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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의 1인시위가 우리에게 남긴 것[특별기고] 김형성 논설위원
김형성 | 승인 2018.06.27 17:36

1인1개소법 수호를 위한 1,000일 1인시위가 우리에게 남긴 것

6월 27일은 1인1개소법 수호를 위한 헌재 앞 1인시위가 시작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김세영 고문과 ‘사수모임’이 시작했고 한때는 후임회장과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치협이 전국 지부 등의 지지를 얻고 건치 등 여러 단체와 함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1인시위를 비롯한 대국민 캠페인과 서명운동 등을 벌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치과의사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는데 격려와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1개소법의 의미와 정당성은 이미 많이 다뤄졌다. 오늘은 좀 더 의미를 다져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치과의사들이 나서서 헌법의 정신, 의료법의 의미를 바로 세우고자 했다.

의료법은 헌법을 구현한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 36조3항)’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문재인 정부는 개헌안으로 건강권을 신설하려고도 했다. 이 의료법을 지켜야 하는 공공적 의무의 주체가 바로 의료기관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료법은 의료기관 주체들이 감당해야 할 공공적 의무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치과를 비롯한 의료의 행위와 결과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니 당연하다. 그리고 1인1개소 조항은 당연하고 이미 존재했던 조항이었다.

안타깝게도 전체 의료계의 극단적 상업화를 제어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의 ‘공공의료’ 비율이 극히 미미한 우리의 환경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수많은 암묵적 문어발식 병·의원 확장과 기업형 네트워크의 합법, 불법 확장세가 그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싼값의 임플란트나 관절수술비용이 아니었다. 철저한 상업주의로 무장한 의료기관들의 등장은 그동안 명맥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전문가의 양심, 의학의 원칙과 자율성을 무너뜨리는 과잉진료와 불법행위들로 난무를 가져왔다. 의료장사의 엄청난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이 이윤추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법인(회사)를 세우고 싶을 리가 없으니 당연히 법의 맹점을 뒤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1개소법을 무력화하는 판례의 등장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극단적 상업화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 가장 유력한 것은 무력화를 다시 유력화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20012년 8월 개정된 1인1개소법은 개설과 운영까지 1개소 원칙을 관철시켜 의료주체의 의무를 강조하는 법률안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다시 2015년, 저들은 헌법재판을 들고 나왔다. 이제 오늘, 헌법의 정신, 의료법의 의미를 구현하려는 진정한 보건의료인으로서 치과의사들이, 장사에 방해가 되는 법은 법이 아니라고 건강을 상품이라고 우겨대는 한줌의 장사치들에 맞서 1,000일째 헌재 앞을 지키는 이들이 바로 치과의사들이다.

치과의사들이 나서서 신자유주의의 폐해, 의료상업화 저지에 앞장섰다.

문어발식 개원, 네트워크를 가장한 의료장사치들의 등장에 당황한 의료인들은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의료상업화는 단지 이러한 상업주의 장사치들의 갑작스런 등장만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전체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한반도에 상륙한 상태였으며 이는 또한 산업화의 막바지를 넘어서는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 확장과 맞닿아있었고, 그 충돌이 바로 이명박 정권 당시 촛불시위였다. 시작은 한미FTA 협정과 광우병 소고기 위협처럼 보였지만 그 본질은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우리의 삶을 저당잡기 위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저지는 그 저항의 전선 맨 앞에 있었고 끝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같은 주요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촛불시민의 힘으로 막아내었다.

국민들에게는 의료민영화, 상업화는 이미 추상적으로도 저항의 대상이었다. 당황했던 의료인, 치과의사들은 저 장사치들의 행태가 결국 국민의 건강을 희생하여 규제를 벗어나(민영화) 시장의 이윤을 우선하려는 의료민영화의 추한 얼굴의 하나였음을 깨달았고, 의료인은 국민들의 건강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언사들이, 저 장사치 의료인들과의 전선에서 현실로 드러나는 경험을 하였다. 이제 치과의사로서의 이해와 요구가 국민의 이해와 요구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1,000일이 지나고, 재판이 끝나도.

우연이라기에는 결코, 우연하지 않게도 1,000일의 1인시위의 발자취에는 두 번 촛불의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한번은 치과의사, 의료인들이 의료민영화의 현실을 목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또 한 번은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면 그 어떤 최고의 권력도 끌어 내려져 감옥에 가둘 만큼 민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1,000일 동안 한결같이 헌재 앞을 지킬 수 있었던 힘도 그 행동이 ‘의롭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비롯됨은 국민들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하지만 피켓을 들고 헌재 앞에 서 있는 우리는 알고 있다. 전선 저쪽에 서있는 한줌 장사치 의료인들의 얼굴이 어쩌면 한때 나의 얼굴이었을지도, 그리고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숨겨진 내 안의 그일지 모른다는 것을. 재판이 끝나고 1개소법이 지켜지더라도 촛불 국민은 잊지 않는다. 의료상업주의를 끌어들인 것도 쫓아낸 것도 의료인들의 손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을. 우리부터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편집자)

 

김형성 (건치 사업국장, 본지 논설위원)

 

김형성  schenker19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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