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떠오르는 선거제도 개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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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떠오르는 선거제도 개선 논의
  • 편집국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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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즉각 도입 !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선거제도 개선되려나?

작년 하반기 구성돼 현행 대의원제도 및 회장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선거제도개선소위원회’(위원장 장계봉, 이하 소위)가 내년 4월경 개최할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정재규, 이하 치협) 제53차 대의원총회에 직선제를 포함해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위는 작년 열린 치협 제51차 대의원총회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치)가 ‘현행 회장 선거제도 개선안’을 일반안건으로 상정, 총회 수임사항으로 확정함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현행 대의원제도와 회장 선거제도의 개선 방향과 관련된 보고서를 내년 초까지 치협에 제출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고 있다.

소위 장계봉 위원장은 “보고서에는 현행 대의원제도 및 회장 선거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가 하는 ‘방향성’이 제시될 것”이라며,“이 방향성에 대의원들이 합의해준다면, 그 이후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때문에, 결국 소위가 작성해 치협에 제출할 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기는가가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경우에 따라선 향후 치과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고서가 ‘직선제 도입’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하고 내년 대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장 차기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를 수도 있는 것이다. 설사 직선제 도입이라는 커다란 전환까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회무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의 개선에 시동을 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 것인가, 아니 ‘어떠한 내용’이 담겨져야 하는가, 현행 대의원제도 및 회장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개원가의 요구를 하나하나 짚어나가 보자.

도마에 오른 대의원 ‘대표성’

지난 2001년 3월 열린 서치 제5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중랑구와 도봉구 등에서 상정한 ‘서치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안에 대한 찬반토론과 표결이 진행됐다. 치열한 공방이후 부쳐진 표결에서 직선제 도입안은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가을 무렵 중랑구치과의사회는 구 회원 106명 전원을 대상으로 서치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총무이사를 맡고 있던 허훈 원장(허훈치과)에 따르면, 구 회원의 70% 이상이 직선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치 신형순 전 집행부도 임기 마감을 얼마 안남기고 직선제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전 회원의 18.6%인 500여 명만이 조사에 응해 공신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응답의 49.5%가 직선제 도입에 찬성했고, 현행 대의원제도의 개선을 포함 서치 회원의 66.7%가 현행 제도의 개선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70% 이상의 회원이 바라는 직선제 도입이 왜 대의원총회에서는 거꾸로 70% 이상의 대의원이 반대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여기서 현행 대의원총회가 안고 있는 가장 커다란 폐단을 발견할 수 있다. 회원들의 의견이 회무 운영과 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위 장계봉 위원장은 “대의원들이 자기가 속한 구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대로 투표를 한다”며 대의원들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한다.

구 회원들의 대표로 총회에 참석해 구 회원들의 입장을 중앙에 전달해야 하는 대의원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으로 인해 대의원제도의 장점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회원들의 입장과 무관한 회무의 결정과 운영으로 나타나고, 결국 회무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귀결되게 된다.

불투명한 대의원 선출 기준

비단 ‘대표성’의 문제는 대의원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재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선출된 대의원 명단을 살펴보면, 전 회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는가의 측면에서 매우 회의적이라 할 수 있다.

전체 대의원 중 전 회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0대와 30대, 40대 초반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며, 여성 대의원도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명단상으로는 치협의 회무 결정에 젊은층과 여성의 입장이 거의 반영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대의원 수 배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발견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회원 수 500명당 7명꼴로 대의원이 배정돼 있지만, 유독 회원이 1500여 명인 공직지부만 2명이 더 많은 23명의 대의원이 배정돼 있다. 또한 공직지부의 경우 다수의 수련의까지 회원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대의원에는 수련의가 한 명도 없이 교수진으로만 구성돼 있다. 때문에 수련의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가 공직지부에 포함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공공구강보건사업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실제 공공구강보건사업을 담당하는 보건소나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회원들은 아예 대의원 책정에서 빠져있다.

재작년 공공기관 근무 회원들로 구성된 공공의료기관치과의사회가 치협에 지부 인정과 대의원 배정을 요구했으나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랑구치과의사회 허훈 부회장은 중랑구의 경우 “서치 대의원에 6명이 배정되는데, 3명은 회장과 부회장, 총무이사가 당연직으로 선출되고, 나머지 3명은 원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해 왔다”며 관례를 밝히고, “다른 구도 마찬가지겠지만, 구 총회 참가율이 낮고 특히 여성과 젊은층의 참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는 한 성별·연령별 고른 대의원 배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행 대의원제도 하에서는 적절한 대의원의 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체계상의 문제점도 많아, 전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도 올바로 대처할 수 있는 결정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판단된다.

막힌 구조로 인한 폐단

이와 같이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현행 대의원제도의 막힌 구조는 치과계 발전에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

치협 대의원 중 한 명인 박길용 원장(박길용치과)은 “과연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했다면, 회원들 의사는커녕 대의원들에게도 묻지 않고, 1만5천명의 노인틀니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약속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회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되고 회원들에게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추진하다보니 치과계 모 전문지의 보도처럼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신이철 집행위원장도 “현 집행부가 치과병원협회와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에 밀려 치과의사전문의제 시행규칙을 전 회원들의 합의사항인 소수정예 원칙이 지켜지기 힘들 게 변질시켜 놨다”며, “만약 치협에 직선제 등 민주적인 체계가 정착됐더라면 40년을 넘게 끌어온 치과계의 최대 현안을 막판에 임의로 변질시킨 행위는 바로 탄핵감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특구법과 의료시장개방, 치과의사 증가에 따른 치대 정원 감축문제 등 의료환경의 급변 속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현안들에 치협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차치하더라도, 다수 회원의 무관심 속에서 과연 치협이 힘있게 대응해 나갈 수 있겠는가도 걱정의 하나이다.

결국 전 회원의 관심과 참여속에서 회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힘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를 막고 있는 최대 원인인 대의원제도의 폐단을 극복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왜 직선제 도입인가?

그렇다면 위에서 지적한 현행 대의원제도의 문제점들을 일부 개선하면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소위에 참가하고 있는 정성화 원장(정치과)은 “회원들이 회무에 무관심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현행 대의원제도”라고 지적한다.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치협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정치역량과 의식수준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행 제도 자체가 이를 가로막고 회원들의 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행 대의원제도를 ‘귀족정치의 표본’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어느 특정세력이 대의원 자리를 움켜쥐고 자신의 기득권과 이해관계대로 회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무 결정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현행 대의원들이 자신의 특권을 유지해주는 대의원제도를 스스로 포기할 리가 없고, 때문에 직선제 도입에 대한 대의원총회의 결정이 회원들의 요구와는 거꾸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치 신이철 집행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따지면 대통령을 국민이 아닌, 대표라 말하기에는 그 대표성이 의심스러운 몇몇 국회의원(대의원)들이 뽑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대의원제도의 문제점을 고치는 것도 시급하지만, 직선제의 즉각 도입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일단 대의원제도의 문제점을 차츰 개선해나가고 직선제 도입은 나중에 하자”는 주장을 일축한다.

진정한 의회민주주의가 국회의원 선출제도만 개선하면 실현되는 것이 아니고, 한국 사회 민주화가 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에서 촉발돼 현재까지 진행형이듯, 치협 대의원제도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개선돼야 하며, 그 출발점이 바로 직선제의 도입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당연한 것을 몇 년째 질질 끌고 있는데, 정말 답답하다”는 정성화 원장의 푸념이 ‘직선제’ 얘기만 나오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되는 현 치협의 상황을 보더라도 정말 당연해 보인다.

직선제 도입 이후

“정치적으로 난립하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선거에 막대한 예산과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직선제나 대의원제나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회원들의 열정과 참여의 문제다. 때문에 직선제를 도입해 문제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 등등. 직선제 반대론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확실한 건 모든 사항을 전 회원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할 수 없기에 대의원제도가 현실에 부합한 제도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치과계의 가장 중요한 사항인 수장을 선출하는 문제는 이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직선제 도입은 대의원제도가 올바로 굴러갈 수 있게끔 강제하고, 회원들이 회무에 참여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작년 처음으로 회장 직선제를 도입한 인천시치과의사회 김계관 공보이사는 “눈에 두드러지게 달라진 건 없지만, 집행부가 회무운영에 어떻게 하면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며, “실제 작년 학술대회도 처음으로 종합대회로 치르고 장애인 시설 지원을 통해 봉사하는 치과의사 상 구현에 나서게 되는 등 예전에는 생각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직접 실현하게 됐다”고 변화를 설명한다.

“출마는 떠밀려 하게 됐지만, 일단 직선제로 당선되다보니 무엇을 하더라도 회원들을 의식하게 되고,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회무에 적극적이 되고, 회무가 잘 되니 자신감과 뿌듯함이 생긴다”고 말한다.

직선제 도입 이후 단점에 대해 김계관 이사는 “도입 전에 우려했던 문제들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며 다만, “의욕이 너무 앞서고 회무가 활성화되다보니 예산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웃는다.

“치협도 시대적 흐름상으로나 당선자의 의욕 차원에서나 시도해 볼만하다”는 김계관 이사의 평가처럼, 전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회무의 활성화를 이뤄내기 위해 ‘직선제 즉각 도입’은 소위의 보고서에 담겨질 만하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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