것이 ‘구아노’라고 하는 새들의 배설물인데, 이것들을 7년에 한 번씩 채취해서 비료의 원료로 판매를 하고 있다. 19세기 중반에는 페루의 수출액의 80% 이상을 이 섬의 구아노로 얻었다고 하니, 지난 100년 넘는 시간동안, 이곳에서 살아간 새들이 패루에 도움을 많이 준 것이었다. 구아노가 많이 쌓였을 때에는 그 두께가 70m에 육박한다고 하니, 새들이 먹고 싸는 양이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자기 몸무게의 1/10만큼을 하루에 배설한다고 하니, 그만큼 새 먹이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공비료가 많아서, 구아노의 값이 계속 털어지고 있다고 하고,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섬 위에는 새들이 가득 있지만, 섬 주변 해안에는 하얀색 새똥들이 많아서 악취가 심했다.(ⓒ조남억)
구아노 체취 시 사용하는 선착장(ⓒ조남억)

새와 바다사자의 천국, 바예스타스 섬 주변을 계속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나오는 새들이 모습들이 계속 이어져서 그 모습이 장관이었지만, 선착장에서부터 섬까지 새똥냄새가 너무나 역겨워서 숨쉬기 힘든 것도 있었다.

항구근처 BAHIA라는 식당에 가서 세비체를 먹었다. 회, 문어를 넣고 약간 숙성시킨 후 야채를 넣고 레몬을 뿌려서 비벼먹는 느낌이었다. 상큼하고, 맛있었다.

이 세비체에는 슬픈 역사가 숨어있다. 이곳 사막 오아시스 주변에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고, 아프리카 내륙에서 노예들이 팔려 와서 정착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풍부한 먹거리는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뿐이었지만, 어떻게 먹을지 몰랐었다. 그러다가 상한 생선을 살균하기 위해 강한 레몬즙에 씻어서 먹었는데, 그게 세비체의 시초였다고 한다.

점심식사로 가리비찜에 매운 소스를 뿌려먹는 것도 입맛에 맞았고, 생선튀김도 맛이 좋았다. 부슬부슬하지만, 그래도 쌀밥이 나와서 좋았다. 옥수수의 종주국답게, 옥수수 한 알 한 알의 크기가 너무나 커서 놀랐고, 그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는 것도 놀라웠다.

세비체와 옥수수, 감자(ⓒ조남억)
Massone 호텔 정원. 오아시스 옆이어서 그런지 사막 한가운데, 멋진 정원이었다. (ⓒ조남억)

식사 후 이까 사막으로 이동했다. 이 구간 한 시간은 그냥 쓰러져서 잤다. 사막 한가운데 와카치나 마을에 도착하니 Massone 호텔이었는데, 오아시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정원도 멋진 호텔이었다. 시설은 오래되었지만, 깨끗했다.

바닷가에 이런 사막지대가 형성된 이유도, 훔볼트 한류 때문인데, 차가운 바다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습기는 바다 쪽으로 빼앗기고, 땅은 사막이 되었다. 난류 때문에 위도에 비하여 따뜻하고, 안개와 비가 잦은 영국과는 정 반대의 상황인 것 같다.

짐 정리 후 버기카를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안전밸트를 맨 사람을 가득 태운 모습을 보면, 마치 놀이동산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보이는데, 그 속도감과 떨림, 울림소리,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는 그 상승과 하강감이 너무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모래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잘 굴러가는 버기차가 신기했다.

눈 위에서 보드를 타듯이, 모래언덕 위에서 샌드 보드를 엎드려서 타고 내려오는 것을 두 번 했는데, 생각보다 속도감이 나지는 않았다. 역시나 보드는 눈 위에서 타야 제 맛인가 보다.

버기카(ⓒ조남억)
샌드보드 타기(ⓒ조남억)
Sun set up point에 모인 버기카들(ⓒ조남억)

해질 무렵이 되어, 모든 버기카들이 sun set point로 이동했다. 사막에서 해지는 것을 보면서, 노을이 생기면, 이쁘겠거니 기대를 했는데, 사막의 높은 곳으로 이동해서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모래 언덕위에서, 더 높은 모래 언덕 너머로 지는 태양을 보는 자리였기에, 아직 노을이 지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어서, 생각만큼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는 없었다.

오아시스 한 바퀴를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도 자기 소개를 했는데, 삼성SDS에서 임원직까지 하다가 퇴직하고 오신 69세의 조 선생님의 소개가 있었다. 우리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였지만, 백두대간 산행과 등산을 자주, 오래 하셔서 그런지, 우리 중에 체력이 제일 좋으셨다. 선과 붓글씨 취미도 잘 어울려 보이셨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고 오신 윤 선생님은 최근에 자전거와 걷기를 취미로 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남미에 젊었을 때 못 온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 남은 생에 제일 젊은 날에 놀러온 것이라고 하시는 말씀이 오래 기억이 남았다.

해넘이 (ⓒ조남억)

은퇴하면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막상 은퇴 후에 좋은 취미를 벗 삼아서 안정되고, 재미있는 삶을 살게 되어 좋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치과의사들도 좀 더 이른 나이에 은퇴를 준비하고, 인생 2막에 좀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사막과 오아시스에 왔으니, 밤에 나가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었으나, 이 주변에 있던 많은 동네 개들이, 밤에는 거의 늑대처럼 사나워져서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으니, 외출을 삼가라는 말을 듣고,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여행초기에 안전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참기로 했다.

되돌아 오면서 바라본 이까 사막 오아시스 (주변에서 물을 많이 뽑아 써서, 반 이상을 수돗물로 다시 채운다고 한다) (ⓒ조남억)
오아시스를 돌다가 해가 졌다.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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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2018-08-02 10:50:52
페루에는 인천에 없는 해삼물이 엄청 많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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