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아르헨티나 와인의 본고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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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아르헨티나 와인의 본고장에서…
  • 조남억
  • 승인 2018.05.18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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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18]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열여덟 번째 회에서는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의 본거지에서 와이너리를 돌며, 와인향에 취하는 아주 부러운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편집자

11월 25일

어제도 일기를 못 써서, 또다시 하루 밀린 일기를 쓴다.

멘도사의 호텔 304호 방은 야외수영장 바로 위층이어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시간만 되면,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서 수영하고 싶은 곳이었다. 조식을 간단히 먹다 보니 최 과장과 조 선생님이 내려오셔서 조금 이야기하다가 짐을 챙겨서 9시에 출발하였다.

보통 개인 배낭여행객들의 블로그를 보면,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이상 나가서 와이너리 구경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가는 와이너리는 농장이 아니라, 와인샵 같은 곳으로 보이는, 시내에서 가까운 곳들이었다. 포도나무 약간 정도 보여주는 용도로 키우는 것 같았고, 실제 농장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근래에 생긴 것들이 좀 외곽에 위치하고, 우리가 간 와이너리들은 100년 이상 된 양조장들이어서 시내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와이너리는 Domiciano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직원이 나와서 공장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었고, 콘크리트 발효통을 구경하면서 병입된 와인 저장고도 보여주었다. 한국의 선조들은 있는 술을 마셔버리느라 애썼는데, 외국에서는 수십 년간 저장해 놓았다가 후손들이 비싸게 팔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많이 부러웠다. 몇 가지를 시음했는데, 가격대비 다들 좋아 보였다. 통관에 문제만 없다면, 종류별로 다 사고 깊은 마음이 들었다.

여직원이 본인 생일 같은 날에만 먹는 와인이라고 소개한, 제일 비싼 와인이라고 하는 것을 두병(600페소, 900페소=약 5만원, 9만원)을 공금으로 사서 나중에 함께 마시기로 했다.

Domiciano 와이너리 (ⓒ 조남억)
안데스 산맥의 설산의 배경에 아름다운 농장이었다.(ⓒ 조남억)
이곳의 포도만으로는 와인 생산에 부족할 것 같아보였다. (ⓒ 조남억)
와이너리 여직원의 설명을 최과장이 다시 해석해주었다. (ⓒ 조남억)

두 번째로 간 곳은 Los Toneles(큰통이라는 뜻)라는 와이너리였는데, 100년 전 이곳을 연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금은 없어졌고, 시내 슈퍼마켓 주인 몇 명이 이 양조장을 사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곳은 시내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큰 홀에서 무대공연을 하면서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토요일 점심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 양조장에 대해서도 또 설명을 들었는데, 이곳저곳 양조장을 다니면서 술 빚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마치 막걸리 학교에서 술 기행을 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콘크리트 발효통이 1층에 있고, 발효된 액체를 호스에 바로 연결하여 지하의 숙성통으로 바로 옮길 수가 있어서, 와인이 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 점이 좀 달랐다.

또 발효통을 세척 할 때 어린이를 줄에 묶어서 내려보내서 청소를 시켰었는데, 가스를 마셔서 어린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얼른 꺼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옛날이야기지만, 예전에 이 통 안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죽고, 괴로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보호장구를 착용한 성인들이 내려간다고 한다.

12시부터는 이곳 양조장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셋팅 되어있는 테이블에는 와인 잔이 5개 놓여있었다. 46,78,136,‘X’ 등 4가지 와인을 차례로 맛을 보았고, 식사는 여러가지가 코스로 나오고, 메인으로는 L-bone 스테이크와 연어구이를 시켜서 조 선생님과 나눠 먹었는데, 질 좋은 식사였고, 와인이어서 모두들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른 분들이 남긴 와인까지 다 마시다보니, 얼큰하게 취했으나, 다행히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역 힐튼 호텔에서 쉐프가 하는 미식 쇼를 가본 적이 있었는데, 코스 음식과 무한리필 와인 제공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술 저장고에 가서 수십년 저장해놓는 술을 볼때마다 많이 부럽다. (ⓒ 조남억)
시음장에서 각 종류별로 맛을 보여주었다. (ⓒ 조남억)
시음하는 와인들. 이 중에서 한정 판매되는 도미시아노 두병을 공금으로 사서 며칠 후 좋은 식당에서 스테이크와 먹기로 했다. (ⓒ 조남억)
LOS TONELES 와이너리(ⓒ 조남억)
이 발효통 안을 청소하기 위해 어린이들의 허리에 줄을 묶어서 들여보냈다고 한다. (ⓒ 조남억)
(ⓒ 조남억)
시음장에서 시음하는 와인들(ⓒ 조남억)
무대 공연이 있는 커다란 홀이 있는 와이너리였다. (ⓒ 조남억)
토요일 점심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 조남억)
큰 홀 옆에 있떤 레스토랑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연어구이 (ⓒ 조남억)
L-bone 스테이크와 와인들 (ⓒ 조남억)

2시 반에 나와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발권하고 짐 부치고 나니 거의 곧장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이제 칠레였다. 버스로 국경을 넘었다면 8시간 정도 가는 일정이라는데, 그렇지만, 그 8시간 구불구불 산길의 풍경이 너무 좋다는 글을 여럿 보았었는데, 우리는 1시간의 비행으로 칠레에 도착하였다. 비행 중에 우측으로 남미 최고봉인 아콩가구아 산이 보였다. 언젠가 천천히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답게 입국심사가 더 까다로웠다. 거의 7시가 다 되어 칠레 가이드를 만나서 바로 호텔로 갔다. El Bosque 호텔인데, 시내 중심에서는 좀 떨어졌지만, 남미 최고층 건물(300m, 62층) 근처에 있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이 신흥 개발지역인 듯하였다. 칠레 가이드가 한국에 이렇게 높은 빌딩이 있냐고 물어보는 표정에는 너무나 자신감이 묻어있어서, 롯데 타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조남억)
(ⓒ 조남억)
비행기를 탈 때마다 짐의 무게를 맞춰야 해서 짐정리가 관건이었다. (ⓒ 조남억)
비행기에서 본 아콩가구아 산(남반구 최고봉, 6960m) (ⓒ 조남억)

호텔에 짐만 내려놓고, 곧장 저녁을 먹으러 대장금이라는 한식당으로 갔다. 이미 8시가 되었지만, 점심때 소고기와 와인을 거하게 먹은 후여서, 삼겹살에 소주도 잘 안 들어갔다. 그래도 먹어야 했기에 어렵게 어렵게 먹고 있었는데, 폭탄주를 만들어서 몇 잔 마시고 삼겹살을 쌈에 싸서 몇 점 먹고 나니,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9시 반에 나와서 호텔로 돌아와서 곧장 헤어졌다.

그동안의 방 배정에서는 어르신들은 고층에, 나만 저층 방을 주곤 하더니, 여기에서는 다른 분들은 저층에, 나만 16층에 방을 배정해주었다. 처음엔 좋다고 생각했다가, 혹시 여기는 지진이 자주 있어서, 고층이 안 좋은 건가 싶어 걱정도 되었다.

샤워 후, 앞으로는 또 한동안 와이파이가 안 된다고 하여 볼리비아 사진 고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1시가 되었다. 아내와 카톡을 했다. 한국은 이미 일요일 오후 1시였다. 이제 나의 여행도 거의 반이 된 것 같다. 집에 가면 앞으로는 더욱 가장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너무 피곤하여 일기를 쓰지 못하고 곧장 잤다.

밤에 자는데 새벽에 건물이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인가 싶어서 걱정 걱정은 하면서도 깨어나진 못하고 계속 잤는데, 아침에 물어보니, 아무도 못 느꼈다고 하셨다. 공기 펜 돌아가는 울림소리에, 자면서 지진으로 꿈처럼 느꼈나보다. 칠레 1천 7백만 인구 중에 산티아고 수도에만 650만이 산다고 한다. 한국 교민은 2500명 정도 된다고 하니, 페루 리마보다는 2배의 교민이 살고 있다. 깨끗하고 선진국 같은 남미 도시인데, 그만큼 강도나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한다.

칠레 산티아고의 한식당, 대장금 (ⓒ 조남억)
초반에 안들어가던 삼겹살이 폭탄주 몇잔 후에는 다시 잘 들어가게 됐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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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울타리 2018-08-02 19:03:47
스테이크와 연어구이, 이제는 제대로 먹으면서 일정을 소화할 모양이다.
뭐, 거기의 한국식당이니 삼겹살도 보기 좋네.

삼겹살이야 난 8-10분이 정량이지.
그럼, 된장찌게에 공기밥으로 마무리를 하지만 약간 부족하다 싶으면
통닭 한마리 더 먹으면 아주 그만이지 뭐.

난 술을 못 배운 관계로 와인이고 맥주고 술은 패스.

음식들이 보이니 분위기가 훨 부드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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