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자신의 존재 이유에 겸허히 접근하여, 인간다움의 본질적 가치를 현양하고 긍정적으로 추구하는 시대는 발전하고 진보하는 시대라 불러도 될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개인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인간다움과 공동체의 '우리'라는 개념에서의 인간다움이 융화되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보편한 가치로 부를 수 있다.> -먹물의 가면-
'보수와 진보'라는 이 거창한 주제를 제가 무슨 수로 갈파 하겠습니까마는 그동안 여러 글을 읽고 느낀 점들과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었고, 또한 여러분과 고민을 공유해 보고픈 차원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글 자체가 온전한 저의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이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몇몇 문구는 다른 논객의 글을 인용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우리는 평소에 '보수적', '진보적' 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보수정당, 진보정당, 보수적인간, 진보적 자세 등등…. 어떤 사람이나 단체, 정당 그리고 사회의 분위기 등을 포함해 국가나 민족에게까지 그 적용대상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면 잘 안될 것입니다(물론,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백과사전을 찾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구글 돌려도 안나옵니다.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정도의 사전적 의미로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개 가족, 연인, 직업, 취미, 돈 등등과 관련된 여러 구체적인 정황을 연상하면서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언어가 사전속에 갇혀있는 몇 음절의 기호의 표상이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되면서 dynamic한 가변성과 함께 여러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보수란 무엇이고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맥락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수와 진보의 홍수속에서 참된 보수와 참된 진보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각 세력들이 무차별적으로 고상한 가치를 외치고, 현란한 슬로건을 내세우게 되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보수란 '고칠필요가 있는 것은 고치지만,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은 고치지 않는 생활방식'이라고 하고, 진정한 진보를 '고칠 필요가 있는 것을 고치지 않고, 고칠필요가 없다면서 왜곡하고 매도하는 것을 개혁하려는 생활 방식' 이라고 요약한다면(너무 복잡한가?) 약간 쉬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 속에 구조적 불평등과 모순덩어리인 우리의 현실을 대입해 보면, 보수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 안정'이나 '체제 수호' 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치 즉, 자유, 평등, 정의, 박애, 통합, 상생 등등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현양하는 참된 가치들을 지켜나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사칭하여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지키겠다는 수구꼴통 거짓보수들이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진보라는 것이 단순히 '기존 상태에 대한 불만' 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긍정적 가치들을 부활시키고 구현해내기 위한 참된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사칭하여 그들의 밥벌이를 하는 변절자들이 많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보수와 진보는 서로 대립적인 의미를 띠고 있지만 둘 다 긍정적인 가치들을 내포하고 있고 다만 정치 사회적인 용어로 등장할 때 특정 세력들이나 그 행위들을 규정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보수라고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진보라고 자신들이 성취한 것을 지키고 싶어하지 않을 까닭이 없겠지만은 오늘 우리 사회처럼 보수와 진보가 서로 혼재되어 있고 각자의 독자적인 진정성이 상실될 때 그야말로 가치관의 혼란이 찾아온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긍정적 가치들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참된 보수라 할 때 보수를 사칭하는 세력들과 그 행동들이 제대로 보일 것이며, 그러한 가치들을 얻어내기 위해 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참된 진보라 할때 실질적인 진보를 경험하게 만들어줄 세력들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건치가 과연 진보적인 행동, 사업들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토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체제나 시스템에서 찾지 않고 구성원의 능력문제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논리에 우리가 어느새 젖어 있는지도 모르며, 많은 궤변과 현학적인 논리속에 우리의 인식 필터가 용량초과되고 마비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건치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지혜를 모으고,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무나 짧고 단순화시킨 보수와 진보에 대한 단상이었지만 어차피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고 프레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제라 고민과 사유를 촉발시키는 역할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머리에 인용한 글은 '서프라이즈'라는 정치웹진사이트의 유명 논객인 '먹물의 가면'님의 말로서, 진보를 추구하는 이들의 고민을 함축한 의미있는 내용이라 적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개의 경구를 적어봅니다. 잘 음미하시면서 고민의 깊이를 더해봅시다!!
- 보수와 진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 (먹물의 가면)
- 정체된 진보는 보수다 -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정연호(건치 전북지부 교육홍보팀장, 전북 치대 95 졸)
내생각님/ 탁월한 인식이라 생각됩니다. 감사히 한 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