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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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 조남억
  • 승인 2018.03.16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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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9]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아홉 번째 회에서는 드디어 old city 마추픽추와 young city 와이나픽추에 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편집자

11월 16일

벌써 목요일이 지나니 1주일이 지난 것이다. 매일 매일이 기념비적인 날이니, 하루하루가 뜻깊고 길게 지나간다. 일기를 당일에 써야 하는데, 계속해서 다음날 아침이나 새벽에 쓰게 된다. 저녁 식사 후에 호텔에 들어오면 너무 피곤하여 일기를 쓸 수가 없을 정도다.

오늘도 역시나 새벽부터 힘든 하루였다. 전날 저녁 축구를 보면서 피자와 맥주를 하였는데, 너무 피곤하다 보니 졸다 깨다 하면서 보았다. 페루가 2:0으로 이기면서 38년 만에 월드컵 진출을 이루고, 축제의 장이 되었다.

6시에 출발하여 아구아 갈리엔테스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오른다
7시 마추픽추 입구

그렇게 11시 반이 넘어 잠을 잔 후 4시 기상, 5시 조식으로 모였다. 피-맥을 한 관계로 조식은 아주 간단히 커피정도나 마시고, 6시에 로비에 모여 출발하였다.

마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갔다. 7시 즈음 입구에 도착하여 안으로 걸어 올라갔다. 마을에서부터 파란 하늘이 보이면서 날씨가 좋더니, 입장할 때 보니 마추픽추에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었다.

아침 햇살과 하늘과 마추픽추
위에서 보는 내리막길은 별거 아닌것으로 보이는데, 위로 보면, 엄청 높아 보인다
마추픽추 뒤쪽으로는 채석장과 돌을 다듬던 장소가 있다
모두들 찍는 자리. 뒤쪽 와이나픽추가 잘 보인다

좋은 햇살을 배경으로 다시 사진을 찍고 내부로 들어갔다. 많은 황금이 있었을 텐데 하나도 없었다고 보고 한 하이런 빙엄 이야기, 남자는 없이 아이, 여인의 미라만 130 여 구가 나온 이유, 잉카 브릿지 너머로 이어지는 길로 가면 아마존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등등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왜 이런 곳에 이런 도시를 만들었고, 쫓기던 잉카의 군인들은 왜 이곳으로 오지 않고, 이곳을 숨기듯이 다른 길로 갔는지, 빙엄이 발견했을 때의 모습은 어떠했기에 2년 동안 석축을 재구성한 후에 발표를 했는지 등등, 마추픽추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아직도 인기가 좋은가 보다.

마추픽추 제일 안쪽에 있던 와이나픽추 출입문
처음부터 시작된 계단길, 좁고 가파르다

우리가 와이나픽추를 예약한 시간은 8시였기에, 설명을 듣다가 와이나픽추의 입구로 갔다. 마추픽추는 old city, 와이나픽추는 young city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2시간당 200명씩만 입장을 한다는데, 입구 앞에는 이미 줄이 길었다. 와이나픽추는 소수만 올라가기에, 몇 달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다. 입구의 방명록에 이름, 싸인, 시간 등을 쓰고, 8시 5분에 입장하고, 와이나픽추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길에서는 일방통행으로, 내려오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등산 지팡이도 소용없이, 네발로 올라야 한다
도착했어도, 건물을 꽉 잡고 있게 된다
사진 찍으려고 줄 서서 기다리던, 제일 높은 곳에서 내려오기 직전

표고차가 200m밖에 안되는데 무슨 2시간이나 시간을 주나 했는데, 이건 완전히 계단 오르기로만 이루어진 높이였다. 처음부터 나타나는 가파른 계단으로, 얼른 오를 수가 없었다. 또한 앞 시간에 간 팀이 내려오면서 좁은 길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기에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했다.

마지막 코스의 석축들
뒤로 한번 구르면 못 설것 같아서 자꾸만 앞으로 네발로 올라가게 된다
고지가 눈 앞

길도 좁고 낭떠러지가 심하여, 가이드는 계속해서 내려오는 사람과 만나서 길을 비켜줄 때에는 가능하면 언덕 쪽에 먼저 붙어서 길을 비켜주라고 당부하였다. 앞사람이 먼저 언덕 쪽에 붙어있으면, 어쩔 수 없이 낭떠러지 쪽으로 비켜가야 했는데 아찔아찔했다.

정상 바로 아래 부위가 최고의 경사를 보였는데 다행히 이 길은 오르기만 하는 일방통행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다른 쪽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었다.

와이나픽추에 올라가서 본 마추픽추
왼쪽 위 인티푼쿠(태양의 문)에서 이어지는 잉카트레일이 보이고, 왼쪽 아래 버스길도 보인다

한발 한발 오르니 9시 20분이 되어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가 다였기 때문에 우리는 정상에서 충분한 시간을 즐겼다. 사진도 열심히 찍고 강물이 휘돌아 나가는 마추픽추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돌아보며 그 위치와 그 석축들과 날씨 좋음에 대해 감탄하였다.

보통의 사진에서 보았던 마추픽추의 모습과 달리, 와이나픽추에서 보는 마추픽추는 또 다른 더 큰 감동을 주었다. 인티푼쿠(태양의 문)에서부터 연결되는 능선까지 포함해서 강물, 산, 들까지 아름다웠다. 힘들었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와이나픽추를 강추하고 싶다. 다만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게 좀 어려운 점이긴 하다.

9시 50분 즈음 정상에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우리도 하산을 하였다. 최 가이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는데 이 길은 나중에 보니 와이나픽추를 전체 한 바퀴 도는 코스였는데, 우리가 잘못 내려왔던 것이었다.

이미 한참을 내려온 터여서 다시 올라가기는 엄두가 안나, 그냥 크게 한 바퀴 돌자하고 더 내려가 보았는데, 최근에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니다 보니 길은 더 험해지고, 중간에 설치된 사다리도 흔들거리고 위험해 보여서, 가던 길을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 올라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일방통행이 끝나고, 되돌아가는 길로 합류해야 하는데, 합류할 길은 나오지 않았고, 길은 점점 더 험해졌다
흔들거리는 사다리에 메달렸다가는 뭔일이 생길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 올라왔다
중간즈음에 되돌아 나오는 곳이 목적지였는데, 우리는 더 넘어갔다가 되돌아왔다
한참을 내려와도 계속 계단
오전에 설명은 다 들었고, 다시 지나치는 마추픽추에서는 감흥이 별로 없었다
신전과 제사장의 터를 보려면, 다시 올라가야 했는데, 아무도 올라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정상에 오르니 비가 멈추고, 날이 좋아졌다

되돌아서 다시 정상까지 올라오는 급급경사의 계단은 그 자체로는 예술로 보이기는 했으나, 다시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2배 이상의 고역이었다. 게다가 이젠 비까지 내려서 배낭에서 우비까지 꺼내 입으니,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하루에 와이나픽추에 두번 오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진을 또 찍었다

다시 와이나픽추 정상에 올라서, 모두들 어깨를 감싸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없던 정상이었는데, 벌써 다음 시간의 첫 주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진 찍을 자리를 넘겨주고 우리 팀은 11시에 진짜 하산 길로 내려왔다. 올라오는 사람들과 피해가면서 조심조심 출입구까지 내려오니 11시 43분이 되었다.

어제의 7시간 트레킹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가 계단이 너무 가팔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늘 우리가 정상에 두 번 올라서 그런 건지, 어제보다 오늘의 구간이 짧았지만 훨씬 어렵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라마들

다시 마추픽추로 들어와서 그곳의 모습과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다리가 후들거리고 힘들어서 신전과 제사장 터를 구경하러 언덕 위로 올라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잉카 브릿지를 못 보고 나온 것은 아쉬운 점이었지만, 거기까지 1시간 더 갔다 오자고 하지 못했다.

마추픽추 출구로 나와서 입구 바로 앞에 있는 TINKUY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맥주가 절로 들어왔다. 다만 이 식당이 너무 비싼 곳이어서 맥주 한 병에 6달러 이상 한다고 하여 더 마실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점심 식사 후 버스 타는 줄이 길었는데, 갑작스러운 비에 작은 우산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점심식사 도중에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해가 떠있고 날씨가 좋더니 금방 비가 내렸다. 다행히 가방 안에 우산이 있어서 버스를 기다릴 때 판초의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아구아 갈리엔테스로 내려오니 2시 반.

기차역 주변의 시장 구경을 갔는데, 생각보다 꽤 넓었다. 그만큼 이곳이 장사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짐 때문에 구경만 하였는데 라마 그림이 있는 빨간색 스웨터가 눈에 들어와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방에 짐 넣을 공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3시에 페루 열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 역으로 왔다. 여기 호텔에서 전날 맡겨놓았던 큰 가방을 다시 찾고 작은 버스를 타고 쿠스코로 5시에 출발하였다. 쿠스코까지 오는 2시간 동안에는 미리 다운 받아 놓은 팟케스트 뉴스공장을 들었는데 시간이 잘 갔다. 차가 많이 막히면, 새벽에 도착한 적도 있다고 하였는데 다행히 우리는 7시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었다.

다시 3200m로 올라오니, 숨이 가쁘고 느낌이 다르다. 호텔 내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다들 먼저 먹었었던 한식당에 가고 싶어 하여 짐만 놓고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한식당 사랑채에는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꽉 차서 자리가 없었다. 밖에서 그들이 다 먹기를 기다리기엔 기온이 갑자기 너무 쌀쌀해졌고 피곤했기에, 결국은 다시 택시 타고 호텔로 와서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고지대에 올라와서 기온도 갑자기 떨어지다 보니 후두부의 냉기를 막아주는 게 중요했는데, 다행히도, 가방 안에 모자가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들 피곤하고 속도 안 좋다 보니 퀴노아 죽과 닭 스프 위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9시 반이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춥고 어지럽고 졸려서 4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그냥 잤다. 내일 티티카카 갔다가, 라파스 갔다가, 와이나포토시 올라갔다가 우유니까지 계속 이어지는 일정이 3400m 이상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고산증으로 인하여 힘들 것 같다.

다시 되돌아온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낮보다 밤이 되니 고소증세가 더 심해졌다. 모자로 후두부를 감싸주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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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2018-08-02 12:45:56
헝그리 엔드 타이어드로 인해
신전 터를 꼭 가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군요.
신전 터에서 바라보는 사방 팔방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정수리라 점지된 곳에 그들은 신전을 지었기 때문이지요.

(어쭈, 어디서 읽은 거야 아니면 네 생각이야?
잉카의 천문지식은 유명하잖아.그래서 미루어 짐작으로 한 말이야.
ㅎ 그려, 댓글이기 다행이다. 물어봐버리면 너 헤맬 거 아냐...
뭐라고, 날 뭘로 보고 그렇게 깐죽거려? 잉카의 황금을 구글링 안 해본 사람이 있을 거 같아,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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