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책 논설•시론
'야마리 없는' 것들의 사회[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송필경 | 승인 2018.05.18 16:20

‘야마리’

며칠 전 일이다. 1차 걸치고 2차로 지하 카페에 갔다. 들어서자마자 담배 냄새에 예민한 선배님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담배 냄새는 더욱 짙어졌다. 보니 칸막이 옆자리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선배님은 일어나서 조용히 ‘담배 그만 합시다’하시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있다 화장실에 가려고 보니 옆자리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자리를 박찼다. 나가면서 선배님은 옆자리 있는 사람에게 다소 거칠게 항의 했다. “그렇게 당부했으면 피우지 않으셔야지.” 그래도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천연덕스럽게 담배 연기를 훅훅 불었다.

그날 술자리가 전날에 이어 연장이라 2차로 조용히 이야기하고 끝내려 했는데, 다른 집으로 옮겨 홧김에 또다시 과음하고 말았다. 정신도 몸도 피폐한 채 아침에 눈을 떴다. 어제 상황에 떠오르는 첫 단어가 ‘야마리’였다.

어릴 때 아버지는 지방에 계시다가 주말에 오시면 아침은 겸상을 했다. 어린 우리에게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을 많이 하셨다. 교육계에 몸담고 계시던 아버지는 예절에 대해 주로 말씀하셨다. 식사를 할 때 어른이 먼저 숟가락 들기 전에는 절대 숟가락에 먼저 손을 대지 마라, 밥을 먼저 다 먹었더라도 어른이 숟가락 놓을 때까지는 밥상 자리에 지켜라 같은 말씀이셨다. 그 당시에는 우리 형제는 아버지 말씀을 잔소리쯤으로 여기고 시큰둥했다.

그때 가장 많이 듣고 기억에 남는 단어가 바로 ‘야마리’였다. 말씀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흘러들어 예의 벗어난 짓을 반복하면 호통치시며 하시는 말씀이 ‘야마리가 좀 있어라’였다.

아버지 세대는 일제 교육을 받은 분이라 우리 사회에서 일상에 일본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를 테면 ‘다깡’, ‘밴또’, ‘이빠이’ 등등…. 그 뒤에 단무지, 도시락, 힘껏 같은 우리말로 순화했지만….

갓길로 좀 새겠지만 그 당시 일본말을 쓴 것을 지금 잣대로 재단하기는 좀 뭐하다. 우리말에서 일본말은 점차 순화하고 있지만, 영어 말투는 오히려 고급어로 둔갑하는 게 요즘 세태다. 각설하고.

아버지 말씀 ‘야마리가 있어라’란 뜻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복하지 말고, 뻔뻔스럽지 마라’고 꾸짖는 일본어인 줄 여태 알고 있었다. 뻔뻔스러운 자를 보면 우선 ‘야마리’란 단어가 떠올랐지만 일본어라고 생각해서 아예 쓰지 않았다.

근데 요즘 정확한 어원을 찾고자 인터넷 사전을 보니, 아니 이 말은 경상도 토종말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야마리는 얌통머리의 준말인 얌치와 같은 말로써 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를 일컫는 뜻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 고사에도 이런 뜻의 단어가 있다. 그 유명한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관중(菅仲)이 지은 관자(管子)란 책에 ‘예의염치(禮義廉恥)’가 나온다. 이를 ‘사유(四維)’ 즉 국가를 지키는 4가지 강령을 말한다.

1. 예(禮)는 절도(節度)를 지키는 것이며,
2. 의(義)는 제멋대로 나아가지 않음이며,
3. 염(廉)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것이며,
4. 치(恥)는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여기서 ‘염치’를 우리 경상도 말 ‘야마리’와 바꿔 쓰도 별 무리가 없다.

우리 사회는 일상에서 ‘야마리 없는’ 행위를 너무 함부로 저지르고 있다. 난폭 운전과 막무가내 주차에 날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기차를 타면 전화음은 무음으로 하고 통화는 객실 밖에서 하라는 안내 방송 끝나기 무섭게 전화음이 울리고 좌석에 앉아 통화를 크게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그 사람이 식사를 몇 시에 누구와 무엇을 먹는가를 객실 내 모든 사람이 왜 고통스럽게 들어야 하는가.

(ⓒ 송필경)

무엇보다 ‘야마리 없는’ 부류는 정치 권력자와 그 ‘야마리 없는’ 보스를 추종하는 정치권 똘마니 들이다.

‘야마리 없는’ 대표적 사례가 오월이 오면 항상 분노를 치밀게 하는 전두환의 작태다. 5.18은 북한군 소행이다, 부정축재한 재산은 29만원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뻔뻔스러움은 ‘야마리 없음’의 극치다.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는 최순실, 박근혜, 이명박의 야마리 없음도 전두환 못지않다. 

관중은 나라를 지키는 4가지 강령 가운데 예의도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강령은 염치라고 했다. 그래서 관중은 말했다.

“나라에는 네 가지 강령 가운데 예(禮)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며, 의(義)조차 사라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염(廉)까지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어진다. 치(恥)마저 잃으면 나라가 망한다.”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최순실의 똘마니인 지금 홍준표를 대표로 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야마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일본 언론에게 남북정상회담은 남한 좌파들만의 잔치라 고자질 같은 짓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빌붙은 세력으로서는 야마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런 수많은 저질 몽니 또는 ‘야마리 없음’에 대해 내가 더 이상 구구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금연 장소에서 흡연하는 것들! 그 이하 저질들이다.

이 ‘야마리 없음’을 한자로 표현하자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뜻의 ‘파렴치’라 할 수 있다.

철학자 볼테르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인물이다. 가톨릭이 신교 신자를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스럽고 잔혹하게 학살하자 격분하며 말했다. “이 무렵 나는 죄를 짓는다는 자책 없이는 미소도 짓지 못했다.” 볼테르는 이 유명한 좌우명을 채택하며 프랑스의 영혼을 분기시켰다.

『파렴치를 분쇄하라 Écrasez I'infâme』

우리는 작은 술집에서, 기차간에서부터, 거대한 정치 집단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야마리 없음’을 분쇄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지방 선거에서 이런 야마리 없는 정치 집단을 반드시 분쇄했으면…

***
미국은 어제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을 통해 집단 학살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와 여자에게도 총을 함부로 쏘았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가장 야마리 없는 집단임이 틀림없다는 걸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송필경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치과, 본지 논설위원)

송필경  spk55@hanmail.net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필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김경일 2018-05-18 21:59:17

    그동안 너무 크게 야마리 없는 것들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일상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야마리 없는 것들이 더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곳에서 파렴치을 분쇄하는 노력이 전면화 되는 시기가 있었음 좋겠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이구요.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명: (주)건치신문사  |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4길 21, 제1호 3층  |  대표전화 : 02)588-6946  |  팩스 : 02)588-6943
    대표자: 전민용  |  청소년관리책임자: 윤은미  |  정보관리책임자 : 김철신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4634  |  발행인 : 전민용  |  편집인 : 김철신
    Copyright © 2019 건치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