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봄꽃과 함께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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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봄꽃과 함께 여유롭게
  • 조남억
  • 승인 2018.06.01 11:1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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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0]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무 번째 회에서는 봄꽃과 설산이 함께 있는 환상적인 광경과 함께 조남억 회원이 모처럼 천천히 유람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편집자

오늘은 지금까지 여행 중에서 최고로 편안한 날이다. 버스타고 배타고 버스타고 이동만 한 날이다.

8시에 모두 모여서 조식을 먹었다. 오늘부터는 우리끼리 하는 여행이 아니라, 이곳 현지 여행 프로그램에 여럿 중 하나의 팀으로 합류하는 것이기에 시간 엄수가 중요하다.

9시에 호텔 로비에 모여서 단체 버스에 등록을 하고 나서 올라탔다. 나중에 보니, 이곳에서 짐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만으로, 짐을 다음 호텔까지 옮겨주었다.

Osorno화산. 봄꽃이 피는 시기여서 더 잘 어울렸다. (ⓒ 조남억)

호텔에서 나와서 안데스 횡단 보트를 타는 항구까지 가는 길에서는, 오른쪽으로 Calbuco 화산과, 왼쪽으로는 호수 너머의 Osorno 화산이 보이는 환상적인 길이었다. 중간중간에 전망 포인트에서는 때마침 들꽃들도 피어있어서 더욱 좋았다. 남반구에서는 이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중이니까 봄꽃이라 해야 할 것 같다.

Petrohue 항에 도착하여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 조남억)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나서는 흰 설산의 모습이 병풍처럼 둘러있어서, 보트에서 보는 주위의 경관이 더 대단했고, 어디를 사진 찍어도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변색 선글라스이다 보니, 안경색이 변할 줄 모르고 있다가, 하늘색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글라스를 벗고 보니, 하늘, 산, 호수의 파란 빛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Todos los Santos Lake 를 지나면서 안데스 설봉들이 나타난다. (ⓒ 조남억)
중간중간에 폭포가 나오면 사진찍는 시간을 준다. (ⓒ 조남억)
Puntiagudo 화산(2498m). (ⓒ 조남억)

10시 즈음 Petrohue 항에서 유람선을 탔는데, 천천히 유람하다가 12시 즈음 작은 항구에 내렸다. 여기서 다시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서 Peulla 호텔에 도착했다. 시간으로만 보면, 바로 이동해서 가도 될 것 같은데, 대부분은 이곳에서 1박을 무조건 시키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선택 관광을 하게 하였다. 승마, 수륙양용차, Canopy 중 선택하라고 하였는데, 우리들은 캐노피를 선택했다. 짚라인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것 같은데,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비슷한 것이었다.

숙소 도착 후 곧장 1시에 점심을 먹었다. 소고기구이와 연어구이를 나눠 먹었더니, 맛이 좋아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방에서 좀 쉬다가 3시에 모였다. 별로 할 것도 없는 곳이어서, 엑티비티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세가지 엑티비티중에 선택한 캐노피. (ⓒ 조남억)
준비작업 후 하강시작. (ⓒ 조남억)

모여서 캐노피 가이드들을 만나서 몸에 안전띠를 착용하고,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필요한 요령에 대해 배운 다음, 산속으로 걸어 올라갔다.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들에 쇠줄을 연결해놓고, 위에서부터 차례로 줄 타고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총 8개의 나무를 건너면서 내려오는 코스였다.

웬만한 곳에 있는 짚라인들을 타면, 인공 타워에서 길게 한번 타고 내려오는 것들이 많았었는데, 이곳에서는 짧게 짧게 끝나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훨씬 자연적이어서 느낌이 좋았다. 나무가 너무 커서, 가이드들과 우리들이 함께 올라있어도 불안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교체하면서 다 내려온 다음, 마지막 나무에서는 땅에 내려오기 위해 두 번의 수직하강(레펠)을 하게 되어있었다. 보기엔 겁나서 못 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이드들이 줄을 잘 잡아주고 속도를 조절해주어, 모두들 잘 해낼 수 있었다.

마지막 나무에서는 수직 하강으로 내려온다. (ⓒ 조남억)
캐노피를 탄 사람들과 함께. (ⓒ 조남억)

4시 반에 끝나고 각자 방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는데, 나도 알람 맞춰놓고 푸욱 잠을 잤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여독이 있나보다. 거의 세 시간을 잘 자고 일어나서 8시경에 저녁을 먹었다. 그 시간에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팀은 우리밖에 없을 정도로 이른 저녁이었다.

모두들 체력이 좀 회복이 되었고, 내일도 편안한 이동의 날이 될 것 같고, 저녁 식사시간도 일찍 끝났고 해서, 모두 내 방에 모여서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남아있던 와인도 다 먹고,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조금씩 마시다 보니, 인천에서부터 들고 간 글렌모렌지 양주 한 병도 다 마시게 되었다.

70세에 가까운, 수십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하신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모두들 책 수십 권 분량의 경험과 생각이 있으셨다. 부모님과 나 사이에 낀 세대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겪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우유니 사막에서 한 병을 마셨고, 지금까지 들고 다닌 두 번째 병을 오늘에야 비우게 되어, 가방에 여유 공간이 좀 생겼다. 내일은 안데스 횡단을 끝내고, 바릴로체에 도착하여, 멘도사에서 공금으로 샀던 와인을 마셔야 하는 날이다. 가지고 있는 술이 떨어지니, 알콜샵이 있을 때 양주를 또 사야 할 것 같다.

벌써 1시다. 책을 조금 더 보다가 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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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울타리3 2018-08-05 10:30:17
ㅎㅎ지금은 그렇게 못박았던 60년이다.
왜 그랬을까? 50대, 55대,60의 저 대못.
못 죽어서 환장했던 시절이었을까?
세상에서 그래도 한다하는 사람들은 전부가 30-40대 때 죽은 걸 참조했을까.
그들의 천재성과 그들의 업적을 나 또한 죽음으로 환치하려 했을까.

그러게...
산다는 건 변명의 연속인 거 같다.
저 지난날의 회한으로 눈부실 뿐인...

나도울타리2 2018-08-05 10:29:31
'70세에 가까운, 수십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하신 분들'

30대일 때 50살 정도면 딱이다 생각했었고
40대 때 55살 정도로 미뤄지더니
50대 때는 60살로 아예 못을 박았었다.

사람이 60년을 산다는 거, 정말 징글징글 오래 사는 거다.
많이 봐줘서
방년 10대를 빼도 인간 살음이 40년...

나도울타리 2018-08-05 10:28:57
소고기구이와 연어구이...
서울에서 연어구이 두 토막의 정식에 18,000원 하던데
아르헨~은 많이 잡히는가 모르겠다...

울타리 2018-08-05 10:28:25
시간엄수를 해야 한다는 거-
사진찍을 시간을 준다는 거-
-의 갑갑함에서
그러나 무조건 1박을 해야 한다는 거-
의 안도감과 여유로움에 읽는 사람도 한 숨 돌릴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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