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하늘에서 본 나스카의 지상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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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하늘에서 본 나스카의 지상그림
  • 조남억
  • 승인 2018.02.09 10: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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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5]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다섯 번째 회에서는 기원전 300년 경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되는 페루 남부 나스카 지역에 남아 있는 동물, 새, 직·곡선, 기하학 무늬의 거대 지상화를 보고 온 생생한 소감이 담겼다.


- 편집자

지금은 리마 호텔에 도착해서 12시다. 너무나 피곤한 상태지만, 그래도 쓸 건 쓰고 자야겠다.

어제는 저녁 먹고, 바로 잠들었다가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시차적응이 어렵다. 그 시간에 일기를 쓰고, 아내와 카톡 통화도 하다 보니 새벽 5시 반이 되어 창밖이 밝아 왔다. 조식 시간이 7시여서 시간이 남아서, 바로 나가서 모래 언덕을 오르면 사막의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호텔 밖으로 나와 사막 쪽으로 걸어갔다.

오아시스 옆을 걷는 중에, 어느 노란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오기에, 깜짝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흔들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다행스럽게도, 그냥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그 후에도 많은 개들이 내 주위를 맴 돌았지만, 지난밤에 주의를 들은 대로, 나를 공격하는 개는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사막 모래언덕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일출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얼른 오르려고 노력했는데, 얼마 못 오르고도 숨이 너무나 차고 힘이 들어서 많이 오를 수가 없었다. 느낌은 50m 오른 것 같은데, 어지럽고, 숨이 차고, 핑도는 느낌까지 생기니, 트레킹 연습을 하나도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나의 체력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모래언덕 위에 개들이 모여있었지만, 아침에는 달려들지는 않았다. (ⓒ조남억)

 어제 버기카로는 금방 올랐던 높이였는데, 걸어서 오르려니, 그 높이의 반의반도 못 오르고,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스스로 안위할 수 있었던 것은, 구름이 가득하여 일출이 그리 멋지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가끔씩 구름사이로 햇볕이 조금씩 보일 때는 역시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 언덕 위에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제 올라가서 저기에 갔을까 하는 부러움과 경외감이 들었고, 사진 찍고, 구경하면서, 쉬다가 7시 조식 시간에 맞춰서 호텔로 되돌아 왔다. 이 호텔에서는 그나마 생과일주스가 좋았고, 시리얼과 식빵과 커피를 먹고 조식을 마쳤다.

모래언덕에 오르면서 바라본 일출. (ⓒ조남억)
일출의 모습 (ⓒ조남억)
아침의 잔잔한 오아시스. (ⓒ조남억)
사막과 오아시스의 파노라마 뷰. 왼쪽 능선에 점으로 보이는 것이 사람이다. (ⓒ조남억)

조식 후 조금 쉬다가, 호텔에 짐을 놓은 상태로 나와서 비행장으로 갔다. 지도를 봤을 때는 이까에서 나스카까지 차로 1시간 반 정도 가야 하는 것으로 나와서, 그 시간만큼 버스로 갈 줄 알았는데, 바로 이까 공항으로 가서, 경비행기를 타게 되는 것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나스카 지상그림 구경이었다.

나스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면, 30분정도 타면서 지상그림을 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까 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이었기에, 왕복 1시간 10분정도 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버스로 왕복하면서 비행기 탄 것보다는 버스 안타고 비행기로 왕복하면서 지상 그림까지 보는 것이 훨씬 편했던 것 같다.

2열 6행의 구조로 12인승 비행기를 타고, 20분 정도 날아가는데, 멀리 보이는 안데스 산맥이 웅장하게 보였고, 그 아래로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도 참으로 대단하게 보였다. 또 그 안에서 농토를 확장하고 있는 모습도 대단하게 보였다.

이까 공항 대합실 (ⓒ조남억)
나스카 지상그림 약도와 비행기 이동경로 (ⓒ조남억)
2열 6행의 경비행기 (ⓒ조남억)
경비행기 타기 전 (ⓒ조남억)

본격적으로 나스카에 도착하기 전부터 땅에는 삼각형, 사각형 등의 다양한 도형들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으로 나눠준 그림판대로, 고래그림부터 보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고래를 찾기가 어려웠었다. 마찬가지로 사진 찍기도 어려웠다.

첫 번째 고래 그림을 찾은 다음부터는 그림지도가 있어서 어디 즈음 있으려니 하니까 다음 그림을 찾기가 용이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시 생겨났다. 2열의 비행기여서 양쪽의 승객에게 그림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 한 가지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비행기를 급격하게 틀어야 하다 보니, 비행기의 요동이 심하게 느껴졌다. 초반에는 자기편에서 그림을 찾으면, 사진 찍을 시간이 부족했기에, 반대편에서 보여줄 때 사진을 찍었고, 반대편에서 먼저 보여주면, 내편으로 꺾었을 때,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양쪽으로 보면서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의 비디오 모드로 비디오를 찍으면서 화면을 보다보니, 얼마 안 되어, 갑자기 내 속이 뒤집히면서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기장님이 비행기 이륙 전에 설명하기에, 사진기나 핸드폰의 화면을 많이 보면 어지럽고 구토증세가 날 수도 있다고 하더니, 바로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를 즐겼어야 했는데, 뭔가를 찍어보겠다고 했더니, 바로 문제가 나타난 것 같았다.

한번 속이 뒤집힌 이후에는 지상그림을 보는 것보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전방의 하늘만 바라보면서 속을 다스리다가, 그림이 나올 때만 잠깐씩만 아래를 내려 보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그것도 몇 번 하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할 즈음, 비행기가 더 이상 좌우 요동을 치지 않고, 이까 공항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 상태가 되니, 나의 몸도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비행이 끝난 후 다른 분들께도 물어보니, 다들, 속이 뒤집어 지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직접 보고 나니, 더 신기한 그림이다. 이런 그림을 잘 그리려면, 최소 150m 이상 높이의 시선이 있어야 그릴 수 있는 그림이기에, 2000년 전 사람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 하긴 하다. 외계인이 그렸다고 해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나스카 지상그림을 페루에서 길을 내면서 없애려고 했었는데, 네덜란드의 한 여성 수학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살려놔서 지금까지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몇 십년간의 그녀의 노력으로도, 결국 그 궁금증은 풀지 못하였지만, 이런 문화유산을 지켜내서 지금 우리들이 계속 볼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했다.

경비행기의 이륙 때는 많이 불안하더니, 착륙 때는 속도도 느리고 가벼워서 그런지, 훨씬 안정적인 착륙을 보여주었다.

고래 - 길을 내면서 고래가 잘려 나갔다. (ⓒ조남억)
외계인(ⓒ조남억)
원숭이(ⓒ조남억)
개 (ⓒ조남억)
콘도르(ⓒ조남억)
거미 (ⓒ조남억)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상 관람타워에서 볼 수 있는 그림. (ⓒ조남억)
나무와 손 (ⓒ조남억)

호텔로 돌아와서 잠깐 쉬었더니, 어지럽던 속이 조금 풀렸다.

12시 체크아웃하고,  Las Dunas 호텔로 가서 점심으로 뷔페를 먹었다. 남미에 온 이후로 채소 샐러드가 제일 많이 잘 나온 식당이었다. 아직도 속이 안 좋았기에, 야채위주로만 먹었고, 맥주도 한 병만 간신히 마셨다.

2시 반에 나와서 Cruz del sur 버스터미널로 가서 짐 부치고, 3시에 1층의  VIP좌석에 앉아 리마로 향했다.

이까로 올 때처럼 버스에서 안자고 버티고 책을 읽고 싶었으나, 오늘은 불가능 하였다. 중간 기착지에서도 깨지도 않고, 4시간 반 정도를 계속 푹 잤다. 남미에 대한 팟케스트를 들으려 노력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도록 푹 자버렸던 것 같다. 다만 좋았던 것은, 이번 여행에 이어폰을 준비 하지 못했었는데,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주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비행기 타면서 기다리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이 생겨서 좋았다.

오늘은 일요일이었고, 일요일 저녁에 수도로 되돌아오는 길은 여지없이 막혔다. 그렇게 막힘에도 불구하고 500km되는 거리를 5시간 반 만에 잘 도착한 것 같다. 남미 지도상으로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서울 부산 거리 이상인 것이다.

사막 주변에 관계수로를 정비해 농장을 많이 넓혔다. (ⓒ조남억)

리마에 도착하여 호텔로 가지 않고 곧장,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대장금이라는 간판이었는데, 늦은 시간이었지만, 삼겹살에 쌈을 싸먹고, 된장찌개에 여러 가지 밑반찬까지 먹을 수 있으니, 꼬였던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한국식으로 소맥까지 마시니, 남부러울 것이 없는 저녁식사였다.

오늘도 한분의 소개가 있었다. 철도청에서 정년퇴직 하고 오셨다고 하셨는데, 본인 소개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제 샌드보딩을 하는 것을 동영상을 한명만 찍어보았었는데, 안 찍힌 분들의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앞으로는 다른 분들 사진도 많이 찍어드리고, 동영상도 많이 찍어드리면 좋을 것 같다.

드디어, 내일 해발 3200m 쿠스코로 들어간다. 고산에 대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조심조심 천천히, 천천히 잘 적응해야 하겠다. 그리고 아직까지 들고만 와서 읽지 못했던 책도 점점 읽어야겠다.

리마의 한국식당 '대장금' (ⓒ조남억)
경비행기로 울렁거렸던 속이 한식으로 풀렸다.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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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2018-08-02 11:14:53
외국에 나가서 카톡통화, 문자는 정말 유용하죠.
일정이어서 한국식당엘 갔군요.
나도 삼겹살 8인분이 정량이지만 뭐, 일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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