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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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꿈꾸다
  • 장현주
  • 승인 2006.05.1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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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집결지 삶에 관한 보고서

 

20여년간 용산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의 곁을 지켜왔던 '막달레나의 집'에서 펴낸 현장보고서, "태양을 꿈꾸다"라는 책에 정미화(가명)라는 여인의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못이겨 가출을 하고, 우연히 묵었던 여인숙 주인(포주)의 친절에 이끌려 매춘을 시작한 사람. 그짓 때려치우려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둘씩이나 낳았지만 남편의 욕설과 구타에 시달리다가 30대에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리다. 그후로도 이어지는 남편의 폭력에 결국 이혼을 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결국 다시 용산으로 리턴. 이혼전 일반 '가정 동네'의 부녀회장에까지 추대될만큼 인기도많고 보험사 판매여왕을 먹을 만큼 생명력 넘쳤던 강한 여자 정미화.

맘만 먹으면 보통여자들 보다 더 씩씩하게 잘 살것 같은 그녀가 용산 집창촌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테면 나같은, 중산층 부르조아 여성에게는 '몸을 판다'라는 사실이상으로 비참한 처지는 상상할 수 없을 터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바 있는 성매매방지특별법 같은 것은 그런 몸파는 여인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강제적 은총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일시적으로 반발은 있겠지만 그것은 은총이 은총인줄 모르는, 매춘을 자신의 정체성 일부로 받아들인 기묘한 피해자들의 이상행동 쯤으로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어내려 가면서 나는 인간이 가장 견디지 못할 것은 자기몸에 대한 능욕이상으로 자존감의 상실, 이해받지 못하는 것, 한마디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졌다.

항상 떠나고 싶어했고 항상 숨기고 싶어했던 그녀의 전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그녀가 다시 돌아간 곳은 친정도, 남편도 수용시설도 아닌 용산이었다. 그녀가 이해받고자 하는 대상은 그녀의 손님들이 아니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이웃들, 그녀를 비난하지 않는 눈길로 바라봐주고 웃어주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다.

불구의 몸으로 달리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그녀가 용산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리라. 하지만 또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릴때부터 사랑이 빠져 있었던 그녀의 삶에서 용산만이 그녀를 그녀의 존재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준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정이었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얘기다...

"좋은 직업은 아니지만 제가 지금, 지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그냥 삶을 접기도 하고, 나쁜 직업을, 제가 좋은 직업은 아니잖아요? 여자가 이게 젤 막바지인데 그래도 이 세계가 사람을 그래도 이렇게...(침묵 3초, 복받치는 울음) 몰라, 저는 제가 제일...(울음) 나를 알아줄데는 여기밖에 없더라고 그냥... 내가 이런 생활 싫어가지고 애기도 낳고 살아다 보고 했는데 그래도 제일 말이 통할 수 있는 데가 여기고, 답답하면 같은 동료들하고 다 터놓고 얘기할 수도 있고, 바깥에는 그런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생활 했는지도 모르고... 응? 그렇다고 어, 내가 속상한 거 그 사람한테 툭툭 털어버리면 내 흉 잽히고, 어? 내가 그냥, 이거를 속이 상하고 애기 아빠가 막 어쩔때는 손찌검 하고 이러면 어우... 답답해서 어?"

정미화씨 외에도 용산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는 이 책, 보고서는 용산집창촌을 둘러싼 정치적담론들을 훌쩍 넘어서 날것의 용산, 그 내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장현주(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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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돈 2006-05-19 02:43:18
오홀...올만이오...^^
당신의 귀환을 추카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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