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소금의 지평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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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소금의 지평선에서
  • 조남억
  • 승인 2018.04.20 10: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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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14]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열네 번째 회에는 소금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즐거운 하루가 담겨 있다.

-편집자

11월 21일

어제 밤에 양주를 드디어 먹게 되었는데, 그걸 마시고도 전날 일기를 다 쓰긴 했다. 21일 일기는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있다.

소금 호텔은 보기에만 좋은 호텔이지, 살기 좋은 호텔은 아니다. 너무 건조해서 코가 너무나 뻑뻑하다. 그렇다고 이불을 덮어쓰기엔 공기가 너무 희박하여 숨이 막힌다. 다른 분들은 코 안에 로션을 바르고 잤더니 나았다고도 하셨다.

어제 밤엔 와이나포토시 등반으로 생긴 고산증으로 인하여 컨디션이 최고로 안 좋았었다. 밤새 숨쉬기도 어려웠고, 머리가 너무 아프고 추웠다. 이 소금 호텔의 또 다른 문제는 춥다는 것이었다. 전기담요가 침대에 있긴 하지만, 추위를 피할 정도지, 더울 정도가 못된다.

소금호텔의 2층 카페. (ⓒ 조남억)

밤새 뒤척거리다가 새벽녘이 되어서 머리 아픈 것이 좀 사라졌다. 아내와 통화하고 나서 다시 잠을 잤다. 일기도 못 쓰고 한두 시간 꿀잠을 자고서 8시 10분에 최 과장이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깨어나서 조식을 했다. 아이들과도 카톡으로 화상통화를 했는데, 창문 밖의 소금사막을 보여주고, 소금 호텔의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다들 신기해했다. 보기에는 참 신기하고 특이한 호텔이긴 하다.

9시에 로비에 모여서 출발했다.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작은 가방에 짐을 가득 싣고 나갔다. 어차피 지프차로 이동하는 날이니까 짐이 많아도 괜찮았다. 처음 간 곳은 ‘기차 무덤’. 아타카마 지역에서 발견된 초석이 화약의 주원료가 되어 경제적인 가치가 높아서, 볼리비아-페루 연합국과 칠레 간에 4년 전쟁이 있었는데, 칠레의 승리로 끝났다. 볼리비아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해안가를 빼앗기고 항구가 없는 내륙국가가 되었고, 그 항구로 소금과 광물을 싣고 나르던 철도가 쓸모없어졌다고 했다. 약소국의 비애와 전쟁의 아픔이 느껴지는 임진각 철마가 생각났다.

소금물이 샘처럼 솟아오르는데 강물처럼 흘러가지는 못한다. (ⓒ 조남억)

다음으로 간 곳은 소금물이 솟아오르는 샘이었다. 지하수가 솟듯이 짠물이 쏟아져 나왔다. 소금 만드는 맷돌이 이 속에도 있었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티티카카 호수보다 1.4배 크다고 한다. 티티카카도 바다 같았는데, 이곳도 너무 광활하다.

만국기 중 태극기를 찾아서. (ⓒ 조남억)

한참을 달려 만국기가 걸려있는 옛 소금호텔을 보고, 그 호텔 건물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이드 아벨의 집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이라는데, 소고기, 닭고기도 맛 좋았고, 쌈 채소부터 여러 가지 채소가 많아서 좋았다. 주변에 먹을 곳이 없기에, 여기에서는 가이드들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준비하는 도시락으로 식사준비를 해 준다고 하였다.

건기여서 하늘이 물 위에 비쳐보이는 환상적인 장면은 없었다. (ⓒ 조남억)

여기서 나와서는 거의 직선으로 한 시간 이상 달려서 물고기 섬에 도착했다. 우유니 사막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선인장이 가득한 섬이었는데, 그 선인장들이 이 환경에 맞게 진화를 하여 1년에 1cm씩 자란다고 한다. 산호가 굳어있는 것들도 보여서, 이곳이 과거에 바다였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7m짜리 선인장은 700년을 살아온 것이라고 하니,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온 그 세월이 더 대단하다.

100m정도 올라가는 등산길은 역시나 힘이 들었다.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소금의 지평선이 둥글게 보이는데, 정말로 장관이었다. 지금은 건기여서 그런지 사막에 물이 거의 없어서,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그런 인터넷상의 사진에서 보던 장면은 보질 못하였다. 하지만, 100만 톤 이상의 소금으로 이루어진 그 사막자체가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면이어서, 신기한 마음은 여전했다. 땅이 융기하면서 고여 있던 바닷물이 이곳에서 증발하면서 생겼다고 하는데, 지금도 사방의 산에서 지하수를 통해서 이 우유니로 소금물이 모여들고 있어서, 소금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공장 내부에는 요오드를 섞은 소금을 철판 위에 볶는 시설밖에 없다. (ⓒ 조남억)

오전에 잠깐 들렀던 소금 공장에서 보니, 이곳 지표면의 소금들을 긁어모은 후, 요오드를 넣어서 함께 볶아주어 식용 소금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요오드의 작용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소금에 남아있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공장의 모습이 너무나 작고 비위생적인 것 같아서, 살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최 선생님께서 500g짜리 한 봉을 사주셨다. 그것이 5볼리비아 솔이었는데, 1000원정도 하는 정도이다. 살리네라스보다 소금 값이 반값이다. 그곳은 염전을 만들어 증발 시켜서 소금을 얻었는데, 이곳은 그냥 굳어있는 소금을 그냥 긁기만 해도 되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물고기 섬에서 조금 나와서 광활한 평지에서 멈춰 섰다. 이곳에서는 원근감이 사라지는 사진을 찍었다. 프링글스 통을 이용하여 비디오도 찍고, 사진도 찍었다. 가이드들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다고 하더니, 그동안 여기저기서 보았던 장면들을 그냥 찍게 되었다. 독특한 장면을 미리 고민해 놓을 것을 잘못했다.

원근감을 무시하는 사진찍기 놀이. (ⓒ 조남억)
원근감을 무시하는 사진찍기 놀이. (ⓒ 조남억)

그 후 다시 한참을 달려, 투누파 화산 아래쪽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물이 남아있어서, 반영 사진을 찍기 좋다고 하였었는데, 이곳에도 물이 없었다.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일몰까지 기다려볼까 하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냥 호텔로 되돌아오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길이어서, 운전하다가 졸기에 딱 좋은 드라이브였다. 뒷자리에서 우리들도 꾸벅꾸벅 졸았다. 내일 8시간 이상 이런 길을 가야 하는데, 그 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예전에 서양의 한 가족이 차를 빌려 타고 우유니로 들어갔다가 차량이 고장 나서, 걸어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모두 죽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우유니로 들어가는 관광차량은 무조건 2대 이상이 조를 이루어 다녀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포즈는 여행 내내 나의 고유한 포즈가 되었다. (ⓒ 조남억)

호텔에서 잠깐 쉬고, 일몰 시간에 맞춰서 다시 나갔다. 어느 지역으로 갔더니, 그 쪽에는 물이 조금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돌아가면서 사진 찍고 일몰 구경도 하고, 그 노을빛을 배경으로 윤곽사진도 찍었다. 6명이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100m 달리기 연속 샷과 천수 관음상 사진을 찍어보았다.

이제 어려운 코스는 마무리되었다. 호텔로 되돌아와서 모두 기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인천공항에서부터 들고 온 싱글몰트 양주를 열었다. 반 병정도만 마실 줄 알았더니, 이야기 하면서 7명이 마시니, 한 병을 다 마시게 되었다. 고산에 대한 적응은 어느 정도 되었나보다. 샤워해도 괜찮고, 술을 마셔도 괜찮았다.

해질 무렵 모여든 차량과 사람들. (ⓒ 조남억)

9시 즈음 행복한 마음으로 헤어지고, 방에 들어와서 밀린 일기 하루치를 쓰고 11시 즈음 곧장 잠이 들었다. 술 때문인지 새벽 2시까지 푹 잤다. 그 후에 다시 깬 후에는 잠을 잘 때 숨이 가쁘기는 했지만, 아주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새벽에 샤워를 하며 더운 물로 몸을 데우고, 방안에 수증기를 좀 공급하였더니, 좀 살 것 같았다. 수건을 적셔서 책상위에 놓은 상태로 일기를 쓰다가 창밖 일출을 보다가 사진 찍는다고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했더니, 6시 반이다. 이른 조식을 하고나서 샤워 한 번 더 해서 몸을 덥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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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울타리 2018-08-02 17:45:22
삭막하기 그지 없는...
호텔을 들락이는 사람들 말고 민초들은 어디서 뭘 먹고 사는 걸까...

전민용 2018-04-23 10:42:46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간접 경험 최고예요 ㅎㅎ 직접 가고 싶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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