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아쉽지만 ‘일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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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아쉽지만 ‘일보 전진’
  • 정선화 기자
  • 승인 2018.03.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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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세넷 등 10개 시민단체 대통령 개헌안 대한 논평 발표…“시민 참여‧건강권 명문화 의미있어”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10개 시민단체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부터 3일간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 공동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논평을 통해 “지난 20일~22일간 발표된 ‘제10차 헌법 개정을 위한 대통령 개헌안’은 겨우 한 달의 준비기간을 걸쳐 발표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지지부진한 국회의 개헌 논의를 보면 정부의 개헌안 도출 과정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국회는 2016년 12월 28일 국회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지난해 2월 2일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헌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또한 전국을 돌며 11차례의 국민대토론회을 갖고 뒤늦게나마 온라인 공간에서 시민 참여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하지만 이 과정은 국회의원과 전문가 사이의 논의에 치중됐고 온라인 공간을 열기 전까지 시민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진전이 없었던 만큼 국회가 개헌 의지가 없고, 개헌에 대한 책무를 다 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야당들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회 주도는 단지 형식일 뿐 본래 목적은 민의(民意)의 반영이어야 한다”며 “1년 이상 동안 국민의 소리를 듣는 데 소극적이었던 국회보다 한 달 남짓이지만 공개적이고 시민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국회가 주도해야 하는’ 목적에 가까워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은 “조문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개헌 과정”이라며 “정책결정권자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되며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들은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가 명문화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 강화 ▲국민에서 사람으로의 기본권 주체 확대 ▲생명권과 안전권 신설 ▲일할 권리와 노동3권의 강화 ▲토지공개념 명시 ▲지속가능한 발전 명시 ▲지역주민 참여 확대 ▲경제민주화에 상생 개념 추가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 ▲각계각층의 입장 반영이 가능한 헌법재판제도 개선 등이 모두 건강권 보장에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특히 건강권과 관련해 생명권,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안전권, 정보기본권, 사회보장권, 주거권, 건강하게 살 권리 등이 신설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개헌안이 ‘보건의료’에 초점을 두었다면 대통령 개헌안은 ‘건강’을 명시하고 있어 반갑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들은 “권리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및 건강불평등 개념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국가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대통령 개헌안은 ‘중대한 일보 전진’인 만큼 국회는 당장 적극적으로 개헌안 합의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논평에 참여한 단체는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정책학회,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미래건강정치포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세상을바꾸는꿈.바꿈,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한국건강형평성학회 등이다.

아래는 논평 전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관한 우리의 입장​

개헌 논의 과정에서 시민참여가 부족했던 점은 여전히 아쉽다.

2018년 3월 20일부터 22일, 사흘에 걸쳐 제10차 헌법 개정을 위한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었다. 겨우 한 달 전인 2월 13일에서야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의견 수렴을 통해 대통령 개헌안이 나왔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듯하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국회의 개헌 논의를 보면 시민참여와 개헌 의지 측면에서 정부의 개헌안 도출 과정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국회의 경우 2016년 12월 28일 국회의원 36명으로 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했고 2017년 2월 2일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헌 논의를 지속해왔다. 전국을 돌며 11차례의 국민대토론회도 개최했고 늦게나마 온라인 공간도 오픈하여 활동과 자료를 공개하고 시민 참여 기회도 만들었다. 2018년 1월에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도 나왔다. 이번의 대통령 개헌안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대개 국회의원과 전문가 사이의 논의에 치중되었고 온라인 공간을 열기 전까지 시민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회는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뒤 좀처럼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개헌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야 5당을 모두 똑같이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국회는 개헌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셈이다. 야당들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국회 주도는 단지 형식일 뿐 그 본래 목적은 민의(民意)의 반영이어야 한다. 1년 이상이 지나는 동안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에 소극적이었던 국회보다, 한 달 남짓이지만 공개적이고 시민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국회가 주도해야”하는 목적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는 조문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개헌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은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를 집약하는 사회적 계약 문서이다. 그렇기에 정책결정권자나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이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길임을 생각한다면, 개헌 논의 과정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 명문화를 환영한다.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 강화, 국민에서 사람으로의 기본권 주체 확대, 생명권과 안전권 신설, 일할 권리와 노동3권의 강화, 토지공개념 명시, 지속가능한 발전 명시, 지역주민 참여 확대, 경제민주화에 상생 개념 추가,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 각계각층의 입장 반영이 가능한 헌법재판제도 개선 등 현재의 개헌안에 담긴 내용은 모두 건강권 보장에 중요한 요소들이다.

특히 건강권과 관련하여 생명권,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안전권, 정보기본권, 사회보장권, 주거권, 건강하게 살 권리 신설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개헌안이 ‘보건의료’에 초점을 두었던 것에 비해 대통령 개헌안은 ‘건강’을 명시하고 있어 더욱 반갑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비준한 유엔 사회권 규약 조문인 ‘모든 사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은 여전히 아쉽다. 권리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과 건강불평등 개념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국가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국회는 적극적으로 개헌안 합의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개헌안은 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 중대한 일보 전진이다. 국회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구시대적 행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국회가 주도해야”의 실질은 민의의 반영이다. 촛불 혁명의 민의는 자유한국당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 확대를 향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 국회는 당장, 적극적으로 개헌안 합의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개헌안보다 적극적인 내용의 건강권이 헌법에 담기도록 해야 한다.

2018년 3월 26일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정책학회,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미래건강정치포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세상을바꾸는꿈․바꿈,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한국건강형평성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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