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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무현, 당신은 더 이상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3.11.05 00:00


1966년 12월 5일,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무렵 베트남 중부지방에 있는’빈호아’라는 마을에서 한국군이 서른 여섯 명의 무고한 주민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총과 수류탄으로 몰살시켰다. 구덩이는 미군 전투기가 투하한 폭탄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동네 어귀에 있는 그 구덩이는 지금 잘 보존돼 있고 바로 옆에는 당시 죽은 사람들의 무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공동묘지 앞에는“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로 시작하는 한국군에 대한 증오비가 세워져 있다.

 
이 마을 출신 게릴라 대원이었던 팜반꾹씨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자신의 이웃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또렷이 목격했다. 몇해 전 그를 인터뷰한 작가 방현석씨에게 뼈아픈 충고를 하였다. “9·11테러를 빌미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또 전쟁을 벌렸어요. 좋지 못한 일입니다. 한국은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다시는 따라 나서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침략했다. 전쟁하자마자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점령했다. 그러나 부시가 종전을 선언했음에도 이라크 민중은 게릴라전으로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전쟁이 사실상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재선을 염두에 둔 부시는 미국 청년들의 피를 대신해 만만한 나라의 청년들에게 피를 흘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우리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해 즉시 파병하라고 언성을 높혔다. 겉으로 신중론을 펴던 노무현 대통령은 유엔의 결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을 선언하고 아펙회의에 달려가 부시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전쟁이 끝난 지 한참 지나서야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고 공식 선언한 것을 보면, 미국은 이라크 석유를 빼앗기 위해 침략한 것이다. 전 세계는 미국이 애초부터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국의 힘에 눌려 어찌할 수 없었다. 더구나 미국 국방부 정보담당 부차관인 월리엄 보이킨 중장 같은 자는 “아랍인은 사탄이요, 미군은 하나님의 전사이니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와 사탄이 벌이는 전쟁”이라는 천인공노할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양심적 지성인이며 실천가의 한 사람이었던 스콧 니어링(1883~1983)은 1923년 펴낸 『석유 그리고 전쟁의 씨앗(Oil and the Germs of War)』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의 석유에 대한 야욕을 그때부터 간파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석유 강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추악한 전쟁에 노무현 대통령은 제대로 입 한번 벙긋거리지 못하고 미국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후보 시절 미국에 대해 자존심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침략 전쟁에 순순히 응한 것은 역사에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이제까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부분은 베트남전쟁 참가였다. 우리와 어떤 인연의 끈도 없던 나라에 가 5만여 명의 사람을 죽였고 우리의 젊은이 5천여 명이 목숨을 앗겼다. 베트남전쟁에 참가했기에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둘러대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강도짓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전쟁은 맹목적인 증오를 낳는다. 특히 게릴라 전투는 뚜렷한 적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애꿎은 민간인 사상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베트남전쟁의 경험을 토대로 쓴『전쟁의 슬픔』의 저자 바오닌은 “정의가 승리했다. 인심도 승리했다.

그러나 악과 비인간적인 폭력도 승리”했기 때문에 전쟁은 슬픈 것이라고 가슴 아파하며, 이 소설에서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주어 강열한 반전 메시지를 담았다. 이제 우리의 운명은 미국의 광기에 동참해 베트남전쟁의 악몽을 다시 치르려고 한다. 침략 전쟁이란 하늘에 가 닿을 죄악이요, 만대를 이어가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증오심을 갖게 한다. 

스콧 니어링은 1945년 8월 6일 헤리 트루먼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를 보자 바로 트루먼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의 정부는 더 이상 나의 정부가 아니다.”
민족 자존심을 팽개친 노무현 대통령, 당신의 입으로 파병을 선언한 날부터 “당신은 더 이상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송필경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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