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제주 무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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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제주 무신궁
  • 박종순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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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나라 ·제·주·


제주에는 무려 1만 8천여 신들이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도 있고 바다에서 올라온 신, 땅에서 솟아난 신 그리고 인간사회에서 태어난 신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 신들을 위한 신당이 3백여 곳이 넘으니 진정 제주는 신들의 나라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신들마다 다들 이야기가 있으니 신화의 나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는 거의 마을마다 본향당이 있었다 한다.
본향당은 온 부락민이 공동으로 섬기는 것으로 부락민의 모든 생활사를 관장하는 신을 모신 곳이니 본향신은 마을의 수호신인 것이다. 마을마다 각기 다른 신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신격화에 따른 신화를 제주에서는 ‘본풀이’라 한다. 여기에는 당신의 근본과 당신이 생겨난 배경이며 내력들이 일반신과 조상신 등 마을과 관련된 신들과 함께 이야기되고 있으니 마을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당에는 본풀이에 따라 보게 되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신체(神體)가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신격화된 나무나 돌 같은 자연물들이었지만 차츰 사람의 모습을 갖춘 그림이나 신상으로 남게 되었는데 그 중 많은 것들은 돌에 본풀이에 나오는 신의 모습을 조각한 당신상(堂神像)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마을마다 있었을 신당들은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시각으로 무불타파(巫佛打破)를 외치며 파괴하기 시작했고 일제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유로 또 새마을운동이라는 경제논리에만 편중된 시각으로 미신이라는 논리로 망가져 갔다.

제주무신궁은 이런 당신상들이 진좌하고 있는 궁전이다.
원래 각기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인 당들이 없어진 지금, 하나 둘씩 사라져 가던 당신상들을 제주민속박물관장이신 진성기 선생이 박물관 앞마당에 무신궁(巫神宮)을 만들어 전시해 놓은 것이다.  각기 특징 있는 신상들로 모두 143기가 모여 있다.

그들 당신상들을 하나하나 쳐다보자면 마치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보는 듯하고 그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스러움과 형태미등 미학적 느낌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친근한 모습과 민중의 소박함이 오롯이 남아있는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와흘리 본향당이나 마라도 애기씨 할망당, 윤동지 미륵당등 남아 있는 당들을 찾아보는 것도 신화의 나라 제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박종순(건치문화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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