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직선제…책임질 사람,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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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직선제…책임질 사람, 없는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2.20 16:1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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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선관위 진상규명소위, 조사결과 보고서 발표…전임 집행부·선관위 ‘업무미숙’ 지적에 그쳐

예상된 결론이 나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장계봉 이하 선관위) 산하 진상규명소위원회(위원장 이병준 이하 진상규명소위)가 약 3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12일 치과의사회관 대회의실에서 발표했다.

이날 진상규명소위는 그간의 활동과 규명 결과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규명작업은 ▲직전 집행부 ▲선거관리규정 ▲직전 선관위 ▲일반 회원 등 큰 틀에서 의도적인 선거부정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세부적 항목으로는 ▲선거인명부 작성 과정의 적정성 ▲콜센터 업무의 적정성 ▲미시행된 투표권 현황과 그 사유 ▲선거관리규정 제정의 적정성 및 현실성 ▲선관위 업무진행 적정성 ▲직선제 시행 준비·수행에 관한 전임 집행부의 준비 적정성 ▲치협 사무처의 선거행정 집행과정 ▲회원의 직선제 시행 참여도 등이다.

이병준 위원장은 지난 30대 협회장 선거의 문제점을 ▲전임 최남섭 집행부의 직선제 선거 준비의 안일함 ▲전임 선관위의 선거 제반 업무 부실관리 ▲전임 선관위의 전문성 결여 ▲홍보부족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번 제30대 치협회장 선거무효소송 판결의 핵심이었던 ‘온라인 투표’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보고서 결론부분을 통해 “선거 과정 중 많은 부분에서 제도적, 운영적 미숙이 있었지만, 의도된 부정선거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1월은 전임 집행부 임원 등 관련자 청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소위 위원들의 요구로 사법 처리가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보다는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병준 위원장

잘못끼워진 첫 단추…최남섭 집행부가 자초한 일

지난 제30대 협회장단 선거가 급박하게 치러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직선제 선거’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최남섭 집행부는 ▲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 ▲직선제준비위원회 ▲선거관리규정개정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발족해 준비에 나섰지만, 직선제의 당위성 입증에만 2년이란 시간을 소모했다.

그 결과 최초의 직선제를 주관해야 할 선관위가 2016년 12월 2일에야 구성됐고, 실질적 행정업무를 시작한 것은 2017년 1월 26일, 선거 60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병준 위원장은 “선관위는 오직 ‘공정선거 관리’에만 치중해 선거방법, 각종 용역계약, 선거규정의 제정 및 개정 등과 같은 행정업무가 선관위가 아닌 치협 사무국 소관이었다”며 “4개 위원회 역시 각기 다른 구성원으로, 직렬로 설치·운영됐던 것은 행정의 방향과 효율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선거 실상을 규정하는 게 주 업무인데 ‘공정선거’에만 매달리다 보니 치협과 선관위 간의 상호 업무 공백의 틈이 생긴 것”이라며 “선관위는 오직 자신들의 업무가 명부작성, 투표, 개표뿐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전임 최남섭 집행부가 선거개입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함이라며 애써 행정적 개입을 자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선거는 정확하지 못한 선거관리 규정, 업무의 비현실적 분담, 제도의 불분명한 한계. 전문성이 결여된 선관위원 위촉 등 촘촘하지 못한 규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탁상행정·행정편의…대규모 선거권자 누락

이번 선거가 ‘선거무효소송’으로까지 비화된 데에는 바로 선거인명부 작성 과정의 적절성에 있었다.

진상규명소위는 회원자격, 회비납부 등을 투표 자격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치협 회원 관리프로그램인 ‘KDA Office’ 사용은 적절했고, 정보수정 및 투표방법 선택을 위한 콜센터 운영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선거인명부 작성을 위한 치협의 지부 교육 및 소통 부족, 자료의 추적 확인 생략, 지부로 내려보낸 불분명한 문구의 공문 등 행정편의적 자세에 대해 “게을렀다”고 진상규명소위는 비판했다.

이병준 위원장은 “전임 선관위는 콜센터 응답율은 62%, 치협 홈페이지상에서 선거인명부 열람은 8.1%로 극히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지부 협조, 홍보 방법 등 문제가 있었지만, 사무처 인원 3명 중 2명이 실무를 떠안은 상태라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콜센터와 계약할 때 귀책사유를 결정하지 않는 게 문제였고, 전화번호가 틀렸을 때 3차까지 접속한 후 일괄 불능으로 처리하는 등 관리 프로토콜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전임 선관위는 “직선제로 인한 선거운동 과열, 혼탁한 양상이 우려된다”고 피로감을 토로하면서 사전선거운동 기간부터 엄격한 선거관리 규정을 쏟아내며 규제에 집중했다. 이는 언론에 대한 통제로까지 이어져 마땅히 홍보돼야 할 사항인 선거인명부 열람 독려 등은 문자발송 2회, 치의신보를 통한 2회 기사로 그쳤다.

당시 본지를 비롯한 치과전문지에서 “선관위 결정 사항을 공유해 달라”는 요구에 전임 선관위 조호구 위원장은 “사무국에 물어보면 될 일”, 선관위 회의 오픈 여부에 대해서는 “기관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관련기사 : 링크클릭)

그 결과 1천4백여 명에 이르는 선거권자 누락사태를 맞이했으나, 전임 선관위는 2017년 4월 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부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치과전문지를 통한 홍보 등의 활동을 다했으나, 일면 일부 회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 부족이 작용한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해 분노를 샀다.

무능·무관심의 결과…선거권 제한

전임 선관위의 업무 오인과 전문성 결여는 법원에서도 인정한 바다. 지난 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치협 30대 협회장 선거에 관한 무효소송(2017가합104949선거무효확인) 1심 판결문’에서 선거무효 판결의 이유로 ▲피고(치협) 선거관리규정에서 온라인투표(인터넷투표)가 문자투표란 방식 뿐 아니라 특정 URL로 접속해 개인 공인인증서 인증을 통한 방식도 포괄한다는 것 ▲선거방식에 대해 선거일 20일 전에 공지하라는 피고(치협) 선거관리규정을 어기고 선거일 1주일 전 공지한 것을 들었다.

이에 이병준 위원장은 “투표방식은 선관위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저희 판단으로는 당시 온라인 투표방법 중 하나로 문자투표를 이해했다”며 “당연히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인데, 그 방법은 5일 전에만 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지 투표방법을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법원의 판결을 인정치 못하겠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론 항소의 가치가 충분했다고 본다”며 “중앙선관위에서도 온라인 투표와 문자투표를 같은 범주에서 다루고 있어 따져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해외체류자 뿐아니라 협회장 선거와 군사훈련기간이 겹친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에 대한 부재자 투표도 전임 선관위는 “선거 일정 관리 등의 문제로 부재자 투표 시행은 어렵다”고 일축하며, 준비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정선거’ 외쳤지만…회원 목소리는 묵살

이번 제30대 협회장 선거 과정을 통틀어 가장 큰 피해자는 ‘치협 회원’이다. 선거무효소송이 일어나게 된 배경도 거기에 있지만 이번 보고서에선 다루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말 그대로 선거를 관리하는 전임 선관위는 ‘공정선거’를 위한 심판자의 역할에 치중해, 어떤 선거에도 없는 예외적인 ‘임의단체 토론회 금지(선관위 규정 제35조)’ 규정, 사전선거운동 가이드라인, 여론조사기준 제정 등을 통해 엄격한 규제에 나섰다.

이로 인해 대한치과대학병원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후보자 공동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임의단체 토론회 금지’ 조항으로 인해 무산됐다. (관련기사 : 링크클릭)

이에 회원들은 회원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열망이 만든 직선제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선거’ 원칙을 전임 선관위가 저버렸다며 “회원 참여 정치 공간을 봉쇄했다”는 원성을 샀다.

반면에 지난 2017년 3월 23일자 A 치과전문지*에 실린 최남섭 협회장의 노골적인 특정 후보 비방으로 채워진 인터뷰 등 불법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며 최 전 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사실상 거부했다.

또 전임 선관위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금지’에 열을 올리면서도 2017년 2월 23일과 24일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출처불명의 여론조사를 조사해 달라는 후보자들의 요청엔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초 본 기사에는 해당 언론사명과 기자 실명이 게재됐으나, 당사자의 요청으로 이니셜 처리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책임질 사람들이 왜 또?

한편, 선거무효소송 1심 판결 확정 후 김철수 전 당선자와 치협 이사회는 물론 선거무효소송단은 이번 선거에 책임이 있는 전임 선거관리 책임자들에게 유·무형의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단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번 보고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전임 선관위원이기도 한 이병준 위원장은, 이번 선거무효소송의 피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청구된 사실을 몰랐고, 김철수 집행부 측에서 재판을 준비할 때 선관위는 거기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또 현 선관위에 전임 선관위원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한 상태이며, 사태에 대한 사과도, 자신 사퇴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행정적으로 재선거 일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현 선관위규정엔 잘못을 저지른 선관위원에 대한 처벌규정도 해임규정도 없고, 치협 정관에도 관련 규정이 없어 자진 사퇴나 해산 외에는 없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 여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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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8-02-22 10:39:11
피의자가 수사관?

회비완납회원 2018-02-22 10:33:40
이제 회비도 셀프납부.내고 싶은 만큼
셀프가 판치는 세상

회원2 2018-02-21 20:16:20
선거권은 셀프.책임은 셀프면죄부
회원은 셀프 디스.자괴감
ㅡ내가 이럴려고 회비를 냈나

회원 2018-02-21 20:12:33
일반회원과 같은 무자격 임원이 결의한 것이 효력이 있을까?
무자격 회장. 무자격 임원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아니한가?

회원 2018-02-21 16:24:07
**후보출신지역에서 번호정보가 수정되지않아 투표하지못한 숫자는 한자리수?
반면에 그외 다른지역에서 정보수정되지않아투표못해 문제가된회원의 숫자가1000이 넘는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될까?
이런것까지 세세히 분석이 이뤄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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