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잉카의 옛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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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잉카의 옛길을 걷다
  • 조남억
  • 승인 2018.03.09 18: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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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8]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여덟 번째 회에서는 KM104역 근처에서 시작해 태양의 문 인티푼구를 거쳐 마추픽추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잉카의 옛길을 걷는 하루를 담았다.

- 편집자

11월 15일

남미 여행의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마추픽추에 가는 잉카 트레일 트레킹을 잘 마치고, 또한 날씨까지 너무나 좋아서 다행이었다. 함께한 분들도 모두 잘 걸어서 7시간 만에 마추픽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다시 써야겠다.
항상 새벽 두세 시 즈음 눈이 떠지더니,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4시 모닝콜을 듣고 깨어났다. 일기를 안 썼기에, 얼른 어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5시 집합시간까지 써도 조금 모자랐다. 큰 짐은 호텔에 맞기고, 등산용 작은 가방만 들고 식당으로 갔다. 오랜만에 잠도 잘 자고, 컨디션이 좋았다. 빠른 조식 후 5시 30분에 호텔에서 나왔다.

오얀따이땀보역에서 아구아 깔리엔테스역까지 가는 페루레일 (ⓒ 조남억)
천정이 유리인 관광열차 (ⓒ 조남억)
비싼 관광열차여서 그런지, 음료과 쿠키를 준다 (ⓒ 조남억)

기차역은 바로 근처였고, 우리가 탈 것은 페루기차였다. 1호차 입구에서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기차에 탈 수 있었다. 천장까지 유리로 되어있는 관광 열차였는데 56$라는 비싼 가격이어서인지 과자와 음료 서비스도 있었다. 6시 10분 출발하여 7시 즈음 KM104역에서 내렸는데, 이곳은 정식 역도 아니고 그냥 철길에서 내려주기만 하는 곳이었다.

KM104 간이역 (ⓒ 조남억)
플랫폼도 없는 곳에서 내려준다 (ⓒ 조남억)
잉카 트레일 각 구간별 거리와 고도 (ⓒ 조남억)
잉카 트레일의 약도 우루밤바 강을 끼고 돌고돌아 올라가면 마추픽추에 도착한다 (ⓒ 조남억)
잉카트레일 출입관리소 입구 (ⓒ 조남억)

그 역에서 다리 건너 조금 걸으니 잉카 트레일 입구가 나왔는데, 그 곳에서 현지 가이드를 기다렸다. 현지 가이드는 비싼 관광열차를 안타려고 어제 저녁 8시 반에 우리의 1박용 짐을 들고, 일반기차를 이용하여 아구아 깔리엔테스에 있는 오늘의 숙소에 갖다놓고 새벽에 KM104역으로 다시 되돌아 온 것이었다. 가이드를 만나서 오전 8시 드디어 잉카 트레일 예약 확인 후 입장하여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일의 시작점은 수풀이 울창한 길을 지난다 (ⓒ 조남억)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무는 사라지고, 산 옆구리를 따라 걸어간다 (ⓒ 조남억)

처음이어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한 후 걷기 시작하였다. 흐렸지만 가끔 해가 떠서 더워져서 모두 겉옷을 다 벗고, 티셔츠 하나만 입고 걸어도 되었다. 완만한 경사길이 산허리를 돌아돌아 이어졌다. 잉카제국 시절에도 전 남미대륙으로 25,000km 펼쳐진 그 잉카의 길을 걷는 느낌이 새로웠다.

1시간 정도 가면 나타나는 쉼터 (ⓒ 조남억)
옆을 보면 밑이 안보이는 낭떠러지로 보여서 아찔함에 어질어질 했다 (ⓒ 조남억)
두번째 쉼터 (ⓒ 조남억)
하이런 빙엄이 100년전, 수풀에 감춰진 이길을 찾아 뚫고 지나갔다는 것도 대단하다 (ⓒ 조남억)

한 시간에 한 곳씩 쉼터가 있었다. 조금씩 쉬면서 계속 걸어갔다. 2번 쉼터를 지나니, 눈앞에 위나이와이나(winaywayna) 유적이 나타났다. 그 입구에 폭포가 있었는데, 예전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몸이 흠뻑 젖어야만 그 앞을 지날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상류에서 무슨 공사를 하면서 물길을 바꿨다가 산사태가 나면서 물길을 다시 원상복구를 시키지 못하여, 지금은 폭포의 수량이 너무 적어졌다고 한다. 

폭포수량이 많이 줄었다 (ⓒ 조남억)
위나이와이나 시작점 (ⓒ 조남억)
위나이와이나 위에서 본 모습. 계단식 경작지의 모습이 보존이 잘 되어 있다 (ⓒ 조남억)

위나이와이나의 긴 계단을 올랐는데 각 석축마다 수로와 경작지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다만 그 수로 위에 물의 양이 매우 적었다. 원래 이곳은 주변에서 수확한 식량을 모아 보관했다가 마추픽추에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은 여기서 마추픽추까지 길이 잘 나있지만, 예전에는 몇몇 사람들만 몰래 다니던 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이런 빙엄이  위나이와이나까지는 찾아왔었지만,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잉카 트레일 출입관리소 (ⓒ 조남억)
인티푼쿠(태양의 문) 마지막 계단 (ⓒ 조남억)
인티푼쿠에 도착하면 멀리 마추픽추가 드디어 보인다 (ⓒ 조남억)

위나이와이나를 조금 지나니 캠핑장이 보였고 화장실이 나타났다. 잉카 트레일을 3박 4일 동안 캠핑을 하면서 걷는 코스도 있는데, 우리는 그 제일 마지막 코스만 걷는 1일짜리 코스였던 것이었다. 캠핑장에서 조금 더 가니 잉카 트레일 출입 관리소가 나왔고, 그곳 의자에 앉아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물을 많이 마신 터라 빵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12시에 다시 출발하였다. 2000m에서 출발하여 2700m 위나이와이나까지 오른 이후에는 완만한 하산 길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 깔딱 고개 2번을 크게 오르고 나니, 드디어 태양의 문이라 불리는 2720m 인티푼구에 도착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올라가 문을 지나자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마추픽추의 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멀리로 보이는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의 모습은 참으로 웅장했다.

인티푼쿠에서 당겨 본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오른쪽 봉우리) (ⓒ 조남억)
인티푼쿠에서 (ⓒ 조남억)

마추픽추가 2400m 높이니 여기서부터는 300m 하산 길이었다. 하산 도중에 바로 앞에 가던 최 선생님께서 등산스틱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졌는데, 절벽 쪽으로 가슴까지 나갈 정도로 넘어져서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무릎과 이마에 타박상 정도로 끝나서 계속 걸어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18km 트레킹의 종착점인 마추픽추 전망대에 도착하여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누구나 사진 찍는 그 자리였지만, 마침 해도 뜨고 뒤에는 비구름도 조금 있어서 풍경이 정말로 사진 찍기 좋았다. 우리 최 가이드 말로도 본인이 가이드로 7번 와본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하였다.

마추픽추과 와이나픽추 (ⓒ 조남억)
한 층 내려와서 (ⓒ 조남억)
마추픽추 사진찍기 명당자리에서 (ⓒ 조남억)
마추픽추 파노라마 뷰 (ⓒ 조남억)

우리는 마추픽추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온 것이 아니어서 마추픽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관리인들이 트레킹으로 온 사람들이 그 안으로 못 들어가게 감시를 열심히 하였다. 우리 팀은 내일 아침에 다시 마추픽추, 와이나픽추에 또 올라올 예정이었기에, 셔틀버스를 타고 아구아 갈리엔테스 기차역까지 바로 내려왔다. 잉카 트레일을 걷지 않았다면, 기차로 이곳까지 바로 오는 역이었는데 우리의 호텔은 역 근처 강물 바로 옆에 있었다.

아구아 갈리엔테스. 새로운 이름으로 '마추픽추 푸에블로'라고도 불린다 (ⓒ 조남억)

오늘 밤 9시에는 페루와 뉴질랜드의 월드컵 플레이오프 2차전이 있는 날이어서 호프집에서 함께 응원하며 축구를 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샤워 후 일기를 바로 쓰기로 했다. 해발 2000m로 다시 내려오니 살 것만 같다. 샤워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한국에서는 포항에서 지진이 나서 수능도 미뤄졌다고 뉴스가 나왔다. 큰 피해가 없이 잘 지나가길 바란다. 짐을 줄이느라 철학대철학 책을 안 가져왔더니 남는 시간에 아쉽다.

카톡·페이스톡으로 화상전화를 가족들과 했다. 이제 1주일이 지났다. 한국시간으로 목요일 아침이니 딱 1주일이 된 것이다. 아내의 얼굴도 반갑고 쑥스러워 하는 딸들도 반갑다. 한 달  후 우리 가족들과는 어떻게 더 행복하게 지낼까? 아무래도 지금까지보다는 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일기를 쓰다 보니 시간이 되어 6시 20분에 모여서 저녁 먹으러 나갔다. TOTOS HOUSE라는 식당이었는데 두 물줄기의 중간이고 철도 건널목 앞이어서 위치도 좋고 건물도 넓고 피자 화덕도 좋고, 와이파이도 되는 식당이었다.

오늘은 주 선생님의 본인 소개가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명퇴 후 자전거로 전국을 다 도셨다고 하는데, 은퇴 후 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페루와 뉴질랜드의 2차전. 페루가 2대0으로 이겨서 36년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 조남억)

오늘은 페루에서 특별한 날이다. 뉴질랜드와의 마지막 경기가 9시 시작인데 거리에 응원단들이 돌아다니고 술집에는 TV앞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혼자서 그 속에 들어가서 한자리 차지하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하여 맥주 3병만 사고 식당에서 남은 피자 3조각을 싸가지고 호텔로 돌아왔다. 침대에서 편안하게 축구를 보다가 졸릴 때 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또 4시 기상, 5시 조식, 6시 출발의 날이다. 8시 타임에 와이나픽추 입장 예약이 되어있다고 하니 12시정도면 일정이 끝나고 그 후로는 버스 기차로 이동만 하는 날이어서 부담이 좀 적은 날이다. 오늘 밤엔 그냥 축구를 즐기자.

잉카 발견자 하이런 빙엄은 정말로 노력자이긴 하지만, 나쁜 놈이다. 1911년 마추픽추를 발견하고 바로 발표를 하지 않고 무너진 돌들을 2년간 자기 마음대로 다시 세워놓은 후, 1913년에 자기의 이론에 맞게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아무런 황금 유물이 없었다고 했다고 하니,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잃어버린 도시, 공중도시 모두 마추픽추에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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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가 2018-08-02 12:23:59
잘 읽어내려 오다가 마지막에
잉카 발견자 하이런 빙엄-이라는 사람에게 눈길이 멎었군요.
벌렁 누워서 30여 분 그를 상상해 봤습니다.
나라면 어쨌을까...
돌을 자기 마음대로 세워놓고 자기 이론에 맞게 2년 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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