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에 하는 구강보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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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에 하는 구강보건교육
  • 정민숙
  • 승인 2006.06.1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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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토요휴업특별프로그램 구강보건교육

 

6월 10일.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장하게 온다. 우르릉 꽝 번개도 치고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다가 그쳤다가 한다. 모처럼 쉬는 토요일, 아이들은 늦잠도 좀 자 보고, 학교 가지 않는 날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어딘가 현장체험이라도 가지 못하면, 비 옷 입고 운동장이라도 나가보면 재미있을 텐데, 일 좋아하는 엄마가 토요 휴업일 날, 아이들 학교에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하기로 한 상태라 갈 수도 없다.

▲ 용답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불소에 교육을 받는 중에, 우리나라 12세 아동의 치아우식증 갯수 도표를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교육. 오늘은 그 두 번째다. 오늘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번개도 치니, 참석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차 교육 때보다 적다. 그래도 아이들은 얼굴에 호기심을 가지고 와서 준비해 온 잇솔과 세치제와 거울을 꺼내 놓고, 인사를 한다.

아이들 학교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불소용액양치를 실시하고 있다. 불소와 치아의 관계를 알고 실천하는 것과 모르고 실천하는 것은 참 많은 차이를 준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불소와 치아의 관계를 누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현재 가장 중요한 내 직업이 전업주부라 될 수 있으면, 학술대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보다는 알아듣기 쉽고 기억을 오래 할 수 있는 용어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직접 그 게임에 회원가입을 해서 내용을 알아보았다. 주로 괴물들을 공격할 때 자기 캐릭터에 입히는 장신구나 의복의 방어력이 얼마인가가 공격력만큼 중요했다. 아이들은 그 방어력이 얼마인가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다. 불소를 이야기 할 때 뮤탄스 균의 산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막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 그렇구나’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 치면착색제를 치아에 바른 후 상악 중절치부위 중 한 곳만 닦은 후, 닦지 않은 옆 치아와 비교하는 장면


오늘은 불소와 자일리톨에 대해서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들이라서 치아의 구조도까지 들어가면서 치아우식증의 단계까지 함께 공부를 했다. 그 다음 치면착색제로 치아 면을 골고루 착색시킨 후 지난 달에 배운 회전법으로 치아를 닦는다. 그 다음 두 개의 거울을 이용해서 치면착색제가 남아있는 부분과, 자신의 치아는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치아우식증 1단계를 지나 2단계 3단계까지 갔음을 인식한 다음에는 작은 탄식까지 흘러나온다. 아프지도 않은데 왜 치과를 가야하느냐라는 의문이, 아픔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라는 답을 스스로 이해하고, 치과에서 받은 치료를 그 때서야 이해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섯 달마다 한 번씩 치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고, 치아 위에 크라운을 씌우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카드를 들고 혼자서도 친구 집 가듯이 찾아가야한다고 하니, 그러겠다고 한다. 대답과 실천은 다르니 정말로 그렇게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 치과의사선생님들과 치과위생사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잘 해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오전 9시에 시작한 교육은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모두들 불소치약으로 골고루 구석구석 치아의 모든 면을 닦아서 치면 착색된 부분도 모두 닦아내고 반짝 반짝거리는 치아로 교육 후 소감을 이야기 한 후 다음 달 교육을 약속하고서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간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책을 읽어주는 도우미로 할머니선생님들의 활동기사를 중앙일보에서 읽었다. 그 때 참 부러웠다. 할머니들께서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일을 하시고, 유치원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유료자원봉사의 혜택을 누리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전업주부로서 가끔 꿈을 꾼다. 전업주부치과위생사들이 구강보건교육의 도우미로 유료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줌마가 가지는 엉뚱한 꿈이다.

지난 5월 27일 국민건강시민연대와 공중구강보건연구회에서 주최한 동남아시아 구강보건사업의 현황을 듣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현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치아 우식증 권하는 사회 같다. 너무나 쉽게 여기저기서 먹을 수 있는 사탕이 많다. 최소한 급식하고 나서 이를 닦을 수 있는 시간확보조차 되지 않을 때도 있어, 두 나라의 학교구강보건사업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정말 너무나 부러웠다.

꿈은 꿈으로서만 끝날 때도 있지만, 초등학교에 가서 토요휴업일 특별프로그램으로 구강보건교육을 하고 오면서 그 꿈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 오늘 하루 활동이, 지나가는 바람에 잠시 흔들린 작은 풀잎 같은 몸짓에 지나지 않더라도 희망을 가지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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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2006-06-20 09:31:38
대한민국에서 구강건강을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면 어디던지 치과위생사들이 달려 가야 겠지요?

더우기 도움이 필요한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하구요


연약한 몸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시는지요?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치과위생사의 한사람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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