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허용 검토, 의료 공공성 유지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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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허용 검토, 의료 공공성 유지 병행”
  • 편집국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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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의료서비스 개방 논의와 시사점'

 


(편집자 주) 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 강성욱 수석연구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글의 요약본이다. 본지의 논조와는 다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의료시장개방론자이자 의료산업화론자이기도 한 삼성 측의 생각을 일정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 요약본을 싣기로 한다.

한미 FTA 협상의 본격적인 시작과 의료서비스시장 개방

현재 정부의 입장은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 개방을 통하여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및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인 듯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의료비 상승과 의료의 양극화를 이유로 시장 개방에 반대를 하고 있다.

미국의 구체적인 개방요구 수위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개방을 요구한다면 의료제도에 대한 개선도 함께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개방의 실익을 위해서는 수익금의 본국 송환이 가능한 영리의료법인 허용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제도의 개선이 없이는 개방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개방 요구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사실 의료서비스 개방 논의는 이미 WTO/DDA(Doha Development Agenda) 다자간 협상에서 진행되어 온 바 있다. 그러나 의료의 공공성 및 국가별 제도의 상이함으로 인하여 개방 논의는 (현재까지 매우) 부진한 편이다.

2003년 6월까지 개방 양허안을 제출한 회원국은 25개국에 불과하며, 의료서비스에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WTO 135개 회원국 중 약 40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미국의 해외직접투자를 통한 유입(Inward FDI flow)은 5억 6백만 달러 정도이며, 유출은 7천 2백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1999년 기준)

(WTO/DDA 다자간 협상에서) 선진국은 해외 의료소비에, 후진국은 의료인력의 국가간 이동에 각각 적극적인 개방을 요구해 왔다. DDA 협상에서 다루는 개방 형태는 원격 의료서비스 제공, 해외 의료소비, 해외 의료기관 설립, 의료인력의 국가간 이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의료인력의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후진국으로부터도 의료인력 개방 요구를 받고 있는 중간자적 입장이다. 중국은 원격진료, 의료기관 설립, 중국의사 인정 등 전면적인 의료개방을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요구해 왔다.

한편 한미 FTA 협상 이전부터 이미 정부는 인천경제특구에 의료서비스를 지역적으로 개방. 동북아 의료허브 구축으로 해외 환자 유치와 특구 거주 외국인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해외 병원 유치한 바 있다.

경제특구에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에게는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며 내국인 진료도 가능한데, 인천에는 뉴욕 Presbyterian(NYP)병원이 약 600병상 규모로 오는 2008년 개원 예정이다. NYP는 미국 내 평가 7위 병원으로 우수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파트너 병원을 모색 중이다.

결국 의료서비스 개방은 인천경제특구를 시작으로 이미 진행되어 왔으며, 이번 한미 FTA 협상으로 개방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서비스 개방과 경쟁력

취약한 투자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 투자와 만족도는 국내 의료기관의 취약점이다. 최근 3년간 의료기관의 시설 투자는 미국 218달러(1인당), 일본 252달러에 비해 우리는 94달러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다.

총 투자액 측면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더욱 저조한데,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독일이 7.8점(설문조사 10점 기준)으로 가장 높으며, 프랑스 7.1점, 미국 6.8점, 한국 5.6점의 순이다.(표 참조)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는 OECD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한국은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5.3%(2002년 기준)로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 미국이 14.6%로 가장 높으며 독일 10.9%, 프랑스 9.7%, 일본 7.9% 등의 순이고, 또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의료비는 607달러로 미국의 11.5%, 독일의 23.0%, 일본의 24.8% 수준이다.

발전 가능성
국내 임상의료 기술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고 의료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 임상 의료기술은 이미 미국 대비 76%, 일본의 85%, 유럽의 87%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간 이식과 특정 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국내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하고 있는데, 최근 5년간(1998-2002년) 국민의료비의 연평균 성장률은 15.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잠재 수요를 더욱 증대시켜 산업으로서 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소요 연수는 18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데, 미국은 75년, 독일은 45년, 프랑스 115년, 일본 26년이 소요되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인당 의료비는 124만 원(2004년 기준)으로 비노인 인구보다 3.3배 높고, 의료기관 방문도 2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사점

점진적 개방이 바람직
국내 의료서비스의 취약한 경쟁력은 점진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국내 의료서비스의 대외 경쟁력을 갖춘 후에 시장을 개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OECD 선진국 대비 의료산업의 경쟁력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취약한 수준인데, 미국 대비 26%, 독일 대비 33%, 일본 대비 38%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 제고 계기로 활용
인천경제특구에 개원할 NYP 병원은 국내 의료기관에게는 새로운 진입자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국내 부유한 환자를 어느 정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행 수가보다 5∼6배 정도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 판매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요구도(Sophistication)는 이미 OECD선진국 수준으로 높은데, 특구 지역에 설립될 외국 병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수가 적용을 받지 않으며 다양한 영리행위 및 이익배당이 가능한 영리의료법인 형태이다.

(이에 따라) 특구지역에 등장할 외국계 병원을 국내 병원의 서비스 향상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 의료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의 일률적인 수가 통제로 서비스의 다양화 및 고급화가 미흡한 편인데,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하지 않는 신기술, 신약의 사용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과 국내 의료기관의 영세성 등을 극복할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리의료법인 허용 검토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적 제고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법인의 이익 배당 및 영리 행위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국내 자본을 유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는 영리의료서비스가 금지되고 있으며, 연구 또는 교육목적으로만 부대사업을 한정하고 있는데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에서는 영리의료법인 허용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해외 환자 유치 노력
국내 의료기관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의료서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높은 임상기술과 특화된 서비스(성형, 피부과, 치과)를 이용한 유치 노력 등 국내 의료기관들은 해외 환자 유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의료에 대한 정보부족, 환자 유치 및 광고에 대한 규제 등으로 인하여 해외거주 환자 유치는 부진한 편이다. 2005년 총 해외환자는 107,244명으로 전년 대비 33.9% 증가하였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 환자가 대부분(99%)으로, 국외 환자는 미미한 형편이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잠재 수요가 큰 중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환자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 13억 중국 인구 중 20억 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부유층은 약 8,000만 명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의료허브 구축을 통하여 연간 26만(2004년) 해외 환자를 유치하여 7억 5천 달러(싱가포르 달러)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미국은 해외 환자 유치로 약 12억 달러(1998년) 매출을 달성하고 있으며, 해외 환자 연 평균(1993∼1997) 성장률은 약 10% 정도이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베트남에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차병원, SK아이캉, 예메디컬센터 등이 선도적인 해외진출 의료기관으로,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 5개, 베트남 5개, 미국 3개, 러시아 1개, 싱가포르에 1개 의료기관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정부도 2005년 7월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의료기관 해외진출지원센터' 설치한 바 있다.

의료의 공공성 유지 병행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이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함께 진행될 경우 저소득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공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시장 개방과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약 11%, 전체 의료비 중 공공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약 50%로 공공부문이 매우 취약하다. 적극적 의료개방으로 동북아 의료허브를 구축한 싱가포르가 의료의 공공성이 높다는 사실은 의료에 있어 공공성이 중요함을 암시하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 비율이 80%에 달하고 있다.

강성욱(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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