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꿈, 과학으로 푸는 재미있는 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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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꿈, 과학으로 푸는 재미있는 꿈의 비밀
  • 장현주
  • 승인 2006.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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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Dreaming), 앨런 홉슨, 아카넷

심란한 꿈을 꾸고 막 깨어났다.
꿈 속에서 너무 화를 냈던 바람에 가슴이 아직까지도 두근거린다.

꿈속에서 나는 우리치과의 리모델링이 끝나서 막 출근한 참이었다.
향후 20년은 크게 손대지 않을 작정을 하고 상당한 자금을 들여 공사를 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치과는 공사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나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소음방지 목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던 2중 하이샤시의 모양이 아주 엉뚱하게 시공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영안실에 안치되어있는 영정의 테두리처럼 넓은 검정색 테두리의 샤시로 시공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마무리가 거칠 뿐 아니라 심지어 일부 샤시는 금속이 아니라 슈퍼에서 물건담는데 쓰는 검은 비닐봉지를 그럴듯하게 붙여놓은 것이었다. 거기에다 창문에는 종이로 접어만든 커텐이 덜렁거리며 붙어있었다.

나는 인테리어 회사 담당자에게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하고 화를 내며 검은 비닐봉지며 종이커튼을 찢어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화를 내고 있다가, 나는 오늘이 이십몇일 이며 원래 공사기간보다 공기가 훨씬 단축된 상태로 공사가 어영부영 마감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가... 나는 꿈에서 깨었고.. 내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전히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는 채로.

꿈은 왜 언제나 이상할까?

이미 어른이 된 사람이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시험을 치르기도 하고,
서로 전혀 만난적이 없는 중학교와 대학시절의 친구들이 한반이 되어 나와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분명 내 집일리 없는 어떤 공간을 나는 집처럼 느끼기도 한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아프지 않고, 날개가 없는데 하늘을 날기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꿈은 쉽게 잊혀져서 꿈을 꾼 직후에 생생했던 것이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거의 완전히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뭔가 강렬한 꿈에서 깨어나고도 그 꿈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오늘 새벽의 내꿈처럼 꿈은 종종 실제상황보다 훨씬 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앨런 홉슨의 이 책은 꿈의 이러한 형식적 특성에 주목한 수면과학의 입장에서 꿈을 분석한 책이다.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분석에서 처럼, 또는 태몽을 꾸었다는 사람이나 꿈풀이를 해주는 운명철학가들 혹은 꿈을 통한 계시를 믿는 종교인들처럼, 꿈은 주로 의미적으로 분석되고 해석되었지 꿈의 이상하기 짝이없는 형식에 주목한 과학이 출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만하다.

특히 꿈의 해석에 관한 심리학 서적들이 엄청난 양으로 발간되어 역시 엄청나게 독자대중에게 읽히고 있는 반면, 꿈의 형식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는 이런 과학서들은 아직 대중적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거부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신비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까발려질수 없는, 혹은 까발려져서는 안되는 숭고한 그 무엇이라는 태도와 강하게 결부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꿈은 왜 이상할까?"라는의문은 6살박이 어린이가 순진하게 떠올릴법한 당연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를 풍미했던 정신분석학의 시대에 결코 공공연하게 질문되지 않았던 질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뇌의 상태를 스크리닝 할만한 분석도구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과학이라는 조잡한 도구로는 영혼의 한조각이 담긴 꿈의 비밀에 결코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강한 선입견이 그런 상태에 일조를 했겠지만 그토록 순진한 의문이 그토록 오랜시간동안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정신분석학의 시조인 프로이트에게 많은 책임을 돌리고 있다.

꿈은 이상하다. 그런데도 꿈꾸는 나는 그걸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꿈꾸는 동안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는 전뇌피질은 잠들어있는 반면 감정활동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불침번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은 그토록 환상적이고 현실보다 달콤하며, 때로 꿈속에서 울음을 터뜨릴만큼 비통하다.

이책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꿈의 의미분석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뇌의 어떤 특징들이 기괴한 꿈의 형식을 만들어 내는가를 규명하는 것 만으로도 꿈을 일종의 의미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해몽가들의 입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나는 이제 오늘 새벽의 내 꿈을 그저 치과의 리모델링에 대한 나의 불안과 걱정이 표현된 것이라고 볼 뿐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꿈을 꾸자마자, 두근대는 심장의 고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루어 두었던 꿈에 관한 긴글을 쓰려는 충동에 사로잡힌 것 역시, [의식]에 대한 일종의 표지기능을 가지고 있는 [감정]의 창조적 활동이 아닐까... 하는 재미없고도 건조한 생각을 하며 글을 맺는다.

꿈의 과학은 최종판이 나온 것은 아니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안개에 가려진듯 모호하던 신비의 일부가 벗겨진것은 사실인 듯 하다. 프로이트 같은 시대의 천재도 알지못했던 것을 일개 독자인 내가 읽을 수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에 질적인 변환, 패러다임 쉬프트의 순간들을 맞게 되는가 보다. 21세기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다르게 설명될까.. 오래 사는것도 마냥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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