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아르헨티나 가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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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아르헨티나 가는 길 위에서
  • 조남억
  • 승인 2018.04.27 12: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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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15]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열다섯 번째 회에서는 페루에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코파카바나로 넘어갔던 지난 11회에 이어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편집자

11월 22일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만 한 날이다. 오전 8시 50분에 출발하여 하루 종일 이동만 하고 저녁 8시 50분에 Huacalera 호텔에 도착했다. 중간에 시차가 한 시간 줄어서 실제로는 11시간 이동이었다. 이동만 하여서 일기 쓸 것이 별로 없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추위를 없애려고 샤워를 먼저 했다. 샤워하면서 습기가 늘어나서 살만 하였다. 젖은 수건을 옆에 두고서 전날 일기를 쓴 후, 사진들 정리를 하려는데, wifi가 잘 안 잡혔다. 6시 40분에 식당으로 갔더니, wifi가 잘 되었다. 조식은 조금만 먹고서, 그동안 안올렸던, 동영상들을 단체 카톡에 다 올렸다.

춥기도 하고 시간도 남아서 방에 들어가서 다시 눈을 붙였더니, 늦잠을 자게 되었다. 다들 모이기로 한 시간인 8시 반을 넘어서 40분에 전화콜을 받고서 깨어났다.

일출 때 소금 호텔 옥상에 올라가서 본 소금 사막 (ⓒ 조남억)
우유니의 주변은 이게 흙인지, 소금인지 두 가지가 섞여 있는 빛깔의 색이다. (ⓒ 조남억)
중간 휴식 시간, 나와 조 선생님을 거친 길에서 잘 태워준 승용차 (ⓒ 조남억)

지금까지 이틀 연속으로 잠을 잔 곳은, 이곳 소금호텔이 처음이었다. 이 소금호텔은 인기가 너무 좋아서, 예약하기 쉽지가 않다고 한다. 여행하기 좋은 시절에는 더욱 방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번 우리 여행에서도 여행사가 이 소금호텔에 연락해서, 언제 방을 줄 수가 있느냐고 먼저 물어본 후, 이 호텔에서 몇 월 몇 일에 방을 준다는 확답을 받고나서, 그 역순으로 계산하여, 여행의 출발날짜를 정했다고 하였다. 이렇게 인기 좋은 소금 호텔이었는데, 정말로 보기에는 신기하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긴 했었는데, 살기에는 힘든 곳이었다. 너무나 건조하고, 춥고, 공기가 희박했다. 특히 너무 건조했다. 

우유니 자체가 3600m 높이였기에 조금만 올라가도 4000m 높이의 풍경이 나타났다.(ⓒ 조남억)

호텔 로비로 내려가서 어제 탔던 차량에 올라타고, 세 대 중에서 두 번째로 출발하였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번갈아 가면서 나와서 먼지도 많이 나고, 차의 출렁거림도 심했다. 지금은 구불구불 덜컹덜컹 힘든 길이지만, 도로 포장 공사를 많이 하고 있어서, 몇 년 만 지나면, 이 길도 편안한 길이 될 것 같다. 처음엔 잠을 좀 잤는데, 그 후로는 경치 구경을 하느라 시간이 잘 갔다. 특히 4000m를 넘어서 고갯길을 넘어갈 때, 달 표면 같은 그런 장관이 펼쳐졌다. 1995년 여름 인도 레-라다크로 가던 버스 안에서, 그 달 표면 같은 장관을 보았었다. 가이드북마다 비슷한 설명을 해 놓았었는데도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신기하고 생경한 장면이었었다. 이번에 본 알티플라노의 달 표면  모습에서는 풀이 자라지 못하는 그냥 매우 높은 산의 느낌이 더 들었다. 고원의 느낌이 덜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비포장길을 달리다보니, 맨 앞차는 괜찮지만, 그 뒤에 따라가는 차에는 엄청난 먼지가 들어왔다. 앞차와 간격을 멀찍이 떨어져서 달려가라고 말을 해도, 어느새 앞차 꽁무니에 붙어 달리면서, 먼지를 마시고 있었다. 뒤 차량으로 달리는 것이 불편하기에 몇 십분 간격으로 차량의 순서를 바꿔가면서 달렸고, 맨 앞에 달릴 때에는 창문을 열고 달릴 수도 있었다. 여행 시작 전 설명회 때에, 이 구간에서 꼭 필요한 것이 마스크라고 해서, 무슨 마스크를 준비할까 하다가, 작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 치과에서 준비하였던 N-95마스크를 인원수대로 준비해 가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다들 잘 썼다고 고마워하셨다. 작은 먼지도 잘 걸러주었고, 코와 마스크 사이가 떨어져있어서, 마스크 내부에 물을 좀 떨어뜨린 후,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니, 건조하지 않고 습기조절까지 되어, 훨씬 편안하였다. 알티플라노 고원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 필수 아이템인 것 같다.

고갯길을 한 참 올라가서, 저 고개를 넘으면 내리막길일 것 같았는데, 계속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이런 길이다보니, 예전에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1년 걸렸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조남억)
달 표면같이 생긴 지형. (ⓒ 조남억)
달 표면 같이 생긴 지형 (ⓒ 조남억)
메르스 때 구입했다가 사용하지 않던, N-95 마스크를 이번 여행에 가져왔는데 이 구간에서의 필수품이었다. 차량 이동 구간에 마스크를 준비하라는 말이 처음엔 이해가 안갔었다. (ⓒ 조남억)

나무나 풀도 없는 길을 따라 그렇게 많이 들어간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었다. 4시간 반을 달려서 오후 1시 반 즈음 tupiz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교차로에 신호등까지 있는 마을이었으니, 그나마 좀 큰 마을이었다. 유료 공중화장실에 가서 다 같이 볼 일을 보고, 현지 가이드들이 섭외한 식당에 갔다. 어제 점심때와 비슷한 뷔페가 차려졌다. 오늘 점심은 다른 가이드의 부인이 준비한 것이라는데, 맛있고, 입맛에 잘 맞았다. 식당에서는 자리 값만 받고, 자리를 빌려준 것인데, 얼마를 주고 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미안하였다. 다른 분들이 다 음식을 담고 나서 제일 늦게 담으려고 기다렸는데, 이 선생님께서 손수 음식을 담아서 가져다 주셨다.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직원 가족 와이프가 준비해 준 점심 도시락 부페 (ⓒ 조남억)
점심 식당에서 테이블과 부페 도시락을 준비중일 때, TUPIZA 마을 구경을 더 하느라고 길가에 나가 있었다. (ⓒ 조남억)

2시 반에 다시 출발하여 아르헨티나 국경에 4시 반에 도착했다. 중간에 우리가 탄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속도가 안 나서, 세 대가 함께 가던 것을 2대로 모여타고 가게 되어, 그나마 시간을 맞출 수가 있었다. 이런 일 때문에, 사막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조건 2대 이상이 팀을 이루어서 들어가야 하는 법인가보다.

볼리비아-아르헨티나 국경은 페루-볼리비아의 국경보다는 좀 더 삼엄해 보였다. 볼리비아가 좀 더 가난한 나라이기에, 아르헨티나로 들어가는 국경이 더 삼엄한 것 같았다. 그래도 출입국 도장을 한 곳에서 한 번에 해주어서 줄을 두 번 설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줄 한번 잘못서면, 단체 여행객들 새치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걸린다는데, 오늘은 그래도 금방 도장을 받았다.

볼리비아 측 국경의 모습(ⓒ 조남억)
국경에서 바라 본 볼리비아 측 모습(ⓒ 조남억)
세 명의 운전사 겸 가이드는 우유니부터 여기까지 왔다가 이 힘든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헤어질 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조남억)

정들었던 볼리비아 가이드는 여기서 헤어지고, 아르헨티나 가이드를 다시 만나고, 인사하고, 버스를 옮겨 타고, 다시 출발하였다. 5시 즈음이었는데, 시차의 변환으로 6시가 되었다. 오늘 이렇게 험하고 먼 길을 우리와 함께 달려왔던, 3대의 차량과 가이드들은 우리를 국경에 내려 주고 나서, 다시 그 길을 되돌아 우유니까지 가야 한다고 하니, 그 일도 참으로 고된 일인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6시에 출발하여 8시 반에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온 길은 예전에도 사용했던 길이었는데, 포토시의 은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옮기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양쪽의 커다란 산맥 사이에 낀 알티플라노 고원으로 지나가는 이 길이, 산을 넘는 것보다는 수월한 길이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측 국경의 모습 (ⓒ 조남억)
아르헨티나 측 출입국 관리소 (ⓒ 조남억)

9시에 호텔 식당에서 늦은 저녁으로 소고기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셨는데, 맛도 좋고, 배는 부르고 있는데, 다들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자기를 원했다. 흔들리는 차 안에 앉아있는 것 외에는 별로 한 것도 없는 날인데, 모두들 너무나도 피곤해 했다.

혼자 자는 내 방에는 작은 싱글침대 2개가 있는데, 더블침대 하나가 있는 최-이 선생님께서 편히 따로 자고 싶으니 방을 바꾸고 싶다고 하셔서, 방을 교환하여 넓은 침대에서 혼자 자게 되었다.

 일기를 쓰고 나니 벌써 11시 29분, 오늘은 얼른 자야겠다.

아르헨티나에서 이동 도중 나타난 지층이 아름다워서 잠시 차를 세웠다. (ⓒ 조남억)
이곳 지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나, 다음날 본 지층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 조남억)
지층의 모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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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가 2018-08-02 18:06:48
우유니로 돌아가는 그 가이드를 섭섭하지 않게 얼마라도 쥐여줬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직업이다-라고 하기 보다는
이번 우리팀에서는 보너스 드릴께요-라는 뜻이라면 ...
(얼마를 주라는 거야?알아서 각자 10달러 정도면 좋지 않을까? 우웩, 여기서 10달러면 큰 돈이야. 참나, 여기서 저기서 찾지마. 오히려 거기서 10달러가 큰 돈이면 더 잘되었지 뭐야. 고마운 사람과 냉커피 한 잔 하는 셈이야. 하기야, 은퇴하신 분들 돈 아까워 어떻게 저길 갔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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